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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철학.사회

[책리뷰] 사건의 상징화를 넘어서 사건의 상징화를 넘어서- 부루쿠아(José Emillio Burucúa)와 키아트콥스키(Nicolás Kwiatkowski), “이중(二重)의 부재 : 실종자를 표현하는 방식”, 박임당 / 수유너머N 회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와 같은 말이 나오는 사태, 혹은 아예 말문이 막혀버리는 사태를 맞닥뜨릴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표현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한다. 그럴 때 우리는 곧바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상징과 표현의 범주를 넘쳐흘러 버리는 바로 그 사태를 정체화 하려 들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대규모의 동시다발적인 죽음이 일어났을 때, 이 사태를 학살로 이름 붙일 것인지 단순 사고로 명명할 것 인지에서부터 우리는 난관에 .. 더보기
[책리뷰] 재생산의 위기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에 대한 논의 재생산의 위기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에 대한 논의- 송명관, “재상산의 위기와 성장체제의 전환”, 진보평론 2015년 가을호 박기형 / 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재생산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의 이름, 헬조선 누구나 할 것 없이 ‘헬조선’을 외친다. 3포와 5포를 넘어 7포 세대까지 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삶’까지 포기해야 할 판이다. 그러므로 ‘삶’ 이외에 더 포기할 것이 남아있지 않는 사람들에겐 이 곳이 지옥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 대해, 송명관은 ‘재생산의 위기’라고 명명한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가계와 개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노동력의 재생산뿐만 아니라 자본의 재생산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엄혹한 상황은 도대체 어디.. 더보기
[2015 맑스코뮤나레 리뷰] 불안정노동체제의 종식, 어떻게 할 것인가. [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불안정노동체제의 종식, 어떻게 할 것인가금민, 장봄 / 수유너머N 회원 출처: http://www.wisdo.me/1279 매달 15일이 되면, 내 통장에서는 일정금액의 월세가 빠져나간다. 다행이 월급이 들어오는 기간에는 쑹덩 빠져나간 통장의 숫자를 보면 헛헛해하기만 하면 되지만, 강의가 없는 방학이 오면 나는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그 공백을 메울 ‘눈먼 돈’을 찾는다. 대학원생인 나는 지난 3학기간 받았던 학자금 대출금의 원금을 분할상환하고 있다. 매달 내야하는 월세와 학자금대출 원금과 이자는 반드시 지출되어야 할 고정지출인 셈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비정기적 수입으로 살아왔던 때보다 수입은 늘었으나 동시에 고정 지출도 늘었다. 내가 선택한 길을 지속하기 위한 비용이 .. 더보기
[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일상으로서의 데모스, 일상속에서의 주체화 -연구협동조합데모스, '일상의 조건: 노동, 작업 그리고 사랑- [2015맑스코뮤날레 리뷰] 일상으로서의 데모스, 일상속에서의 주체화 -연구협동조합 데모스, '일상의 조건: 노동, 작업 그리고 사랑'- 장 희 국/수유너머N 회원 토론의 리뷰 사랑, 노동, 웰빙, 취미 등 우리의 일상은 다양한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너무나 익숙하기에 종종 우리의 관심사에서 벗어난다. 그 제각각의 활동들이 모두 다양한 변화의 계기들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새롭게 이끌어 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채로 말이다. ‘연구협동조합 데모스’는 새삼스럽게 이러한 주제를 꺼내고 있다. 그들이 맑스 코뮤날레라는 혁명적(?) 잔치에서 조금은 색다른 혹은 조금은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주제들을 굳이 이야기 하고자함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주제를 ‘일상’이라는 키워.. 더보기
[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나를 찍지 말아주오, 나를 규정하지 말아주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감시사회와 표현의 자유- [2015맑스코뮤날레 리뷰] 나를 찍지 말아주오, 나를 규정하지 말아주오 -오길영, '고도 자본화 과정으로서의 개인정보 비식별화'- 장 희 국/수유너머N 회원 채증카메라 “야, 찍어” 집회현장에 채증카메라가 등장한지 수년이 지났다. 전경방패와 캡사이신 분사기 뒤에서 더듬이마냥 솟아있는 카메라들을 보면 방패를 든 전경무리가 하나의 곤충, 갑각류로 보이기도 한다. 불법 채증을 중단하라는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두운 밤이면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눈이 아플정도의 조명을 쏘아대니 내 사진 중 가장 조명빨 받는 사진은 어느 경찰서의 메모리카드에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집회현장에서 오고가는 물리적 충돌들도 두렵지만 채증카메라는 그와는 전혀 다른 두려움을 준다. 맥락 없이 단절된 하나의 장면이 반영구적으로.. 더보기
