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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문학.예술

멈추지 않을 질문들- 황정은 외,『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 2014)

멈추지 않을 질문들

- 황정은, 가까스로, 인간,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 2014)

 

 

 

 

 

 전병석/수유너머N 세미나회원

 

 

 

고백; 우연히 노란리본을 가지다

  우연히 세월호 사건을 길거리에서 마주했다. 6월의 어느 날, 밀양 송전탑 반대를 위한 1인 시위를 나가기 위해 피켓을 들고 홍대입구역으로 갔다. 홍대역 9번 출구에서는 노란 모자의 아주머니들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서명을 받고 있었다. 잠깐 멈칫하다 연락처와 주소 그리고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가방에 매다는 노란리본을 선물받았다. 그렇게 우연히 나는 노란리본을 가방에 걸게 됐다.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을 알게 된 것도, 그리고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이 글쓰기도 우연이다. 그런 우연 탓일까? 책을 읽었음에도 좀처럼 글쓰기는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연구실 동생에게 하소연했다. 내 말을 듣고 난 뒤 동생은 말했다. -, 가방에 달고 다니던 노란리본은 어디 갔어?- 동생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오히려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일상에 푹 젖어버린 나는 세월호 사건을 우연한 사고로, 나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 속의 사고로, 그러니까 세상에 일어날 법한 수많은 사고들 중 하나로 생각했기 때문에 노란리본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노란리본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래서 이제 우연한 노란 리본과의 만남을 설명하려 한다. 아니 다시 읽은 눈먼 자들의 국가로 노란리본과의 우연한 만남에 물음을 던질 것이다.

 

 

 

 

가만히 있지 마라

 『눈먼 자들의 국가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슬픈 진실의 무게를 선사한다. 12인의 필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점이 담긴 목소리는 세월호 사건이 가지고 있는 진실을 더듬자고 우리에게 다가선다. 그들은 우리에게 가만히 있지 말 것을 힘주어 주문한다. 김연수 작가의 말을 빌려오자면, 그는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면 역사는 진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역사의 진보를 가만히 기다리며 있는 일은 마치 인간이 나이가 든다는 이유만으로 지혜로워진다는 것만큼이나 거대한 착각’(40)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착각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12개의 글 중에 황정은 작가의 가까스로, 인간에 주목한다. 그 글쓰기는 소위 일상이라고 부르는 생활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또한 고백으로서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따라서 가까스로, 인간은 세월호 사건을 평소 생각하고 있는 내면의 문제를 끊임없이 건드리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일상인가?’ 아니 유가족들이 돌아가야 하는 일상의 모습은 어떠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 가슴에 콕콕 박힌다. 마치 그러한 일상 풍경을 만드는 데 한 손 거든 것처럼 느껴졌다.

 

 

 

세월호 사건을 고백과 질문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질문하며 응답하라. 그리고, 세상의 답신을 지켜보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과 같은 마음으로 초코바, 초코바, 같은 것을 자신들에게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보다 내가 좀 살아야겠으니 이제는 그만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일상, (중략)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거듭, 거듭, 습격당하는 일상.

-황정은, 가까스로, 인간, 93-

 

 습격당하는 일상이 존재하는 세계에 이제 물음표를 던져보라고 황정은 작가는 말한다. 만약 질문하지 않는다면 질문 없는 삶, 상상하지 않는 삶, 무감한 삶, 총체적으로 그런 삶에 익숙한 삶, 말하자면 살아가는데 좀더 편리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 (94)에는 결코 변화가 없다. 왜곡된 일상에 질문하고, 그 질문에 응답하라는 그녀의 말은 지극히 타당하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의 삶을 고백하며 질문하고, 다시 누군가의 응답으로 이어지는 고백들의 순환 속에서 세월호 사건은 비로소 잊히지 않는다. 비록 가장 먼저 응답해야 하는 그분들이 입을 열지 않을지라도, 그 무거운 입을 향한 질문을 계속 해야 한다. 그래야 황정은 작가의 글 제목대로 가까스로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누구든 응답하라.

이내 답신을 달라.

-황정은, 가까스로, 인간, 98-

 

                                                               

 

  세월호 사건을 향한 질문과 답신의 순환에서 416일은 잊히지 않는다.

 

 다시 노란 리본에 대한 우연한 만남에 고백하자. 그간 질문이 없었던 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휘말리기를 주저했던 것은 아닌지.일상에 함몰되어 세월호 '사건'을 '사고'로 간주하여 그 '사건'을 잊은 것은 아닌지 질문을 다시 시작하자 가까스로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되었다지만, 이 역시도 새로운 질문이 시작될 지점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