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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문학.예술

[그림이 있는 글] 거동수상자의 걸음-마르셀 뒤샹과 이상 거동 수상자의 걸음 ―마르셀 뒤샹과 이상― 금은돌(수유너머 회원) 1. 정지,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일 마르셀 뒤샹의 존재 방식은 운동이다. 뒤샹이라는 텍스트는 걷고 달리고 생각한다. 사유의 운동이자 작동이다. 그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미술 운동을 주도하였다.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술이 저곳에 있다고 말할 때, 그는 기존의 프레임을 무너뜨린다. 수직적 방식으로 예술이 작동할 때, 그는 옆으로 문을 연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가? 그의 뇌는 작동한다. 이분법을 가로지른다. 정지하고, 운동하며, 재배치한다. 이질적인 오브제를 결합하여, 사고를 확장하고, 그곳에서 생각하라고 (은근히) 명령한다. 뒤샹이 가지고 있는 질문은 21세기 지금-여기에도 작동 중인 화두이다. 기존 프레임에 갇힌 사.. 더보기
< 2019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비평 당선작> 사이버네틱스와 창문 열린 모나드- 백남준의 예술 세계 - 김서로(미술비평가, 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Ⅰ. 쇤베르크와 벽암록 인생은 여행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별에서 태어나 어디론가 떠난다.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면서 떠나는 사람도 있고 모르면서 떠나는 사람도 있다. 길을 따라 걷는 사람도 있고 길을 만들면서 가는 사람도 있다. 여기 어느 여행자의 기록이 있다. 그가 걸었던 길 이전과 이후를 확연히 구분시켜 주는 어떤 흔적이 ‘기호’가 되어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던져주는 경우가 있는데 백남준이 그러하다. 백남준은 우리에게 ‘우연한 마주침’으로 다가와 어쩔수 없는 쌩뚱함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알려진 백남준의 여정은 음악에서 시작되었다. 쇤베르크라는 작곡가에 의해 영감을 받아 떠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더보기
미얀마 여행 후기 *수유너머 여행후기 미얀마 여행 후기 글:이준형(수유너머104 회원)사진:김충한(수유너머104 회원) 이주민방송(MWTV)에서 활동하면서 수유너머와 인연을 맺은 미얀마인 아웅틴툰의 초대로 수유너머 회원 8명은 2019년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미얀마 중서부 지방을 여행했다. 미얀마 연방공화국은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의 서북쪽에 위치한 국가로 면적 676,578㎢, 인구 5천 5백만명 정도(통계가 부정확함)이고, 수도는 네피도(왕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 종교는 불교 89%, 기독교 6.2%, 이슬람교 4.3%이며, 버마족 68%, 샨족 9%, 카렌족 7%, 라카인족 4%, 몬족 2%, 기타 10%(기타 소수민족으로 130여개의 종족이 있으나 정확한 자료는 없음)정도인 다민족 국가다. 원래 국호는 버.. 더보기
[그림이 있는 글] 기형도와 M.C.에셔 -스무살, 미발표작을 중심으로(2) 기형도와 M.C.에셔 (2) - 스무 살, 미발표작을 중심으로 금은돌 (시인, 화가) 6. M. C. 에셔의 ‘변형’ M. C.에셔의 그림을 떠올려 본다. 『거울 밖으로 나온 기형도』에서 M.C. 에셔의 그림으로 기형도 시의 시적 주체의 특이점, 흐르는 주체를 설명한 적이 있다. 아래 그림 제목은 Metamorphosis이다. 변형 혹은 변이이다. 그림의 출발은 활자이다. 제목 그대로 Metamorphosis이다. 활자는 사각형이 되고, 사각형은 도마뱀이 된다. 도마뱀은 육각형으로 변이되고, 벌집이 되고, 벌집에서 벌이 날아가고, 벌은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는 새가 되고, 새는 점차 사각형이 되고, 체스 판이 되고, 체스 판은 Metamorphosis 활자가 된다. 왼쪽으로 시작하건, 오른쪽에서 출발하여.. 더보기
[강의후기] [바깥의 문학] 진은영, <문학의 바깥, 삶의 바깥> 진은영, 강의 후기 남승화(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7시 16분. 버스 안이었다. 지나는 곳은 합정. 홍대입구역을 지나고 동교동을 지나야 수유너머가 나온다. 도로는 퇴근으로 분주하니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다. 버스 손잡이를 쥐기도 하고, 놓기도 했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렸다. 뛰기 시작했다. 시를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뵙고 싶던 분이셨는데 늦을 수는 없다. 이때 아니면 아마 뵙기는 힘들것 같으니까. 28분에 도착했다. 나는 이 강좌에 있다는 것을 어제 알게 되었다. 부분 수강료인 이만원을 빠르게 냈고 물 한 컵과 강의 자료를 가져왔다.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는 통상적인 의미로서의 삶과 문학을 나누고(강의이기 때문이다.) '어떤 삶에서 문학이라는 행위가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심리학적 접근을 한다. 또.. 더보기