[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감성의 코뮌주의를 위하여 - "감성의 혁명과 일상생활의 정치화" 감성의 코뮌주의를 위하여 문 한 샘 / 수유너머N 회원 2015년 맑스코뮤날레의 첫 번째 메인섹션은 "감성의 혁명과 일상생활의 정치화"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유너머N의 세 분이 발표를 했고,(이진경), (최진석), (정정훈)라는 제목의 발표였습니다. '일상의 변혁'이라고 하는 이번 맑스코뮤날레의 부제에 잘 어울리는 흥미로운 발표들이더라구요^^ 여기 간단한 리뷰를 적어봅니다. 감수성의 '체제들' 이진경은 정치의 문제를 사고하기 위해 감성/감수성의 문제를 중요하게 사고한다. 이진경은 대중정치가 감수성에 따라 강하게 영향받는다고 본다. 이 감수성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것인데, 특정 감수성에 따라 대중들의 사고와 행동이 집단적으로 규정된다는 점에서 이진경은 그것을 감수성의 체제라고 부른다. .. 더보기
[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사회적' 영성이 만들어내는 공동체적 사건-정경일,「불안의 안개와 사회적 영성」 [2015맑스코뮤날레 리뷰] '사회적'영성이 만들어내는 공동체적 사건 ⼀정경일,「불안의 안개와 사회적 영성」 심아정/수유너머N회원 신자유주의가 흩뿌려놓은 불안의 안개 맑스 코뮤날레 첫 날. 여러 섹션들 가운데 내가 선택한 것은 이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사회적 영성⼀세월호 이후의 삶은 가능한가』의 저자들 중 몇몇의 발표이기도 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치철학 혹은 인문학 전반이 신학을 요청해왔던 이유가 궁금했기도 해서였다. 「불안의 안개와 사회적 영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정경일은 고통의 과잉을 경험하는 우리들의 삶을 증언이라도 하듯 갖가지 부정적인 수식어로 가득한 우리 사회의 이름에 '불안사회'라는 이름 하나를 더 얹는다. 그리고 그는 불안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로 기체성과 액체성을 동시에 보유한 '안.. 더보기
[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신용루저에게 필요한건 뭐? -「금융화와 일상생활 속의 신용물신주의」 [2015맑스꼬뮤날레 리뷰] 신용루저에게 필요한건 뭐? - 서동진,「금융화와 일상생활 속의 신용물신주의」 전주희/수유너머N 회원 신용루저, 금융사회의 겁쟁이 요즘들어 모르는 여자로봇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온다. 내 개인정보가 최근 야동사업단에서 금융처로 흘러들어간 모양이다. 아쉬울 거 없어 보이는 국민은행부터 각종 저축은행을 비롯, '명동삼촌'이라는 사채업자까지 다채롭다. 무작정 급하게 돈을 빌려주겠다고도 하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었다고 하면서, 빵빠레도 울려준다. 빌리지도 않은 대출금을 저금리로 갈아탈 기회를 '이번만' 준다며 1번을 누르라고 해서 잠결에 1번을 꾸욱 누르다가 화들짝 잠에서 깬다. 대체 어디서 얼만큼 내 신상이 털리고 있는지 가늠도 할 수 없는 지경인데 .. 더보기
[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흰머리 휘날리며-「여성주의와 협동주의의 만남」 [2015맑스코뮤날레 리뷰] 흰머리 휘날리며 (「여성주의와 협동주의의 만남」–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미라/수유너머N회원 여성주의는 잘 모르지만 의사 친구는 좋아서 아는 의사 한 명 만들어 볼까, 하는 개인적 욕심으로 5월 17일 맑스코뮤날레 메인세션 다섯 번째로 열린 살림의원 사례 발표장을 찾았다. 전날 받은 자료집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 나이 들면서 두려워하는 질병 중 가장 큰 것이 치매이고, 살림의원에선 치매맞이 학교 수업을 꾸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정보 역시 50대 비혼여성인 나’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으로 작용했다. 솔직히 살림의원 앞에 붙어 있는 여성주의니 협동주의니 하는 말들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용어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발표장으로 발길을 옮겼던 다른 이유는.. 더보기
[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공산주의자는 어떤 '주체'인가? -「공산주의라는 쟁점: 바디우와 발리바르」 [2015맑스꼬뮤날레 리뷰] 공산주의자는 어떤 ‘주체’인가? - 최원, 「공산주의라는 쟁점: 바디우와 발리바르」 노 의 현 / 수유너머 N 회원 이 글은 제 7회 맑스코뮤날레의 첫 날 첫 번째 기획섹션이었던 ‘맑스와 정치철학’에서 발표되었던 글이다. 매우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진 발표와 토론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지는 못했지만, 글의 세부적인 내용과 현장에서 이루어졌던 토론의 방향으로 미루어보아, 애초에 이 글은 바디우와 발리바르의 세심한 비교라기보다는, 바디우의 주체화 이론에 대한 발리바르의 비판을 통해 발리바르의 주체 개념이 가지고 있는 함의를 좀 더 다뤄보고자 했던 듯하다. 여기서 바디우와 발리바르의 대립지점으로 도드라지고 있는 것은 ‘대표(representation)의 문제이다. 바디우는.. 더보기
