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유너머

문학세미나_나를 발견하는 거울 -페르난두 페소아 *문학 세미나 후기 나를 발견하는 거울-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와 『페소아와 페소아들』 이재현/수유너머104. 문학세미나 회원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라는 제목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내 불안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던 것과 동시에 “OO(여기엔 우울, 행복, 기쁨, 만족, 게으름 등이 해당한다.)/의(적절한 조사 자리)/□□(여기엔 기원, 정복, 여정, 접속, 괜찮아 등이 해당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책 치고서 정말 멀쩡한 책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시선을 조금 내려 배수아 작가가 이 책을 번역했고, 이후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도 포함된 것을 확인한 뒤엔 기꺼이 서가에서 뽑아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불안의 책』을 읽어나가는 것.. 더보기
[바깥의 문학] 주소 없는 편지― 2018년 신인들의 시적 감응에 대하여 주소 없는 편지*― 2018년 신인들의 시적 감응에 대하여 최진석_문학평론가. 수유너머104 회원 1. 리듬과 감응, 유물론의 시학 유물론적 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게오르기 플레하노프(Georgii Plekhanov)는 예술의 오래된 기원 중 하나로 리듬에 대한 감각을 꼽은 적이 있다. 그의 예술론을 모아놓은 『주소 없는 편지』(Pis’ma bez adresa, 1899)에 따르면, 원시사회에서 노동이란 파편화된 각자의 힘을 단일한 집합성으로 끌어모으는 과정이고, 그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동인(動因)은 다수의 인간을 하나로 엮어내는 몸의 감각 즉 리듬이라는 것이다. 플레하노프가 유물론적 혁명가이자 정치철학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이 새롭거나 놀라워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이채롭게 보아야 .. 더보기
[이슈] 불편하다, 7080 코드 - 세시봉 콘서트에 대한 단상 불편하다, 7080코드 ‘세시봉’ 지난 설 연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이다. 이와 함께 지식인에는 ‘세시봉특집 보고 감동 먹은 1인입니다. 세시봉 특집에서 나온 노래 가사 좀 알려주세요~’ 등등 세시봉 관련 질문들이 올라왔다. 가히 전 국민적인 열풍. 갑자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1960·70년대 포크 음악 역사를 공부하고 있나. 그럴 리가 없다. 이렇게 인터넷 포털이 시끄럽다면 전국민의 교육 매체인 방송이 뭔가 한 건 크게 터뜨린 것이다. 이번 대박 강의는 바로 M사의 놀러와 였다. 세시봉 특집 콘서트를 1, 2부로 나눠서 편성한 것인데 40년 전 불렀던 그 시절 그 노래를 그때 그 친구들과 우정의 하모니로 선보였다. (물론 나는 본방 사수는 안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운로드해서 봤다.) 그 .. 더보기
[영화리뷰] [미드의 철학, 미드의 사회학] 6번째 강의, [섹스앤더시티] 2/18 금 7시 30분 어린시절 TV 앞에 온가족이 모여 앉아 '닥본사'하곤 했던 나 등의 외화시리즈를 미드열풍의 1세대, 류의 미드를 2세대급으로 본다해도, 드라마 는 분명 미드의 역사상(?) 애매한 위치에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와 등의 미드가 탄생되며 지금과 같은 대규모의 미드팬이 양산되기 이전인 98년부터 ,SATC는 야금야금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바 있습니다. 이후 때마침 한국에 불어닥친 '된장녀' 열풍은 "나 SATC 팬이야"를 커밍아웃하게하는데 큰 장애가 되기도 했지만, 2011년인 지금까지도 주말 아침이면 여러 케이블 방송에서 마치 장수 고정프로그램인양 지난 에피소드들이 되풀이되어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자면, SATC의 보이지 않는 열풍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브런치 문화의 확산에는 미국 .. 더보기
[이진경 서평] 벽암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벽암록은 설두 중현 스님이 선사들의 화두 100개를 골라 송(頌)을 붙인 것(『설두 송고』)에다, 원오 극근 스님이 수시와 착어, 평창을 달아 만들어진 책이다. 수시는 각 ‘장’의 요지를 간결하게 요약해서 보여주는 부분이고, 착어는 화두나 송의 구절마다 논평을 한 것이며, 평창은 화두와 송에 대한 설명이다. 통상 벽암록에 대한 해설을 자처하는 책들은 거기서 다루는 화두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건 『벽암록』을 구성하는 요소들이긴 하지만, 원오 스님이 쓴 수시나 착어, 평창을 보지 않고선 『벽암록』이란 책을 보았다고 하긴 어렵다. 내가 『벽암록』에 대해 가진 인상은 여러 가지지만 모두 극단적이다. 그 책은 “송대 최고의 문학작품”이라고들 하는 평처럼, 내가 읽은 책 가운데 아름다운 책이었다. 또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