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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바깥의 문학] 재현의 정치성에서 상상의 정치성으로― 김시종과 김혜순의 시 재현의 정치성에서 상상의 정치성으로― 김시종과 김혜순의 시 너는 말도, 추측도 할 수 없다, 너는 다만 부서진 이미지들 더미만 알기 때문에……이 파편들로 나는 나의 폐허를 지탱해왔다― T.S. 엘리엇, 「황무지」 부분 송승환_시인. 문학평론가 1. 기억하기 위해서는 상상해야 한다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1958)는 폴란드 모노비츠 마을에 소재한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그의 처참한 체험을 기록한 증언 ‘문학’이다. 이탈리아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는 1943년 12월 3일 파시스트 민병대에 체포되어 1945년 1월 27일까지 갇혀있던 수용소의 삶을 기록하였는데, 그는 「작가의 말」에서 책을 쓴 의도를 이렇게 밝힌다. 내 책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당혹스러운 주제로 전 세계의 독자들에.. 더보기
[바깥의 문학] 주소 없는 편지― 2018년 신인들의 시적 감응에 대하여 주소 없는 편지*― 2018년 신인들의 시적 감응에 대하여 최진석_문학평론가. 수유너머104 회원 1. 리듬과 감응, 유물론의 시학 유물론적 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게오르기 플레하노프(Georgii Plekhanov)는 예술의 오래된 기원 중 하나로 리듬에 대한 감각을 꼽은 적이 있다. 그의 예술론을 모아놓은 『주소 없는 편지』(Pis’ma bez adresa, 1899)에 따르면, 원시사회에서 노동이란 파편화된 각자의 힘을 단일한 집합성으로 끌어모으는 과정이고, 그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동인(動因)은 다수의 인간을 하나로 엮어내는 몸의 감각 즉 리듬이라는 것이다. 플레하노프가 유물론적 혁명가이자 정치철학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이 새롭거나 놀라워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이채롭게 보아야 .. 더보기
[바깥의 문학] 염려하는 주체와 언어의 형식―김복희와 안태운의 시 염려하는 주체와 언어의 형식―2010년대 한국시의 경향과 특이점: 김복희와 안태운의 시 돌들은 땅 위에 깔려 있다,물 한 방울 짜낼 수 없는 돌들,목덜미를 연상시키는 보통 돌들,보통 돌들, ―비문 없는 돌들.―이오시프 브로드스키 송승환_시인. 문학평론가 1. 새로운 언어 없이 새로운 세계는 없다 지난 2016년 10월 29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2017년 3월 11일 20차 촛불집회까지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광장에서 열렸다. 헌법에 기초하지 않은 소수의 권력 남용과 부정부패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촉발된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평화적이며 지속적인 참여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였다. 특히, 19차 촛불집회까지 세대와 성별을 가르지 않고 참여한 시민들의 최종 누적 연인원은 1,500여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