[그림이 있는 글] 기형도와 M.C.에셔 - 스무살, 미발표작을 중심으로 (1) 기형도와 M.C.에셔 (1) - 스무 살, 미발표작을 중심으로 금은돌 (시인, 화가) 1. 스무 살의 기형도 시인 기형도의 스무 살은 어떠했을까? 그는 어떤 청춘을 보내고 있었을까? 그의 스무 살이 궁금하다. 기형도는 등단 이후, 4~5년 간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다가 급작스러운 죽음(1989년 3월 7일)을 맞이했다. 알려진 대로 기형도 시인은 중학교 3학년 때 손위 누이 기순도 씨의 죽음을 겪은 뒤, 시를 쓰기 시작했다. 사춘기 무렵이다. 여기서 가정법을 가동시켜보자. 그가 습작 기간 내내 시를 썼다는 가정이다. 1985년에 등단까지 그는 10여년의 시간이 있었다. 무리한 설정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기형도 시인은 등단 이후의 시기보다, 습작기, 문청 시절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더보기
[그림이 있는 글] 침묵 한 걸음 앞의 시 -자코메티와 김수영 (2) 침묵 한 걸음 앞의 시 (2) -자코메티와 김수영 금은돌 / 시인, 화가 3. 작품, ‘그’를 바라보는 일 누구든지 매혹되었을 때, 그는 그가 보는 것을 사실은 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것은 즉각적 인접성 속에서 그를 만지고, 비록 이것이 그와 절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그를 사로잡고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매혹은 근본적으로 중성의 비인칭적 현전에, 미정의 그 누구에게, 얼굴 없는 거대한 어느 누구에게 관련되어 있다. 매혹은 시선이 맺고 있는 관계, 시선 없고 윤곽 없는 깊이와, 맹목적이기에 보게 되는 부재와 맺고 있는 그 자체로 중성의 비인칭 관계이다. 동생 디에고의 얼굴을 그리거나 조각으로 만들 때, 자코메티는 포즈를 취하는 순간부터 대상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고 고백한다. 작업을 진행하는 .. 더보기
[강의후기] <수유너머104 겨울강좌>[ 바깥의 문학] 1강 후기: 나는, 내 글은 ‘어디서’ ‘오는가’? 나는, 내 글은 ‘어디서’ ‘오는가’? 성아라(수유너머104 세미나회원) 가끔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꽤 자주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였을 것이다. 유치원 벽 한 쪽 구석에 머리를 박고 ‘나는 버림받았어, 나는 버림받았어’ 하고 중얼거리던 내가 있었다. 그렇게 중얼거리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고, 그 후에도 그 생각을 증명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벌어지는 사건들이 있었다. 버림받았다는 문장을 중얼대며, 비로소 나는 내가 버림받았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말이 세포가 되어 몸속을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팔다리가 다 있는데 불구자 같고 말하고 웃고 떠들며 사는데 유령 같았다. 준비 없이 맞닥뜨리게 된 몇몇의 사건들이, 수십 번의 말들이, 수백 번의 눈빛들이.. 더보기
[그림이 있는 글] 침묵 한 걸음 앞의 시 -자코메티와 김수영 (1) 침묵 한 걸음 앞의 시 (1) -자코메티와 김수영 금은돌 / 시인, 화가 1. 자코메티, ‘시선’이라는 깨달음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어느 강좌를 듣고 나오는 길에, 혜화역에 올라탔다. 마침 옆에는 그날 같이 수강했던 한 남성이 있었다. 그와 나는 강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지하철 인파 속에 문득, 응시했다. 눈빛 하나. 찰나. 남자. 반짝.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거두고 나는 다시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다. 뒤에서 누군가, 정수리를 가격했다. 시선 속 남자가 타원형을 그리며, 내 뒤로 다가왔고,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단지, 모르는 남자를 바라봤다는 이유만으로, 당했다. 묻지 마, 폭력을. 시선이 무섭다. 시.. 더보기
수유너머N 교토 방문 스케치 교토 방문 스케치 정리: 고승환 수유너머N에서는 2년마다 국제워크샵을 열고 있습니다. 국제워크샵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상가를 모시고 5일간 함께 토론하는 자리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수유너머N홈페이지 국제워크샵 메뉴에 들어가보시길!) 올해는 지난 2월에 국제워크샵이 있었는데요. 그 때 일본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학에서 도미야마 이치로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과 대학원생들이 수유너머N에 방문했습니다. 이번에 수유너머N에서 공식적으로 교토를 간 목적은 그 때 충분히 얘기하지 못했던 주제와 올해 일어로 번역된 이라는 이진경선생님의 저작을 깊이 있기 이야기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발표와 토론만 하고 온다면 재미가 떨어지겠죠? 발표날보다 조금 일찍 출국하고, 발표가 끝나는 날보다 조금늦게 귀국하여 .. 더보기
