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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31 내가 경험한 국가
"선생님, 근데, 독도가 왜 우리 땅이예요?"


중학교 역사 수업 시간. 독도가 무슨 연료 자원이 있어 절대 잃을 수 없는 영토라고 했다.

안영복이 어쩌고, 러일전쟁 중에 독도가 강제적으로 일본에 편입된 것이라 했다.

한일 공동관리 수역에 독도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도 말씀하셨다.

졸린 눈으로 듣다가 질문해서인지, 장난스러운 말투 때문이었는지, 내 질문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웃음만 줬다.

 그 때 나는, '우리 땅'이라는 말에 의문을 가졌었다. 우리 나라? 우리?

내가 만약 일본인으로 태어났다면, '다케시마는 우리 땅'이라고 했을까?


내가 처음 '국가'를 인식했던 것은 독도 문제가 이슈가 되었을 때였다.

'한국과 일본', '한국인과 일본인'은 어떻게 다르지? 국가란 어떻게 존재하는 걸까?

왜 '우리나라'가 되었을까?



아니, 먹기 싫다는데, 너가 뭔데?"


그리고 처음 국가를 경험했던 것은 촛불시위 때였다. 사실, 내가 촛불시위에 갔던 이유는, 먼저,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쁜 걸음걸이로 걷던, 어깨가 수백 번 스쳐도 인연이 될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파트 창문 개수만큼 사람이 있었구나. 실제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었구나 싶었다. 밤을 새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길거리에서 만난 학교 선생님과 학교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청소년 기자단으로 거리 인터뷰를 했을 때, 어떤 분이 "뭘 안다고 시위를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도, 지금도,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근데 그게 뭐?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공부한 적이 없는데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무지를 자랑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를 배운 사람만 정치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전문가처럼 다 알아야만

말할 수 있는 걸까? 대체 언제 '다 알아서',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다 알 수 있기는 할까?

 

내가 촛불시위를 갔던 두 번째 이유가 바로, "너가 뭔데?"였다. '국가가 뭔데? 아니, 사람들이 싫다잖아, 국가경쟁력? 국가가 기업인가? 

이건 아닌 것 같아.'라는게 당시 내 생각이었다. 국가에 대해 신경 쓴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부딪혔던 것이다.

'쟤가 지금 뭐라는 거야? 아니, 근데 쟤는 누구지?'


나는 당시 다른 어떤 것보다 '전경들의 얼굴'에 충격을 받았다. 아무 표정도 움직임도 없는 것이 신기해서 

바로 앞에 가서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러다, '명령'이 떨어졌고, 순식간에 우리 사이에 있던 방패가 열리고, 

전경의 손이 내 몸을 잡아끌었다. 같이 밤새 이야기했던 학교 선생님과 골목길로 도망을 가야했다. 


전경들과 내 사이에 있던 방패는 '명령'이 떨어지면 열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멀뚱멀뚱 한참을 쳐다보면 

한 번 말을 걸어볼 법도 한데. 명령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시위가 길어지고 시위의 연령층이 다양해졌을 때, 자주 놀러나가 자꾸 전경들만 쳐다보고 있으니 중하수인이라는 분이 '여자 좀 소개 시켜 달라'고 말을 걸었다. 우리 친척 오빠랑 같은 나이였다. 하루는 중대장 아저씨가 경찰복을 벗고 나와,

"걱정이 되니 집에 가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딸이 있다고 했다. 곧 시험 아니냐고, 꿈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왜 이 사람들과 내가 방패를 사이에 두고 있어야 하지?

아, '국가경쟁력과 국가브랜드이미지'를 위해서 국가는 국가가 하는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정리할 수 있구나. 

경찰은 내가 위험할 때 '112'에 신고해서 부르는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구나. 

이들은, 국가의 명령을 받으면, 원하지 않아도 방패와 곤봉을 들고 시민과 대립을 해야 하는 구나.

명령을 받으면, 얼굴에 아무 표정도 지을 수 없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거구나.

 


"천주쟁이들이 날뛰니 삼강오륜의 기틀이 땅에 추락하는거야!"


'조선명탐정'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임판서'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조선의 기강이 흔들리기 때문에, 조선을 위해서, 천주쟁이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러 뻥치는게 아니라, 정말로 '삼강오륜의 기틀'을 걱정하는 듯이 보였다.

'국가'도, 그렇게 자기가 뻥치고 있는 줄 정말 모르나보다.



"국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국가가 뭐지? 국가가 뭘 하죠?"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4명의 언니들과 3명의 오빠들에게 대뜸 물었다.

내가 그랬듯이, 다들 국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 모양이었다.


언니 한 명은 '국가가 모든 것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는 얘기를 했다.

'국가는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갸우뚱. 그러니까 뭘?


3명의 언니들은 '국가? 내가 태어난 곳인가?'라고 말했다.

국가가 아무 것도 안해서인지, 너무 잘해서인지, 아니면 우리들의 애국심이 부족한지.


나머지 오빠들은 '관심 없어'라는 반응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시인이 꿈인 사람이라,

"만약에 국가가 오빠더러 시 쓰지 않으면 국가가 발전한다고 하면 안쓸거야?"라고 물었다.

옆에서 듣던 언니 3명은, "국가가 뭘 해줬다고? 나라면 싫어!"였고, 시인이 꿈인 오빠는

"정말 발전하면?"



<내가 경험한 국가>에 대해서 글을 쓸 생각에 묻기도 하고, 기억도 더듬어보았다.

국가관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기도 했는데, 국가주의, 자유주의 국가관 등이 나오더라.

그러다 그냥, <내가 경험한 국가>로 국가에 대한 생각(국가관?)을 적어보기로 했다.


우선, 내가 글을 쓰며 느낀 것은 나 자신이 '국가'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 나는 애국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독도 문제나 동북공정이 이슈가 됐을 때를 보면,

내 주변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가 경기를 하는

것을 볼 때도, '김연아는 참 예쁜 것 같아'라고 생각할 뿐이다.


내가 태어난 나라고, 나는 한국인이지만, 그것은 '국가'와는 별개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일본, 중국, 이름만 다를 뿐이지, 대다수의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들은 '국가'와 별개인

사람들이 더 많지 않나?


둘째,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국가'는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었나보다.

돈이 많고, 공부도 많이 하고, 그러다보니 권력까지 가진 사람들? 이라는 느낌이다.

돈이 많고, 공부를 많이 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가진 돈은 물려주고, 아는 것은 자기만 알고, 힘으로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셋째, 그런데 그 힘으로, 돈 많은 사람이 돈 없는 사람을 돕게, 알고 있는 것은 서로 나누게,

할 수 있을까? 권력을 어떻게 쓰느냐는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 마음이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권력을 잡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 많은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자신만 남아서 더는 포기할 엄두도 못내는 것은 아닐까?

착한 엘리트와 착한 권력자가 착한 권력을 쓰기를 소망하는 것은 소망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즉, 권력자의 문제라기보다, 권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셋째, 그래서 나는 '국가관'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세글자가 너무 딱딱해서 그런가싶어,

어떤 국가를 원하나? 라고 생각해보았는데, 딱히 짚이는게 없다. 그냥 평소에 내가 꿈꾸던 세상에 대해

쓰려고 한다.


나는 의식주를 만족하는 최소한의 돈으로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알고 있는 것은 서로 나누고, 힘으로 무엇을 제압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많이 행복한 세상은 함께 행복한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를 도울 수 있는 걸까? 




위 글은 이진경의 철학교실 일요일 세미나에서
'내가 경험한 국가'라는 주제로 지호님이
써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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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ncing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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