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의 일반적 이론에 대한 초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6.24 [인류학 강좌 (7/6 개강) 강사 인터뷰] "상상력 없이 우린 변화할 수 없어요!" (1)

여름강좌(7/6-8/10) "근대의 외부들 : 다른 세계를 발명하는 인류학적 상상력" 강사 인터뷰!

 

 

 

"상상력 없이 우린 변화할 수 없어요!"  

-홍서연 강사와의 인터뷰-

 

 


 

홍서연 소개 - 수유너머N 연구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역사인류학을 공부했음.  

 

 

 

질문 : 안녕하세요^^ 저는 인류학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왜 이 공부에 끌리는지 잘 설명을 할 수가 없어요.

인류학은 확실히 인문학 독자들에게도 조금 낯설기도 하구요.

인류학에 대한 전반적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왜 인류학을 공부해야하는지도 알려주세요!

 

 

   malinowski_wideweb__430x250.jpg    클라스트르_과야키 인디언.jpg

 

 

 

홍서연 : 확실히 인류학은 우리나라에서 철학이나 다른 분야보다 훨씬 안 읽히죠! 인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레비-스트로스나 모스의 이름이 낯설지 않겠지만 그들의 책을 꼼꼼히 읽어본 독자는 그다지 많지 않은 듯 하고요. 외국 인류학자들이 낸 이론서와 수많은 민족지 작업들은 별로 번역되어 있지 않고, 과거에 번역된 것들도 절판되어 잊힌 상태예요. 국내 인류학자들의 작업은 소수의 전공자들만 읽고요.                        

 

인류학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실증적인 학문이라는 점이에요. 인류학자들은 '현지조사'라는 방법으로,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기록하고 연구합니다.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사람들의 행위와 말, 의례, 생산기술 또는 생활기술, 문물, 친족관계,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드러나는 한 사회의 지식, 정치, 상징적인 것들, 사회관계와 사회조직, 제도, 그리고 또… 한 사회의 특이성, 사람들이 한 마디로 '문화'라고 지칭하는 것이죠.

다양한 것들의 세세한 면모를 읽는 데서 아무런 재미를 못 느낄 수도 있겠죠.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류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건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질문 : 인류학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이 인문학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부족 때문이라... 

좀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홍서연 : 스스로 사유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기보다, 보증된 이론 또는 이론가에게 기대기 위해 공부하는 태도와도 관련이 있어요. 그런데 학문은 보증을 해 주는 안전장치가 아니거든요. 특히 인문학은요. 가령 철학은 언제나, 익숙한 방식으로 굳어져버린 믿음들을 전복하여 이미 있었던 개념들을 새롭게 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어요. 우리가 푸코, 들뢰즈, 랑시에르에게 열광한다면 그것 또한 그들에게 안주하기 위해서는 아니거든요. 그들의 권위에 의존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이율배반적이고요.

다시 인류학으로 돌아와서, 인류학은 현장으로부터 출발합니다. 현실의 무한한 개별성으로부터 시작하는 셈이죠.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언어로써 다루기 힘든 부분, 개념과 언어의 틀 밖으로 세어나가 버리는 부분, 거기 뿌리박고서 하는 작업입니다. 흔히 감각을 통한 사유는 편견에 지배되기가 쉬운데, 인류학의 사유는 오히려 자문화중심주의적인 편견을 깨뜨리는 사유입니다. 거기에 긴장이 있고 어려움이 있습니다. 개별성 속에서 어떻게 편견에 치우치지 않을 것이며, 개념화 작업 속에 어떻게 특수성을 담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과 접촉해서 낯설고 불편한 생활양식 속으로 들어가서, 종종 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들과 함께 얽히면서 강도 높은 감정적 투입 속에 자기 몸을 던져 넣어야 하지요. 인류학자들의 민족지 작업들은 그걸 견뎌낸 다음에만 탄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은 그 익숙함 때문에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착각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면 인문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죠. 우리가 경험과 교육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은 현실의 아주 작은 조각들일 뿐이에요. 인류학은 우리가 '모른다'는 걸 알게 해 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알 때에만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가 있어요.

 

 

mauss.jpg malinowski.jpg        Clastres1.jpg

                모스                           말리노프스키                             클라스트르        

 

질문 : 강좌 제목은 그런 인류학의 성격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왜 "근대의 외부들"이고 왜 "다른 세계를 발명하는 인류학적 상상력"인가요?

 

 

 

홍서연 : 필연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물질적 조건 속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려 한다면 거기서 필요한 건 상상력이에요. 상상력은 우리가 지각하는 하나의 사물, 하나의 사건, 하나의 현상을 통해 무한한 확장을 이루는 능력이에요. 경계들을 넘어서 체감하는 능력이고, 한계들을 넘어서 인식하는 능력이죠.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언제나 변화를 가져옵니다. 다시 말해 상상력 없이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어요. 강좌 기간 동안 우리는 함께 책을 읽고 얘기를 하고 사유를 할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언가 변화된 상태로 나아갈 거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새로운 세계를 발명할 겁니다.

이번에 다룰 여섯 권의 책은 모두 '원시사회'라고 불리는, 근대사회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요. 물론 인류학이 언제나 그런 사회를 연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건 우리에게 가장 이질적인 문화를 통해 우리 자신을 사유하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책들에서 우리는 이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몹시 친숙한 것들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러고 나면, 근대 이후의 사회는 '근대적인 것'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편견에 가득한 착각인지도 알 수 있을 거예요. 결국은 나 자신에게서 나의 외부라고 생각했던 것, 다시 말해 타자를 발견할 거예요. 우리 사회 안에서 우리 사회의 바깥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거고요. 좀 전에도 '솔직함'을 말했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기만에 맞설 수가 없어요.

