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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철학.사회

[수유너머N이 추천하는 말과 글] 열 번째: 조합을 통해 창조하기

세상에는 훌륭한 말과 글이 아주 많습니다. 풍성하게 운영되는 여러 다른 웹진과 블로그의 글들에서부터, 아카데믹한 격식이 오히려 그 가치를 가리고 있는 학술논문에까지, 수없이 많은 좋은 글들이 있습니다. 글만이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부쩍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강연과 발표에서도 보석 같은 메시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유너머N이 추천하는 말과 글]에서는 도처에 흩어져 있는 훌륭한 말과 글을 모아, 추천의 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권하려고 합니다. 

-코너 소개-



조합을 통해 창조하기





꽁꽁이/수유너머N 회원





  마크 론슨은 국내에는 세계에서 가장 옷 잘입는 남자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뛰어난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그는 직접 작곡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진가가 더욱 발휘되는 영역은 디제잉과 프로듀싱입니다. 그는 여러 뮤지션들과 협업을 하며, 기존 영국 대중음악의 자산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아래의 영상은 "어떻게 샘플링이 음악을 바꾸었을까?"라는 그의 강연입니다. 그는 ted에서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혼란에 빠졌다고 합니다.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이에 대답하기 위해 기존 ted강연에서 음악에 대해 말했던 수 많은 연사들의 강연을 보았습니다. 그는 그들의 말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을 포스트잇에 써 벽에 붙혔습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말해야 할 내용이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는 남의 언어로 자신의 언어를 창조하고 있었던 겁니다. 


                                


  단지 남의 언어를 훔치는 것이 아니라 샘플링하여 반복시키고 변주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는 오늘날 음악에서 보편화된 샘플링 기법이 어떻게 음악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해 논해봅니다. 역사적 순간을 담은 어느 가수의 음악은 샘플링을 통해 끝없이 변주되어 그 영향력을 이어갑니다. 그러니까 음악은 시대를 넘어 자연스럽게 흐르고 또 흐르게 된 것입니다. 이는 음악의 방법론이면서 철학의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음악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스카 에이지의 [캐릭터 소설 쓰는 법]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실제로 장르문학 스토리텔러이자 이론가이기도 한 그는 대중문화의 하위장르, 라이트 노벨(캐릭터 소설)이 어떻게 기존의 문학과 다르며 왜 다른 가치를 갖는지에 대해 대답하려고 합니다. 캐릭터 소설은 패턴이나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내러티브에서 가져온 부품들로 얽기 섥기 재프로그램화한 것이 라이트 노벨 혹은 캐릭터 소설의 방법론입니다. 

  하지만 오쓰카는 단순히 패턴으로 환원할 수 없는 개성을 느낀다고 합니다. 비록 캐릭터 소설은 리얼함의 반영은 아니지만, 그 안에 실존적 무게를 보여줍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독창적이지 않지만 독창적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조합을 시행하는 주체가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이 조합 속에서 작가의 리얼함이 삐져나옵니다. 

  마크 론슨이나 오스카 에이지가 모두 기존의 데이터 베이스를 경유하여 자신의 작품을 구성하는 데에도 결코 훔치기가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데이터 베이스 내 요소들의 조합을 창조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조합을 통해 창조하기' 어떻게 보면 새롭지 않습니다. 모든 창조자들이 갖고 있던 비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