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_문학.예술

[사루비아 제주도] 추워요, 안아줘요.










우리는 글 쓰는 모임으로 만났다.
각자 글을 쓰고, 그것을 나직하게 읽는 목소리, 목소리들은 우리들을 다른 시공간에 놓이게 만들었다.
그때 나는 다른 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그 사람의 눈에서.
눈빛이 순간적으로 세계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물론 내 세계까지.
그가 계속 모임에 나왔더라면 그의 눈 속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무작정 내뱉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다시 만났다.
귀농에 관심이 많다고 했었는데 정말 귀농했다. 그것도 제주도로.



"춥지 않겠어요?"
"괜찮아요."



집안에서도 겉옷을 다 입고 있어야 할 정도로 추운 날,
딱히 난방이 되지 않는 방.
자신이 쓰던 전기장판을 손님인 내게 내주었다.
두꺼운 이불도 내게 주었으면서도 괜찮단다.
'같이 잘래요?'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는데 꾹꾹 참았다.
예전에 별다른 흑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스스럼없이, 당연히 같이 잤을텐데 -_-;;;;;
아니면. 좀 더 친밀한 관계였다면.
그냥 확 더 밀고 나가서 추워죽겠다고. 안고 재워달라고 온갖 끼를 부려댔을텐데. (뎡...말? -_-a)


아무튼 따로 잤고, 잠을 설쳤다.
전기장판을 깔았는데도 추워서, 내가 이 정도로 추운데 창가에서 자는 그는 더 추울 것 같아 걱정되서.
같이 잤어도 잠은 설쳤을게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내 가슴 뛰는 소리가 그의 코고는 소리보다 클까봐서.








비가내려 비가 축축 하늘에선 비가 축축
비가내려 비가 축축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걸까
비가내려 비가 축축 하늘에선 비가 축축
비가내려 비가 축축 하늘이 울음이라도 우는걸까
술김에 니 방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길 참 잘했어
분위기에 취해 니 입술에 키스하지 않길 참 잘했어
술취해 니 이불로 기어 들어가지 않길 참 잘했어
분위기에 취해 니 입술에 키스하지 않길 참 잘했어
참 잘했어 참 잘했어 참 잘했어
근데 왜 비가 내려 비가 축축 내 마음에도 비가 축축
비가 내려 비가 축축 내 마음에 구멍이라도 뚫린걸까
비가 내려 비가 축축 하늘에도 비가 축축
비가 내려 비가 축축 하늘이 울음이라도 우는 걸까
술김에 니 방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길 참 잘했어
분위기에 취해 니 입술에 키스하지 않길 참 잘했어
술취해 니 이불로 기어 들어가지 않길 참 잘했어
분위기에 취해 니 입술에 키스하지 않길 참잘했어

참잘했어

참잘했어

참잘했어

참잘했어

- 아마도 이자람 밴드, <비가 축축>

















다음날은 이 노래를 계속 흥얼거렸다. 참잘했어~ 참잘했어~
개뿔. 참 잘하긴.
같이 자자고 하기 뭔가 쑥스러우면
낮에 아무거나 와구와구 주워먹어서
밤에 배탈로 데굴데굴 구르며 배 문질러 달라고 했어야 했다. 





아무튼.
싱숭생숭. 아쉬움 한 가득(?)으로 제주도 여행 시작.  [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