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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TV 앞에 온가족이 모여 앉아 '닥본사'하곤 했던 <브이>나 <맥가이버>등의 외화시리즈를 미드열풍의 1세대, <X-file>류의 미드를 2세대급으로 본다해도, 드라마 <섹스앤더시티(SATC)>는 분명 미드의 역사상(?) 애매한 위치에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로스트>와 <프리즌브레이크>등의 미드가 탄생되며 지금과 같은 대규모의 미드팬이 양산되기 이전인 98년부터 ,SATC는 야금야금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바 있습니다. 이후 때마침 한국에 불어닥친 '된장녀' 열풍은 "나 SATC 팬이야"를 커밍아웃하게하는데 큰 장애가 되기도 했지만, 2011년인 지금까지도 주말 아침이면 여러 케이블 방송에서 마치 장수 고정프로그램인양 지난 에피소드들이 되풀이되어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자면, SATC의 보이지 않는 열풍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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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문화의 확산에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향이 컸다. 주인공들이 수다를 떨며 브런치를 먹는 모습은 하나의 로망이 되어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중반 서울 이태원에서 시작된 브런치 카페 붐은 불과 몇년 사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브런치 애호가들을 양산하고 있다.

(늦은 아침 '브런치' 외식 새 유행/ 매일신문 2010.10.2)


전세계적인 SATC 열풍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역시 SATC는 많은 사회적 현상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드라마 <섹스앤더시티>를 비교적 올드한(?) 미드임에도 다시금 돌아보아야하는 이유입니다. 소위 사치재 소비의 메카로 일컫어지는 강남 특정 지역들에서 어느날 아침 눈을 뜨니 우후죽순으로 브런치 카페들이 생기게 된 현상, 말레이시아 무명 디자이너 브랜드였던 ‘지미추’나 ‘마놀로블라닉’ 같이 생소한 브랜드들이 대대적으로 압구정 모 백화점의 컬렉션 매장에 입점하게 된 사연 등의 뒷 이야기에는 모두 드라마 <섹스앤더시티>가 있었습니다. <시즌3>에서 샬롯이 트레이와의 결혼식 때 입은 웨딩드레스의 브랜드 ‘베라왕’은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단독매장까지 생겨 결혼을 앞둔 여성들의 선호상품 1위로 꼽히고 있고, 주인공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뉴욕 투어 버스는 여행사의 효자 상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미국에서는 주인공 캐리 언니가 신고나온 '지미추' 구두를 신기위해 발을 작게 성형하는 수술 붐이 일고 있다는 믿기 힘든 소문이 나돌 정도 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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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C의 주인공들, 즉 뉴욕의 전문직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닮고자하는 사회적 현상은 비단 위에 언급한 소비재뿐만 아니라, 일부 젊은 여성 계층의 생활 패턴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늦은 아침, 동성의 친구들과 간단한 식사를 겸해 이루어지는 공연 관람 혹은 요가 클래스 수강이 더 이상 유한마담들의 전유물이 아닌 젊은 계층의 보편 문화처럼 당연시되는 것을 보면, 일부 계층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실연을 당한 동성의 친구를 위해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거나, 결혼 혹은 출산을 앞둔 친구를 위해 ‘샤워(미국식 파티 문화의 일종)를 했다’라는 인증샷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블로그들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딱히 필요하지 않아도 명품 가방이나 구두를 구입하는 행위가 자신을 향한 위로나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자기개발서들은 앞다투어 쓰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소비에 대한 ‘안목’ 내지는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타인만이 진정한 친구라 여겨지는 현상들이 사회 곳곳에서 급속히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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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은 성적 욕망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명품과 패션에 대한 소비 욕망, 자기과시적 속물적 욕망도 드러낸다. 한마디로 ‘욕망하는 여자들’이다. 그간 욕망을 분출하기보다 억압받아온 여성 관객들은, 이처럼 더 이상 누군가의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의 주체인 주인공들에게 열광했다. 그 욕망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자기 욕망을 숨기지 말고 당당하라. 이것이 ‘SATC’의 메시지다. 물론 그들의 욕망이 결국은 소비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SATC’는 소비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욕망하는 여자들의 '멘토' / 중앙일보 2010.6.10)

 

물론 드라마 <섹스앤더시티>는 뉴욕에 거주하는 4명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사랑과 성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섹스'는 그저 다양하고 광범위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그것이 아닌 '도시에서의 섹스'로 한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도시'란 소비재가 넘치는 도시, 그 속에서 자신을 수많은 익명의 타인들과 구별지어 도드라지게 해야만 비로소 살아 숨쉴 수 있는 '소비 도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드라마가  구두 수집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상정한 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이유는 당연한 것이겠지요..

 

이번 강의에서는 늘 갖고 싶은게 너무 많아 괴로운 우리 삶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필요를 양산해온 것인지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주변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소비행태들이 결국은 동일한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음을,  이를 넘어 진짜로 다양한 욕망들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해 예정입니다. 몸과 마음이 곤죽이 되도록 일을 해도 월급봉투를 받는 족족 카드빚 독촉에 시달리고, 사도사도 항상 부족하기만 한 우리의 도시에서의 삶.. 그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고통받지 않으려면 과연 어떠한 욕망이 필요한 것일까요?

 

글/ 김은영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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