[영화이론의 개념들] 자기반영성의 정치학 자기반영성의 정치학 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문지용 1. 들어가며 본 에세이에서는 영화의 자기반영성 개념을 현대 영화이론의 정치화된 경향과 결부시켜 간략하게 고찰하고자 한다. 우선 장 루이 보드리의 장치 이론을 중심으로 주류 영화의 메커니즘에 도전하는 영화이론들과 그러한 이론들이 어떠한 영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본 이후, 그 대안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는 자기반영성 개념에 관하여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유사하면서도 대조적인 세 텍스트, 장 뤽 고다르의 및 과 프랑소와 트뤼포의 을 분석함으로써 자기반영성이 실제 텍스트에 있어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그 정치성은 어떠한지 알아보는 것으로서 에세이를 매듭짓고자 한다. 2. 영화이론의 정치화와 대안적 영화 현대 영화이론은 1968년의 정치적 격변을.. 더보기
[영화이론의 개념들 04]영화의 공백, 그리고 정신분석의 응답 [영화이론의 개념들04] 영화의 공백, 그리고 정신분석의 응답-크리스티앙 메츠, 『상상적 기표-영화·정신분석·기호학』(1984) 문화/수유너머N 회원 왜 정신분석학인가?정신분석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응답할까?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질문에 대해 ‘정신분석’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영화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 정신분석은 얼마나 독창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까? 1960년대 ‘기호학’을 영화에 등장시키면서 활발한 논의를 이끌었던 크리스티앙 메츠는 이번에는 ‘정신분석’이라는 무기를 가져와 먼저번의 무기를 재장전한다. 기호학과 정신분석의 만남! 메츠는 정신분석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이러한 만남을 시도한 것일까. 은폐된 동일시의 이데올로기적 효과 메츠가 정신분석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한데에는 .. 더보기
[영화이론의 개념들 03] 영화이론에서 기호학이라는 방법론의 등장 영화이론에서 기호학이라는 방법론의 등장 -크리스티앙 메츠, 「영화, 랑그인가 랑가주인가?」(1964) 수유너머N 회원 조지훈 영화이론에서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기호학은 기존의 연구방식에 논쟁적인 활기를 불러일으켰다. 특별히 사회학이나 심리학 같은 다른 여타 학문보다도 학제 간 연구를 활성화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까닭은 영화기호학이 명확한 관점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호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지니는 “방법론적 접근” 때문이다. 예컨대 바쟁과 같은 사람이 보여주었던 존재론적인 접근 방식이 “영화란 무엇인가”를 물었다면, 기호학이 보여주는 방법론적 접근은 “영화는 기호학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메츠의 1964년 논문인 「영화, 랑그인가 랑가주인가?」.. 더보기
[영화이론의 개념들 02] 영화가 이데올로기를 살아내는 방식들 [영화이론의 개념들 02] 영화가 이데올로기를 살아내는 방식들 - 장-루이 코몰리와 장 나르보니의 (1969) - 이 종 현 / 수유너머N 회원 영화는 순수한 것일까? 앙드레 바쟁은 영화에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화면에 깊이를 부여하고 그 깊이로부터 다양한 의미를 길어낼 것을 주문했다. 헐리우드 고전영화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명적 몽타주, 즉 어떤 장면을 하나하나 쪼개서 설명해 주는 것을 바쟁은 가장 싫어했다. 어떤 방에 들어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계단에 오르고, 문손잡이를 잡고 돌려, 방안으로 들어가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총을 쏴 죽이거나 하는 것들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것은 현실을 너무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지닐 수 있는 무한한 경우의 수들, 그리고 그 .. 더보기
[영화이론의 개념들 01] 현실의 모호성을 담아내는 영화의 리얼리즘 영화이론은 수많은 개념들의 잔치입니다. 리얼리즘, 이데올로기론, 기호학,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디지털 미디어론 등등. 이러한 현란한 개념들은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한 것도 아니고, 아카데미의 전당을 지키기 위해서 대중들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함도 아닙니다. 아마도 영화이론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기보다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는다면, 아마도 영화에 대한 성찰을 상이한 이론과 접속시키고자 애쓴 실험의 흔적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실험정신에 경의를 표하면서, 그들이 남기고간 실험의 결과물을 명료한 언어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영화이론의 개념들 01] 현실의 모호성을 담아내는 영화의 “리얼리즘”-앙드레 바쟁의 리얼리즘 수유너머N 연구원 조지훈 영화이론은 영화비평을 위한 이론도 아니고 영화제작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