* 노마디스트 수유 너머 N ‘불온’을 고민하다.

 

 

2011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당신의 2011년 새해 계획은 무엇인가. 매일 쳇바퀴 돌듯 지나가는 일상을 탈피하고자 뭔가 새롭고 신나는 일을 계획하진 않았는지. ‘올 해 만은 살을 빼겠다. 영어를 정복하겠다.’ 등등. 1월만 되면 돌아오는 뻔한 결심을 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헬스클럽, 영어학원은 일 년 중 일월이 가장 성수기라고 한다. 하지만 번번이 시간이 지날수록 결심은 희미해지고 계속 다닌다 해도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은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당신의 활동 영역을 살짝 바꿔보면 어떨지. 여기 ‘노마디스트 수유 너머 N’이 야심차게 준비한 인문학 프로그램이 있다. ‘불온한 인문학’ 1기! 기존의 인문학 강좌와는 어떻게 다르며 그리고 ‘불온한’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무엇인지.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이 많다. 이번 인터뷰는 ‘노마디스트 수유 너머 N’ 연희동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불온한 인문학 1기를 준비하는 주요 멤버는 정정훈, 최진석, 정행복, 문화 이다.

이날 인터뷰는 몇 가지 질문에 네 사람이 난상 토론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하 정훈, 진석, 해피, 화)

 

이기자 : 불온한 인문학이라고? 왜 불온한 인문학인가. 딱 봤을 때 ‘불온한’이라는 단어에 먼저 방점이 찍힌다.

 

진석 : 연구실이 확장 되면서 대외적인 강좌를 많이 나가게 됐다. 그런데 외부 강좌를 나가면서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맞 부딛힌 일들이 많았고 불온성의 사유를 촉발했다. 한 번은 도서관 강좌를 기획했는데 강좌 중 하나가 ‘종교와 파시즘’ 이었다. 그런데 사전 강의 계획서를 보고 강의를 청탁한 기관이 정정 요청을 했다. 이유는 현 국가 시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대학 교양강좌를 나가서다. 거기서는 ‘가족의 역사’에 대해 강의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근대 자본주의가 도래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국가와 사회가 통합적인 부르주아 지배 체제가 성립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가부장주의가 성립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매춘이나 동성애에 대해 언급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대학생에게 하지 말라고 했다. 매춘이나 동성애가 대학생들하고는 무관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듯이 말이다.

 

이기자 : 많이 당황했겠다. 그런데 외부 나가서 강의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정말 많을 것 같다.

 

진석 : 그렇다. 하지만 연구실 바깥에서 일반 대중과 소통한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대중과 소통하고 알고 있는 앎과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그 명분으로 모든 것을 희석화 평준화 타협하면 안되겠다고 느꼈다. 사실 이런 경험들은 당시엔 황당한 사건이었지만 많은 반성이 됐다. 우리 역시 잘 조리되고 소화하기 좋게 다져진 그런 인문학을 제공하는 문화센터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 다른 인문학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이기자 : 외부의 자극이 ‘불온’을 촉발 시켰군요. 그런데 수용자 입장에서는 왜 ‘불온’해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화 : 사실 지금 말하는 인문학 열풍에 나 역시 끼어 있다. 처음 연구실을 알게 된 것도 직장 생활 하면서 뭔가 부족하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시작한 공부였다. 그런데 ‘그냥 무작정 인문학이 좋은 것이니까 해야 한다’ 는 말로는 부족하더라. 단순히 위로 받고 다음 날 다시 일상을 시작하는 것 보다는 지금 내 일상의 괴로움이 어떻게 어디서 온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또 남들에게 설명하고 싶다. 이건 나 뿐만이 아니다. 직장 동료, 친구들 역시 일상에 지쳐서 뭔가 다른 일을 해보려고 인문학 강좌를 시도하더라. 물론 개인 사정도 있겠지만 인문학 강좌가 그들의 고민을 뚫어주질 못하더라. 그래서 일까. 실망하고 그만 두는 경우 많더라.