영매를 자처한 복화술사: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읽고 영매를 자처한 복화술사: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읽고 인문학 협동조합/한영인 마르크스의 저작이라곤 ‘선언’을 비롯해 선집의 몇몇 글들만을 접한 ‘문학도’가 마르크스와 이진경의 ‘철학적 대결’에 끼어 ‘토론(討論)’한다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불성설인 것만 같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은 한 명의 독서 대중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나누는 것 역시 어떤 의미를 갖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따라서 토론은 응당 대상 텍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일이어야 하겠으나 모자란 깜냥 상 나의 부족한 공부를 메우는 자리가 될 것 같아 송구스럽다. 이만 각설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이 책은 두 가지 다른 흐름이 교차한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2.. 더보기
'겪지 않은자', 새로운 연대를 꿈꾸다 - 도미야마 이치로, <유착의 사상> ‘겪지 않은 자’, 새로운 연대를 꿈꾸다 - 도미야마 이치로,『유착의 사상』(심정명 옮김, 글항아리) 노 의 현/수유너머N 회원 지난 1월 25일,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농성장에 찾아갔다. 이들은 2009년에 이뤄진 사측의 부당 해고에 반발하며 7년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가 갔을 당시는 이창근, 김정욱 두 명의 해고자가 44일째 쌍용자동차 공장의 굴뚝 위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있던 때였다. 공장 입구는 그 높은 굴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농성장과 멀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나가던 금속노조 조끼 입은 아저씨의 뒤를 쫓았다. 농성장에 도착하니 한진중공업의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도 보였다. 어젯밤 시청에서 범국민대회를 마치고 이곳에 와 밤새 농성장을 지켰다고 했다. 나는 쌍용자동차 해고자.. 더보기
보이는 중국, 보이지 않는 중국-이진경 보이는 중국, 보이지 않는 중국 (이창휘/박민희 엮음, , 창비, 2013) 이진경/수유너머N 회원 알다시피 너무 작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큰 것 또한 잘 보이지 않는다. 크기가 시야를 벗어나면 우리의 눈은 볼 것을 놓치게 되고, 보아야 할 것은 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좀더 근본적인 것은 크기에 가려, 크게 보이는 것에 가려 작은 것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크기에 요구되는 시선으로는 작고 사소해보이기에 보여도 놓치게 되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바로 그런 경우일 것 같다. 49년 이후 중국의 역사는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을 오가는거대한 사건들, 위대한 인물들에 의해 포착되어왔고, 그래서 성공을 말하든 실패를 말하든 그 큰 것들에 가려 사람들의 삶은, 작아서 전체.. 더보기
20세기의 힘, 실재를 향한 열정-이진경 20세기의 힘, 실재를 향한 열정 (바디우, 『세기』, 이학사) 이진경/수유너머N 회원 복제가 원본을 초과하고, 원본 없는 복제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시대, 진리나 주제을 말하는 게 ‘촌스러운’ 게 되어 버린 포스트모던 시대에, 바디우는 기꺼이 진리와 주체를 말한다. 헤겔은 한 시대의 대세가 된 것을 ‘시대정신’이라 명명하며 개인을 넘어선 정신의 힘을 말한 바 있지만, 바디우는 그에 거스르는 ‘반시대성’(니체)의 편에 서 있는 셈이다. 그의 철학에서 가장 중심적인 개념인 ‘사건’과 ‘진리’가 바로 그렇다. 그가 말하는 ‘사건’이란 9시 뉴스에 매일 나오는 그런 것이 아니다. 있어도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것, 혹은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도래하는 것, 그.. 더보기
우리 시대의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한병철, 『피로사회』 우리 시대의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한병철, 『피로사회』 (김태환 역, 문학과지성사, 2012) 박기형 / 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성과사회, 우리는 여전히 피로하다 2014년을 돌아볼 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지난해를 기억할 여러 중요한 단어들이 있지만, 여기서 필자는 드라마 을 꼽고자 한다. 드라마 은 직장인과 대학생을 비롯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충을 인상 깊게 그려냄으로써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대학생인 필자가 취업준비 중인 친구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드라마 속의 인물들에 자신들을 대입하여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과 각종 불만들을 토로하였다. 이렇듯 드라마 은 끊임없이 경쟁의 장에 내몰리는 한국인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