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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24 [4040] "문제는 노동이야" - 경제민주화와 최저임금

[4040 : 나이 사십에 제대로 혹하고 싶은 가십거리]


90년대 학교를 다닐때 80년대 운동권 선배들의 준열한 눈빛 앞에 나는 근본없는 X세대였다. 졸업과 함께 IMF 사회에 진입해 나름 힘겹게 한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20대들의 헬조선 앞에서는 그저 좋은시절 막차 탄 막내 꼰대일 뿐이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명예퇴직 1순위가 된 40대. 이럴거면 좀 일찍 내보내든가. 치킨집을 하기에도 젊고, 재입사를 하기에는 너무 늙은 나이. 사십이 되고 보니 알겠다. 구려 가럼 볼 것도 많고, 욕할 것도 많은 사십년 묵은 세상. 꽃병을 들기엔 한창 겁먹을 나이지만 꽃다운 욕은 찰지게 하고 싶은 사십. 인생 이모작이라는데 지난 사십년은 망했으니, 앞으로 사십년은 제대로 말아먹겠다. 



“문제는 노동이야” 

- 경제민주화와 최저임금 




전주희/수유너머N 회원




여소야대 총선이후, 첫 번째 선물이 도착하다. 


‘새누리당 참패’로 귀결된 총선 직후 야권에서는 총선내내 제기해 온 ‘경제민주화’의 각론이 아니라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불쑥 꺼내들었다. 정확히 야권이 아니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그랬다. 그는 총선내내 "문제는 경제"라며 박근혜 정부의 '배신의 경제'를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랬던 그가 선거 후 엉뚱하게 구조조정 문제를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중심으로 제기된 ‘선제적 구조조정’은 본격적 구조조정에 앞서 실업대책 등 사회안전망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며 IMF 위기 이후 진행되어왔던 구조조정과는 다른 구조조정을 제시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은수미 전 의원은 ‘어제는 경제민주화, 오늘은 구조조정’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 시기의 ‘배신의 경제’ 심판론과 총선 후의 구조조정의 중심에는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있다. 그에게 구조조정과 경제민주화는 총선 민심에 대한 배신일까, 아니면 김종인표 경제의 동전의 양면일까. 


다시 총선 전으로 돌아가보자. 지난 4월 6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2017년 최저임금 투쟁 선포식을 가졌다. 매년 이뤄진 ‘노동계’ 만의 최저임금 투쟁은 20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이슈가 되면서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총선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세부안은 다르지만 모든 정당들이 9천원~1만원 가량의 인상안을 제시했고, 정의당과 더민주당 등은 노동계와 함께 기존에 주장해왔던 최저임금 1만원안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반전은 새누리당이었다. 애초에 공약에 없던 최저임금안 이었다. 4월 3일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의 입은 9000원 최저임금 인상안을 탄생시켰다. 물론 애초에 공약에 없었고, 이 마저서도 나중에 번복, 수정되었지만 최저임금 문제가 총선 기간안에 이슈가 되었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파견법 등의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그에 대한 대책으로 파견법이 포함된 ‘노동개혁 4법’의 국회 처리를 또 한번 힘을 주어 말했다. 

최저임금과 ‘노동개혁 4법’, 더불어민주당의 구조조정과 박근혜 대통령의 구조조정이 총선 이후 국민들에게 각기 다른 포장을 하고 국민들 앞에 도착했다. 어느 선물 포장지를 풀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가장 허망한 것은 어느 포장지를 풀어도 모두 같은 내용물이 나오게 되는 경우이다. 


선거는 끝났다. 공약으로서 경제민주화도 끝났다. 그러므로 경제민주화는 노동과 자본, 보수와 진보의 각축장 속에서 어떤 내용으로든 채워져야하는 ‘의미화’의 과정이 남아있다. 