 

진석 : 벌써 인문학 강좌에도 일정한 회로가 만들어 진 것이다. 스펙을 만들어야 하니까. ‘~가 대세’ 니까. ‘배워야 한다’는 식으로 작동한다. 중국어가 대세니까, 글쓰기 기술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니까. 이런 식이다. 물론 필요할 땐 배워야 한다. 하지만 스펙을 위한 스펙이 될 때 특정한 차원의 앎에 국한되기가 쉽다. 
 

정훈 : 인문학 열풍을 보면서 드는 느낌이 굉장히 종교적이라는 거다. 나도 굉장히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기도 한데 그래서 잘 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교회 가면 각박한 세상에 살다가 좋은 얘기도 듣고 위안 받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돈을 더 많이 벌고 잘 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것 처럼 인문학 강좌라는 것도 고전을 읽으면서도 심지어 맑스를 읽으면서도 그냥 읽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걸 보고 혹시 ‘신(神) 대신 인문학을 찾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여러 곳에서 많이 공부한다는 건 좋다. 읽으면 좋겠지. 그런데 근본적으로 사회 속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나. 지금 당장 홍대 노동자들 해고 되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인문학이 도피처가 돼서는 안된다.

 

이기자 : 모두들 ‘인문학이 도피처가 되선 안된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것 같다.

 

해피 : 맞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우리도 고민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연구실 오는 분들 중에도.. 여기서 하는 공부가 몸담고 있는 종교 단체와 비슷하다... 별로 불온하지 않고... 판단을 못하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진석 : 한편으론 이해는 된다. 가령 뭐 연구실에 대해서 ‘종교 단체 아니냐..’ 는 말도 들었다.

 

화 : 우리 식구들도 그래요.. (좌중 웃음)

 

진석 : 우리가 알고 있는 앎의 특정 회로가 있잖아. 시집가고 장가가야 하는데..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을 봤을 때 비정상적으로 보는 건 당연해.  

 

이기자 : 이제 막 해피쌤이 지적한 것 같은데 너무 온건하다는 질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진석 : 나 역시 책만 읽으면 나중엔 뭐할래? 이런 질문을 많이 들었다.

때때로 박차고 (거리로)나가자. 이런 생각도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공부와 거리... 이분법적으로 사고할 일이 아니다.

 

이기자 : 일상생활과 이 불온함의 만남, 어떻게 수위 조절을 해야 할까. 사람에 따라선 이 ‘불온한’이란 수식어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훈: 일상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 역시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중요한 건 거리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우스개도 있다. 우리는 혁명이 일어나도 밖에 못 나간다는 말이... 세미나도 해야 되고 밥 시간엔 밥도 해야 하니까.

 

정훈: 또 텍스트 해석 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현장에서 질문을 가지고 부딪히고 충돌해야지. 정확하게 ‘이런 말씀.. 따라 합시다.’ 하고 읽는다면 교회에서 성경 읽는 거랑 같다.

 

진석 :나도 모르게 순응하고 있는 동의하고 있는 사회적인 국가적인 기치에서 되물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님 속 썩이지 말고.. 대학 들어가고 시집 장가가고 이런 것들에 대해 ‘꼭 그렇게 살아야 돼?’ 그런 작다면 작고 소박하다고 할 수 있는 질문이나 문제의식이 출발점이 될지 않을까. 짱돌을 드는 게 아니라. 사실 이런 거 당장은 어렵잖아. 

 


 

이 때 지나가는 한 영화사 세미나 회원은 “밥 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하고 인사를 했다. 이 날 정정훈 회원은 저녁 당번이었다. 노마디스트 수유 너머 N은 직접 밥을 해 먹는다.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면서 밥을 한다. 저녁 5시 30분부터 6시 30분 까지가 저녁 식사 시간이다. 한 끼 식사는 2천원. 이 날 메뉴는 계란찜, 감자 튀김, 콩나물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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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 우리도 안 그러는 데 뭘.

