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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문학.예술

구조된 자의 목소리-박민규, 「눈 먼 자들의 국가」 (『눈 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구조된 자의 목소리박민규, 「눈 먼 자들의 국가」 (『눈 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차소영/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5월 12일, 프리모 레비의 (돌베개, 2014, 이하 )가 출간됐다. 세월호가 잠긴 지 한 달째였다. 제목은 한 달 전에 수몰된 이들을 연상케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세월호를 다룬 책이 아니다. 시기상 절묘하게 읽힐 수 밖에 없었던 제목 역시 세월호에 빗대려던 것이 아니다. 원제를 별다른 바꿈 없이 옮겨온 것이었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라는 커피가 보여주듯이, 는 2014년 4월 16일 진도에서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먼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책이다. 레비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를 구조된 자라, 죽은 이를 가라앉은 자라 말했.. 더보기
[풍문으로 들은 시] 쓸모 없는 것들의 공동체-진은영, 『훔쳐가는 노래』(창비, 2012) 하이데거는 시인을 일컬어 ‘존재의 거처를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말합니다. 시인은 왜 스스로 아무도 돌보지 않는 존재의 터, 텅 빈 그 자리의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그들의 시쓰기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수행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시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와 더불어 세계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됩니다. [풍문으로 들은 시]에서는 2000년 이후의 출판된 한국의 좋은 시집들을 한권씩 소개하려 합니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시를 읽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코너소개 쓸모 없는 것들의 공동체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창비,2012 하얀/수유너머N 회원 진은영 시인은 시인이자 철학자이다. 동사무소에서 일하던 시절, 시를 쓰고 싶다는 진은영의 꿈을 응원하던 한 언니에게 .. 더보기
[개봉영화 파헤치기] 애인을 거칠게 죽여야 했던 영화 -<킬 유어 달링> 애인을 거칠게 죽여야 했던 영화 - 지안/수유너머 N 회원 앨런 긴즈버그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던진 시시껄렁한 멘트로도 도서관 서고실에서 사서와 오럴 섹스를 하는데 성공한다. 겉으로 조신한 척 하던 사서는 묻지도 않은 성경험 이력을 말하며 경험 없는 긴즈버그를 무시한다. 이런 개방적인! 시대에 같은 ‘외설적인’ 책들은 대학교 도서관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볼 수조차 없다. 그래서 문학도 루시엔 카는 고요한 도서관에서 이렇게 외친다. “문학은 혁명이다!” 은 현재 '비트 세대'라고 명명된 작가들이, "너는 작가냐?"고 물으면 빨개진 얼굴로 부끄러워하며 "아니"라고 답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이야 이들을 가리켜 비트세대라 말한다고 우리는 배우지만, 변변한 작품하나 없이 교수한테 까이던 시절의 이 작가들, 아.. 더보기
[풍문으로 들은 시]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에코-김행숙, 『에코의 초상』 하이데거는 시인을 일컬어 ‘존재의 거처를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말합니다. 시인은 왜 스스로 아무도 돌보지 않는 존재의 터, 텅 빈 그 자리의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그들의 시쓰기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수행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시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와 더불어 세계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됩니다. [풍문으로 들은 시]에서는 2000년 이후의 출판된 한국의 좋은 시집들을 한권씩 소개하려 합니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시를 읽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코너소개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에코 -김행숙, 『에코의 초상』, 문학과지성사, 2014 하얀/수유너머N 회원 김행숙 시인은 1999년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4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사춘기』(문학과지성.. 더보기
[개봉영화 파해치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 '루저' 워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스타 ‘루저’ 워즈 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문지용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마블 히어로 영화들보다 가깝게는 조스 웨던의 , 멀게는 시리즈, 더욱 멀게는 고전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의 전통에 밀접하게 닿아 있다. 주인공들의 능력은 어벤져스 멤버들에 비교할 바가 못 되고, 이나 가 보여주었던 일종의 포스트 9.11 정치학에 비견될 만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거대한 우주 세계의 아기자기한 묘사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모험 활극, 그리고 유머다. 이 영화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제임스 건이다. 그는 에서 각본을 맡아 묵직한 원작을 날렵하게 리메이크하는 솜씨를 보여주었고, 연출 데뷔작이자 B급 외계인 영화 에.. 더보기