 

 

 

질문 : 강의 주제로 되어 있는 책들의 저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Leroi-Gourhan.jpg   .레비스트로스.jpg

             르루아-구랑                              레비-스트로스

 

 

 

홍서연 : 말리노프스키(Bronisław Malinowski, 1884-1942)는 영국 사회인류학의 창시자이고 현지조사 방법론을 정립한 사람이에요.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증여론>의 모스(Marcel Mauss, 1872-1950)는 증여관계뿐만 아니라 주술, 의례, 기술(테크닉)에 대해 중요한 작업들을 남겼죠.

르루아-구랑(André Leroi-Gourhan, 1911-1986)은 선사시대 도구와 종교를 연구한 프랑스의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에요. <인간과 물질>, <환경과 기술> 등의 책을 통해서 인지와 생태학에 대한 이후의 사유들에 대해 큰 영향을 끼쳤는데, 국내에는 거의 소개가 되어 있지 않아요.

프랑스의 정치인류학자인 클라스트르(Pierre Clastres, 1934–1977)는 남아메리카 부족사회들에 대한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해서 상당히 이론적인 논의를 전개하는데,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와 <폭력의 고고학> 두 논문집이 번역되어 있어요. (과야키족에 대한 민족지가 번역되지 않은 건 좀 아쉬워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 1908-2009)의 책은 여러 권이 번역되어 있는데, 강의 주제인 <야생의 사고>는 그 중에서도 가장 구조주의적인 냄새가 옅은 책이지요.

 

 

 

질문 : 강의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책들의 선정 이유를 알려주세요^^

 

 

 

홍서연 : 사유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들을 선택했습니다. 첫 강의에서는 말리노프스키와 함께 영국 사회인류학을 소개하면서 인류학이 흘러온 역사를 짚어볼 겁니다. 사회인류학은 인류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형성했거든요.

 

또한 경계를 넘나들기에 좋은 저자들을 선택했습니다. 인류학적 사유 자체가 경계를 넘어 체감하는 사유이지만, 선택한 책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말리노프스키의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가지고 실험을 합니다. 모스의 <증여론>은 데리다, 부르디외 등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했고요. (길게 말하면 잔소리일 터!) 르루아-구랑의 <몸짓과 언어>는 아마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고고학과 인류학의 연결점을 보여주기도 하고, 책의 주제 자체가 경계를 넘어 흘러요. 최근에 프랑스에서는 미학에서도 참조되고 있고요. 클라스트르의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는 국가, 권력, 사회에 대한 철학적 문제제기들의 연장선상 안에서 읽힐 수 있죠. 들뢰즈, 가따리의 <천 개의 고원> 12장은 클라스트르의 '전쟁기계'에 대한 주석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모스의 "주술의 일반적 이론에 대한 초고"는 번역이 되어 있지 않은 논문인데, 주술(magic)에 대한 민족지 자료들을 가지고 이론적 작업을 합니다.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 The Witches>를 읽어보셨어요? 마녀는 눈동자 색이 수시로 바뀌고, 발가락이 없고, 침이 파란색이고… ^^ 이 논문에서도 이와 유사한 열거가 등장해요. (어쩜 로알드 달은 이 논문을 읽고 영감을 얻었는지도?) 하지만 로알드 달이 아이들로 하여금 마녀에게 잡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녀의 특징들을 열거한다면(^^), 모스는 인간이 사유하는 방식을 탐구하기 위해 주술사의 특징들을 정리하죠.

 

마지막으로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는, '지식'이라는 주제에 대해 사유할 때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한 것처럼 역사성을 고려하고자 한다면, 다시 말해 시대, 지역, 사회의 특수성과 구체성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진리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분야와 관계 없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에요.

 

저자들은 공부한 여정에서도 경계를 넘어 흘러다녔어요. 레비-스트로스는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클라스트르도 인류학을 하기 전에 철학을 했죠. 모스는 사회학자이기도 했고, 르루아-구랑은 고고학자였고, 말리노프스키는 인류학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한 다음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어요.

  

 

질문 : 강좌를 듣기 전에 미리 준비할 것이 있나요?

 

 

홍서연 : 책을 읽고 오면 가장 좋겠지요(번역본이 있는 경우). 하지만 시간에 쫓긴다면 꼭 읽고 오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감각에 곧바로 와 닿는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거예요. 그러니 잘 뚫린 귀를 가지고 오세요. 그리고 들은 것들을 내가 알고 있는 것들과 결합하는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아 주세요. 강좌가 끝날 때쯤엔 더 접속률이 좋아진 뇌신경과 더 좋아진 시력과 더 예민해진 내 몸의 안테나를 확인하는 것이 이 강좌의 목적이에요.

 

 

 

     감사합니다. 7월 6일 첫 강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강좌 신청 게시판 바로가기 (클릭~)



신고
Posted by 노마디스트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노마디스트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16)
이슈&리뷰 (51)
빌린 책 (43)
개봉영화 파헤치기 (15)
풍문으로 들은 시 (13)
장애, 그리고... (4)
4040 (5)
칼 슈미트 입문 강의 (32)
아무도 번역 안 해줄 거잖아 (4)
시몽동X번역기계 (6)
과학 X 철학 토크박스 (2)
해석과 사건 (6)
화요토론회 (24)
기획 서평 (34)
과거글 (272)
Yesterday300
Today98
Total1,717,454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