 

화 : 그리고 이 ‘불온함’을 아주 길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뭘 가져다 주는 그런 것이 아니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 사실 매일 공부가 업이 아닌 사람들은 시작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결단이다. 원래 하던 일과 병행하려면 바빠지고 또 가족이나 친구들이 너 변했다고 힐난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걸 안고 함께 하다 보면 이 불온함이라는 게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 수 있는 어떤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계속)

 

 * 이날 인터뷰는 세 시간 넘게 진행됐습니다. 모두들 불온한 인문학에 대한 고민이 많은터라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읽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인터뷰 내용을 중간에 끊어서 올립니다. 다음번에는 불온한 인문학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 커리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커밍 쑨!!!

 

 

 

(글/이기자, 사진/김기자)

 

<강사 소개- 왼쪽 위 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

 

최진석 : 전공은 러시아 문학과 문화로 이번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 평론가 바흐친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요즘은 프로이트의 저작을 읽으며 정신분석을 횡단하는 작업에 매진 중이다.

문화정치학의 영토들』(공저), 『코뮨주의 선언』(공저), 『레닌과 미래의 혁명』(공역) 『해체와 파괴』등을 쓰고 옮겼다.

 

정행복 : 맑스와 푸코를 공부하고 있다. 현장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수요일에는 노들 야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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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 이주노동자의 정치적 주체성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쓰던 시절

「연구공간 수유+너머」에 접속한 이후 이곳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주된 관심사는 코뮨주의 정치철학과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문화이론적 해석이다.

현재 후자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에서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다.

『부커진 R』(공저),『문화정치학의 영토들』(공저), 『코뮨주의 선언』(공저) 등을 썼다.

 

문화 : 문학 사회학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 ‘맑스와 함께 소설을’ 이란 책을 쓰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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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 불온한 인문학 1기 주요 프로그램

I. 맑스의『자본』 입문 ― 다시, 반(反) 자본주의의 깃발을 들자!

II. 들뢰즈·가타리의 『안티 오이디푸스』 읽기 ― 가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넘어서.

III. ‘불온한 인문학’ 집중 세미나

o 강 사 : 정정훈 · 최진석

o 세미나 튜터 : 정행복 · 문화

 

1. “불온한 인문학”은 2011.3.3.목 개강, 총 20주 40여 회(매주 강의1회 세미나 1회, 총5개월) 과정으로 구성됩니다.

 

2. 매주 목요일 오후 7시~10시에는 강의가, 토요일 오후 2시~5시에는 집중 세미나가 열립니다.

이 두과정은 꼭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부분 수강 불가)

 

3. “불온한 인문학”은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됩니다. 10주 간 진행되는 트랙01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다루는 강의와 세미나가, 다음 10주간의 트랙02에는 욕망 이론과 대중 정치를 다루는 강의와 세미나가 진행됩니다.

 

4. “불온한 인문학”은 단지 강사의 강의만을 수동적으로 “듣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불온한 인문학”에 참여하는 이들은 스스로 텍스트를 읽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통과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성 지식의 ‘온순한’ 소비자로부터 동료들과의 소통 속에서 자기 사유의 힘을 벼려가는 ‘불온한’ 생산자가 되길 바랍니다.

 

5. 이를 위해서 “불온한 인문학” 참여자는 강의를 들은 후 2회 이상 강의 후기를 제출해야 하며, 강의와 관련된 텍스트를 읽고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 소통하는 세미나에 참여해야 합니다. 또한 세미나 진행에는 2회 이상의 텍스트 발제를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공부한 과정을 총괄하는 글쓰기 과제(에세이)를 제출해야 합니다.

 

6. 수강신청

정원 : 선착순 25명

신청기간 : 2011.1.20.목요일부터

수강료 : 60만원, 입금 우리은행 1002-043-230955 (예금주 : 문화)

(*분납, 환불 불가합니다.)

*수강신청은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불온한 인문학' 게시판(http://nomadist.org/xe/bulin)

신청글과 함께 연락처를 함께 남겨주세요.

 

7. 문의 :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http://www.nomadist.org)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연구실 대표 번호 (070)8263-0910

정행복 010-9404-8403, 문화 010-6210-3021


Posted by 노마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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