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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철학.사회

[이슈] 구미 단수, 4대강 막장 공사의 예정된 참사 - 너는 터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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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터진 38공구 해평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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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습지의 원래모습. (출처: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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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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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습지는 최대 철새 도래지였습니다.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떼의 모습

5월 첫 날 봄비 고작 90mm에 4대강 공사 남한강 이포보, 강천보가 터졌다는 소식에 이제 재앙이 시작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동안 가물막이가 터진 적은 있어도 보(댐)가 터진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재앙은 재앙으로만 막을 수 있다’ 4대강이 망가지는 과정을 죽 지켜본 저는 답답한 마음에 ‘비가 많이 와서 보 공사한 거 다 떠내려가라…’라고 간절하게 기도해왔는데 막상 터진 보를 보니 마음이 무척 불안했습니다

일주일 후 5월 8일 낙동강 구미보도 터졌습니다. 사람이 다치지는 않아 다행이지만, 5월 8일 이른 아침 구미시 해평면 광역취수장 인근에 위치한 임시보의 가물막이 일부가 유실되면서 하천 수위 저하로 7시경부터 취수가 중단되어 구미시를 비롯한 김천시와 칠곡군으로 배분되는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구미시민과 김천, 칠곡의 49만7천명이 큰 피해를 입었고,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많은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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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는 거의 보도 되지 않았지만 5월 11일에는 4대강 공사로 영산강 승촌보도 겨우 10mm 의 비에 취수 파이프가 유실되면서 10시간 동안 광주 서구 세하동과 광산구 신촌동 지역의 60~90가구 정도가 단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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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승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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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승촌보 2009년

구미는 공교롭게도 원조 개발독재자 박정희 가카의 고향입니다. 4대강 공사 대찬성했던 지역민들의 마음이 생수로 머리 감을 때 이리저리 심란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마음이 돌아서신 분들도 더러는 있을테고 말이지요. 그런데 무서운 것은 이제 비가 많이 오는 장마가 오면 무슨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4대강 공사의 불법성과 엽기적인 날림 공사의 과정을 보면 다가올 재앙은 단순히 단수에 그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Q] 보(댐)는 왜 이렇게 빵빵 터질까요?

A.1] 모형실험도 안해보고 공사하니까요.
4대강 댐(보) 16개 만드는데 수리모형은 단 한개 만들고 공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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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창녕군 길곡면에 위치한 한림수리모형실험연구소 내부의 모습. 사진은 낙동강 합천보를 축소한 모형. 박창근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공사 시공 30% 한 후에 모형 실험을 했고 그나마 엉터리로 시행했다 사진 출처: 프레시안(선명수)

보는 댐과 같은 것인데, 국민들 들으시기에 거부감 생기지 말라고 이름을 ‘보’라고 예쁘게 지어준 것입니다. 이번 4대강 공사로 16개를 동시에 만들고, 낙동강에만 6개의 댐을 짓는데요,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2년만에 끝내겠다는 것 계획입니다.
사실 이정도 규모의 사업은 설계만 2-3년 걸린다고 합니다. 보통 1-2년 하는 환경영향평가는 2개월 정도에 끝내고 수중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안했습니다. ‘법은 어기라고 있는 거다’ 라고 교훈을 주는 것이지요. 이번 봄비로 보 4개가 두두둑 터진 것은 당연합니다. 2년안에 모든 공사를 마치려다 보니 설계할때 꼭 필요한 수리모형 실험도 안했거든요. 우리 가카께서는 청계천 공사 때 설계에서 시공까지 2년 밖에 안걸린 과거를 회상하면서 5.8km 청계천이나, 525.15km 낙동강이나, 그놈이 그놈이라는 긍정적 마음으로 공사를 강행하신 것이지요.
운하반대교수모임의 토목공학박사 박창근 교수님은 4대강 공사 초기인 2010년 1월 경 충격적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높이가 11m 나 되고 넓이가 500m에서 최대 1000m 되는 보를 16개나 건설하는 대형 토목공사를 하는데 모형을 안만들고, 실험도 안해보고 공사를 하고 있다는 엽기적 소식이었습니다.

금강에 딱 하나 시범 사업으로 모형실험을 해보고 영산강, 한강, 낙동강은 실험을 쿨하게 생략한 후 댐을 설계 한 것입니다! 댐을 만드는데 수리모형 안만들고 공사한 것은 30년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저는 당시 소식을 듣고,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박은선: 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데요, 댐은 터지면 사람들이 죽고 그러잖아요, 11m높이 댐만드는데 모형없이 설계한 것은 불법아닌가요?

박창근 교수: 불법이지요. 정부가 낸 입찰안내서를 보면 수리모형실험을 반드시 해서 실시설계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어요. 수리모형실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겁니다. 그 실험을 다 하고 설계하고 공사 시작하는 게 상식 이죠.

우리나라에서 지난 30여년간 댐을 건설하면서 수리모형실험을 하지 않고 공사에 들어간 사례는 없어요. 수리모형실험 결과를 실시설계에 반영하지 않고 고시를 한 것은 관련 법 위반입니다. 실시설계를 하기 전에 반드시 수리모형실험 보고서가 있어야 해요.

2) 다기능보? 전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듣보잡 구조를 모형도 안만들고 무조건 GO! GO!

4대강 공사가 말도 안되는 SF 공상과학 영화라는 것은 ‘다기능 보’ 가 설명해 줍니다. 다기능 보란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샴푸와 린스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하나로’샴푸 처럼요. 그냥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이거야 말로 모순 그 자체입니다. 하나로 샴푸가 린스도 샴푸도 제기능을 못했던 것을 떠올려 보세요. 댐은 2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하나는 홍수 대비용, 다른 하나는 가뭄 대비용입니다. 홍수 대비용은 늘 물그릇을 비워야 합니다. 평화의 댐처럼요. 반면 가뭄대비용은 늘 물을 채워야 합니다. 두가지를 한 번에 하는 것은 불 가 능 합니다. 이 두가지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세계최초 인데 수리모형도 안해보고 공사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댐에 평소 물을 채워 넣게 되면 조금만 비가와도 홍수가 날 위험이 증가하므로 위험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댐 한 구석에 문을 달아 주었습니다. 비가 오면 열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비 오기전 6시간 전에 알아야 수문을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처럼 게릴라성 폭우가 잦은 기후에 6시간전 일기예보를 맞춘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요. 11m의 댐을 건설하면서 특히 낙동강에만 6개의 보가 있는데요, 만약 수문을 하나라도 잘못 열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터질 수도 있고 한쪽에 치우쳐 있는 보의 수문에 물의 무게가 몰려 보가 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이 보들을 어찌 운영하겠다는 메뉴얼조차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4대강 속도전에 브레이크를 거는 대신에 ‘홍보’전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구미 단수때 3일이 지나서야 수공에서 한 가구당 500m생수 20개 정도를 줬다고 합니다. 물에는 공교롭게도 행복 4강이라는 라벨이 떡 하니 붙어있었고, 여러 구미 시민들이 분개해서 트워터에 올리셨습니다. “지나치게 뻔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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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대강 공사로 아까운 목숨이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수많은 동식물들과 물고기들, 20명의 건설 노동자들, 남한강에서 훈련중 익사한 장병들, 그리고 스스로 몸을 불태워 4대강 공사를 막고자 하셨던 문수스님. 잔인한 삽질은 얼마나 죽어야 멈출 것입니까?

이런 부실계획에 공사까지 재앙은 불보듯 뻔합니다. 더이상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글 /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