지금 어떤 경제민주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행 헌법 119조 2항에 ‘경제의 민주화’라는 말을 넣었다고 해서 ‘경제민주화의 아버지’로 대접받는 인물이다. 법제정 이전에 법을 가능케 했던 것은 87년 민주항쟁이었다. 당시 민주화 운동의 바람은 경제 영역에서도 시장 혹은 자본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의 요구로 나아갔다. 자유주의적 입장에서는 경제민주화는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데 있었다. 반면 민족경제론의 입장에서는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국가권력의 민중화였고, 정경유책과 매판적 독접자본의 거부는 사회주의를 전망한 것이었다. 법제정 이전에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적인 의미화가 서로 각축을 벌였다. 어느 세력의 경제민주화가 최종적으로 법의 지위까지 올랐는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민주주의를 둘러싼 대중적인 의미화의 과정 자체가 헌법 119조 2항을 구성한 것이다. 



87년 6월 민주화투쟁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87년 이후 민주화 10년은 IMF 협약으로 매듭지어졌고, 그 뒤 10년은 사회양극화로 귀결되었다.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민중들은 일자리를 요구하는 불안정노동자가 되었거나, 대출을 끼고서라도 집을 사야 안심이 되는 불안정소유자가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법 제정 이후, 경제민주화는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공약과 약속, 계획과 실행에서 빠진적이 없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벌개혁이 중심이 되었던 경제민주화의 방향은 자본에 대한 규제와 노동의 권리 실현이라기 보다는 시장의 효율성 제고에 있었다. 시장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독점과 규제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제한되었고, 시장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노동이 유연화되었고 강경한 노동조합이 후진적이라는 이름으로 철퇴되었다. 

자본에 대한 규제의 효과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는 '신한국',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몫을 체계적인 강탈을 세련되게 추진하기 위한 매너좋은 신사의 얼굴로 등장했다. 시장의 분배를 국가가 개입해 재분배의 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기초적인 의미지만 국가 개입으로 인한 재분배는 역설적이게도 시장이라는 객관적인 이름 뒤에 숨은 자본에게 추가적인 몫을 재할당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배신의 경제에 대한 심판은 박근혜 대통령 뿐 아니라, 87년 당시 경제민주화의 요구를 가장 약한 수준으로 관철시킨 김종인에게도 해당된다. 따라서 김종인 대표가 2012년 출판한 제목이기도 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는 다시 물어져야 한다. 지금 어떠한 경제민주화인가. 


그런 의미에서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와 구조조정은 선거 이전과 이후의 말바꿈의 처세가 아니다. 그에게는 87년 이후 일관된 하나의 이념에 대한 두 표현이다. 

지난 4월 25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김종인 대표는 그동안 지녀온 경제민주화 이념과 현실의 구조조정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피력했다. “경제민주화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룰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라며 “재벌개혁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나는 한번도 재벌개혁을 입에 올린 적이 업다”고 선을 그었다. 

그에게 경제민주화는 성장을 위한 시장의 효율성 제고다. “경제민주화는 시장원리를 보다 더 보완하고 공정하게 경쟁시키자는 것이다.”

국가는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질서를 침해해서는 안되고, 시장의 룰이 잘 지켜지도록 관리하는 ‘정원사’의 역할을 가질 뿐이라는 주장은 정확하게 신자유주의 이념이다. 김종인 대표가 젊은시절 독일로 건너가 배워온 것은 신자유주의의 조상격인 독일 질서자유주의의 이념이었다.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어려운 중소기업 보호라는 온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경제 전반의 틀을 다시 짜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의 룰을 다시 짜는 것, 곧 구조조정의 다름 아니다. 

197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노.사.정을 중심으로한 사회적 공동결정의 제도화였고, 이를 위해 친노동조합 노선이 전제된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의 반노동조합적 정서는 87년 이래 일관된다. 그의 경제민주화론에 소득분배와 노동자의 몫이 고려되지 않는 이유다. 원하청 구조가 개선되고 중소기업을 보호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권리와 몫이 자동적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알바 노동자들에게 행해지는 갑질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으로 내려갈수록 심각하다. 자영업자들의 삶이 나아진다면 좋은 사장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낭만어린 착각은 반시대적이기까지 하다. 


