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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철학.사회

[인문학리뷰] 『코뮨이 돌아온다-우리 친구들에게』

『코뮨이 돌아온다-우리 친구들에게』 서평

 

 

 

 

 

 

 

김기영(수유너머104 회원)

 

 

 

 

『코뮨이 돌아온다-우리 친구들에게』는 ‘평화’, ‘민주주의’,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허위임을 단언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존재하는가? 애초에 평화도 민주주의도 사회도 없었던 이곳에 존재해 온 것, 우리를 연결해온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의 대답은 분명하고 어긋남이 없다. 그리고 강력하다.

 

저자 ‘보이지 않는 위원회’는 프랑스에 근거한, 코뮨의 세계적 연대를 촉구하는 강도 높은 지식인 집단이다. 이들은 많은 것들을 주장하고 선언한다. 모두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 들이다.

 

이들은 평화가 허위라고 주장한다. 별일 없이 지나가는 듯 보이는 하루지만 어디선가는 테러로 수백 명이 희생당한다. 헤아려지지 않을 뿐 우리는 파국을 향해 전속력으로 추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우리에게 평화는 없었고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면역계가 신체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적들을 무찌르듯.

 

이들은 말한다. 평화의 가면을 벗기고 유혈사태를 중단하기 위해서 전쟁을 해야 한다고. 그러나 이들의 “전쟁”은 폭력과 살상이 아니다. 전쟁은 벗어나야 하는 것들과의 전면적인, 진심 어린 대결이자 “이질적인 역량들의 접촉을 주재하는 논리”이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허상이라고 선언한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소수의 독재자들에게 조정당하고 지배되었다고. “자신을 주인으로 알지만 사실은 노예인 대중은 노예인 척 하지만 사실은 주인인 소수자들에 의해 통치당하고 있다.”(64) 인간이 통치당해야 할 만큼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면 통치는 부당하고 불필요한 압제임이 분명하다.

 

만일 이들의 말대로 민주주의가 허상이라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던 수많은 “민주화운동”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1968년 프라하의 봄과 1980년 서울의 봄,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을 기억해보자. 부패와 독재에 저항하던 이 싸움들은 모두 전쟁이나 외세의 개입, 또 다른 독재로 이어졌다. 혁명이 진압되자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몰려들었다.

 

 

모든 것은 반복될 뿐이었다. 분노는 희망으로 바뀌었다가 절망으로 변하고, 부조리는 계속되었다. 썩은 권력이 무너진 빈자리에는 무능한 정권, 꼭두각시 권력, 새로운 독재가 들어선다. 그래서 이들은 전면전을 주장한다. 거리에서 승리하는 것, 권력을 부수는 것만으로는 권력을 해체할 수 없다. “반드시 권력의 근거를 박탈해야”(72)한다.

 

이들은 사회가 없다고 말한다. 대신 여러 세계가, 우리가 경험하는 일련의 유대, 우정, 반감, 실질적인 멀고 가까움이 있을 뿐이다.(170) 사회는 역대 통치방식들에 의해 드리워진 그림자를 지칭할 뿐 아니라 언제나 통치에 봉사해 왔다(153),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처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들은 ‘코뮨’이라고 답한다.

 

코뮨은 언제나 존재했던 맹세, 약속이었다. 코뮨이 추구해온 것은 조직이나 기관 같은 실체가 아니라 유대의 질과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코뮨을 선언하는 것은 매번 역사적 시간을 경첩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고, 코뮨을 선언하는 것은 서로 유대관계를 맺는데 동의하는 것이다(176). 이들은 코뮨의 ‘다시 돌아옴’을 선언한다.

 

이들은 주장한다. 우리가 사회에 포위되어 민주주의라는 허상을 좇으며 독재자들에게 부당하게 통치당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바로 “봉기”와 “전쟁”이라고. 그리고 통치를 해체하고자 한다면, 봉기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먼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그렇다. 전면전을 위해 우리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공유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해 공유를 위한 텍스트, 자료”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혁명과 유사한 혁명의 반복, 혁명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 아니다. 도처에 감추어져 있는,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짐작하기 어려운 혁명의 잠재성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이들의 말대로 유대와 약속의 역량을 가진 존재라면 시대를 탈구시키며 도처에서 고개를 내미는 코뮨을 반가이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