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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이슈_이진경 칼럼] 종말 이전의 종말, 혹은 종말론적 세계 “하늘에서 갑자기 수백마리의 새떼들이 죽어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땅에선 천만에 가까운 동물들이 죽어, 그 핏물이 대지에 흘러넘치도다. 거대한 지진이 전에 없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육지가 이동하며 지구의 지축이 흔들려 밤낮의 행로가 틀어지도다. 근대과학의 정수가 집약되었다는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고 폭발하여 방사능이 물과 음식은 물론 전세계의 대기로 퍼져가 죽음의 재가 되어 인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그 미래마저 잡아삼키리라.” 정말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것이 인간이 자행한 업보가 죽음의 인과로 되돌아오는 종말을 뜻한다면, 두 번째 것은 자연이 자신의 신체와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정화’의 종말을, 세 번째 것은 과학이 만든 합목적적 세계가 그 근저에서 붕괴하는 종말을 뜻하는 것이.. 더보기
이 시대의 리얼리즘 - 편혜영의 <아오이가든> “썩은 돼지 사체가 퍽 소리와 함께 땅 위로 솟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며칠 전 컴퓨터를 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기사 제목이다. 만약 몇 년 전쯤 이 기사 제목을 봤다면 어땠을까. SF영화나 장르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이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 ‘구제역으로 파묻은 돼지 사체가 따뜻한 날씨에 부패하면서 가스가 차 매몰지에서 솟아올랐다’는 설명을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말이다.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지금은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 이 비에 매몰지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우려들이 쏟아지고 있고 어디선가 침출수로 의심되는 폐수가 쏟아졌다는 소문도 들린다. 연구실에서는 매주 월요일 문학 세미나가 열린다. 이 세미나에서는 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