노동 문제가 배제된 경제민주화는 더욱 강한 시장화, 자본화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 20년의 경험이다. 하지만 노동 배제는 김종인대표의 무능력이 아니라 노동 혐오에서 나온 필연적인 결론이다. 그가 주장하는 양극화 해소는 “빈곤층에게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발동해 집단행동에 나서면 제어하기 힘들어지기 때문”[각주:1]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경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기 보다는 대중에 대한 지배층의 공포와 배제에 기반한다. 



“문제는 노동이야” : 최저임금을 둘러싼 ‘공정한 룰’의 의미


시장의 공정한 룰을 다시 구성하기 위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87년 이래 체계적으로 배제된 노동의 몫이다. 임금의 경제적인 몫 뿐만 아니라 노동의 정치적인 몫을 둘러싼 싸움, 그것은 권리를 둘러싼 정치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싸움은 이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다. 9천원이냐 1만원이냐 흥정의 문제가 아니고, 2020년까지냐 2019년까지냐 조정할 문제가 아니다.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구조조정이 또 다시 노동자들의 정치적 배제와 경제적 희생으로 점철되는 것인지, 아니면 공정한 룰을 재구성하기 위해 노동의 권리가 이제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전면에 등장할 것인지는 지금,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법에 상응하는 법으로 미국에는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 Act, 'FLSA')이 있다. 미국 사회는 ‘공정함’(fairness)이 어떤 의미인지 오랜 시간 사회적 논쟁을 벌여왔으며, 그 의미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공정함의 의미가 생활임금으로 정의되기도 하고 자본과의 관계에서 불평등한 교섭력의 대등성으로 정의되기도 하였다. 그중 “공정성은 공정경쟁”이라는 의미가 있다. 노동과 자본간의 공정한 계약이 이뤄지려면 자본간의 공정한 경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즉 자본간의 경쟁 격화와 불공정한 경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장시간 저임금으로 귀결될 뿐만 아니라 이를 강제하는 대자본의 횡포는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해 경제성장에 해악을 끼친다는 논리다.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유지의 비용은 자본이 사회적으로 전가시킨 것-노동손실의 사회화!-이므로 이에 대해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당, 국민의 당은 구조조정의 선결 전제로 실업수당 등의 사회안전망의 보완을 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자본의 손실을 국민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복지정책의 전면적인 확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던진 주사위의 어떤 면이 나와도 이길 수밖에 없는 자본불패의  불공정 게임이다. 때문에 공정한 시장의 룰을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구조조정에서 자본의 경영과 주주들의 부당한 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하고 법적 처벌을 하는 것이 먼저 전제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의 정치적 목소리를 배제한다는 것은 정치적 표절이다. 노동자들이 줄곧 제기해왔던 것은 주주들과 재벌들의 배당잔치에 가려진 기업의 위기였기 때문이다. 기업의 위기를 땜빵하기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2차, 3차, 4차 하청 노동자들의 사다리는 점점더 촘촘해졌다. 이미 울산 거제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은 촘촘해진 사다리를 슬림하게 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의 제거는 노동의 몫과 목소리를 제거하는 이중의 배제로 나타났다.


그 동안의 구조조정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김종인표 구조조정에 여전히 노동의 자리는 없다. 배신의 경제는 다시 각색되어 재상연할 준비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동의 권리로 재구성되는 경제민주화는 총선 이후 지금의 문제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고용보장을 둘러싼 노동의 정치는 구조조정 시기에-경제가 어려우니까!-공세적으로 제기해야한다. 더민주와 국민의 당이 박근혜 정부에 대놓고 공세적 구조조정을 선포했듯이. 







* 이글은 오마이뉴스 5월 17일자 원고 편집 전 원본입니다. 



  1. ㅍㅍㅅㅅ, 4월 5일자,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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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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