[개봉영화 파해치기] 웰메이드 오락영화, <군도> 웰메이드 오락영화, 수유너머N 회원 전성현 들어가기 전에는 사실 두려웠다. 24일 이 영화를 본 필자는 23일부터 기록되고 있는 군도에 대한 감상평을 여기 저기 곳곳에서 살펴보았는데, 사실 긍정적인 평가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윤종빈에게 실망했다는 평가도 있었고, 130억이 도대체 어디 쓰인 건지 잘 모르겠다는 평가도 있었으며, 강동원이 너무 강하게 나와서 마치 히어로물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지만, 그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아서 이 영화를 정말 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윤종빈에 대한 애정을 믿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물론 돈을 날릴 가능성이 고려하여 조조영화로 보았다. 영화에 몰입을 하면서 어느새 뇌리에 있던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은 사라졌다. .. 더보기
[이 한 장의 사진04] 사진에서 어떤 의미가 발생하는가? 사진에서 어떤 의미가 발생하는가? - 스투디움과 푼크툼 - 롤랑 바르트,『밝은방』, 동문선 수유너머N 회원 고승환 롤랑 바르트는 자신의 저작 『밝은방』에서, ‘구경꾼’의 관점으로 사진에 접근한다. 바르트 자신이 사진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찍는 자’의 관점에서 사진을 바라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렇게 사진에 접근할 때 드는 질문은, 그렇다면 사진을 보고 어떤 의미가 발생하는가 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바르트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이라는 개념을 말한다. 스투디움이란 “사진에서 느끼는 평균적인 정서, 즉 거의 길들이기에 속한다.”(P.41) 즉, 코드화된 시선을 말한다. ‘찍는자’의 의도를 ‘구경꾼’의 마음 안에서 이해하는 과정에서, 스투디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푼크툼이란 무.. 더보기
[개봉영화 파헤치기] 돌연변이는 화해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찾는가? -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아직 열기가 식기 전인 따끈따끈한 개봉영화를 보고 재빠르게 리뷰를 쓰는 코너입니다. 영화에 대한 깊은 고찰과 숙고보다는 개봉영화를 보고 난 뒤의 느낌과 인상에 대해서 가감없이 스케치하고자 합니다. 영화의 국적과 장르는 가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오로지 현재 개봉하고 있는 영화와 같이 호흡 수 있는 리뷰를 올리고자 할 뿐입니다. 돌연변이는 화해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찾는가?- 더보기
[이 한장의 사진 03] 벤야민과 아제. ‘사진과 거리의 청소부(2)’ [기획서평] 이 한 장의 사진: 벤야민, 손택, 바르트와 함께하는 사진읽기 사진 세미나를 같이 했던 학인들과 함께 사진에 대해서 고민했던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진이론에서 고전격에 해당하는 발터 벤야민, 수잔 손택,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를 언급하면서, 더불어 이들이 특별히 애정을 보였던 "이 한장의 사진"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벤야민과 아제. ‘사진과 거리의 청소부(2)’ 신광호/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초창기 사진에 등장한 사람들은 …… 그들 주변에는 어떤 아우라(Aura)가, 시선이 그것을 파고드는 동안 그 시선에게 충만감과 안정감을 주었던 어떤 매질(媒質)이 있었다. 그리고 이 아우라에 상응하는 기술적 등가물도 분명히 있다. 즉 가장 밝은 빛에서 가장 어두운 그늘까지 이어지는 명암의 절.. 더보기
[이 한 장의 사진02] 벤야민과 아제: ‘사진과 거리의 청소부(1)’ [기획서평] 이 한 장의 사진: 벤야민, 손택, 바르트와 함께하는 사진읽기 사진 세미나를 같이 했던 학인들과 함께 사진에 대해서 고민했던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진이론에서 고전격에 해당하는 발터 벤야민, 수잔 손택,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를 언급하면서, 더불어 이들이 특별히 애정을 보였던 "이 한장의 사진"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벤야민과 아제: ‘사진과 거리의 청소부(1)’ 신광호/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아제가 지니는 비견할 수 없는 의의는 그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1900년경의 파리 거리를 포착했다는 점에 있다. 그가 마치 범행 현장을 찍듯이 파리의 거리를 찍었다고 한 말은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범행 장소에는 사람이 없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사진.. 더보기
[이 한 장의 사진 01] 수잔 손택, 정치를 위한 사진을 비판하다 [기획서평] 이 한 장의 사진: 벤야민, 손택, 바르트와 함께하는 사진읽기 사진 세미나를 같이 했던 학인들과 함께 사진에 대해서 고민했던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진이론에서 고전격에 해당하는 발터 벤야민, 수잔 손택,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를 언급하면서, 더불어 이들이 특별히 애정을 보였던 "이 한장의 사진"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수잔 손택, 정치를 위한 사진을 비판하다 조지훈/수유너머N 회원 카메라가 기록해 놓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상을 알게 되리라, 사진이 함축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수잔 손택, 『사진에 관하여』, 46p 좌우간 사진은 무엇인가를 경험하거나 무슨 일에 관여했다는 인상을 주는 데 꼭 필요한 장비가 됐다. -같은 책, 27p 1930년대 말 미국 농업안정국은 당시 일.. 더보기
[영화리뷰]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을 찍는다, <트루맛쇼> 2010년 일산의 한 번화가에 ‘맛(Taste)’이라는 식당이 문을 연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음식점인 ‘맛(Taste)’은 ‘광고와 다를 바 없는’ 텔레비전 맛집 프로그램들의 실태 고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세트다. 영화 는 ‘맛(Taste)'이 맛집 프로그램에 방영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 중에 ‘맛집 전문 브로커 임선생’이 등장한다. 그는 ‘향기 나는 것이 아닌 눈으로 보는 것’이라는 텔레비전 미디어의 속성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는 맛집 프로그램과 맛집에 출연을 원하는 식당을 이어주고, 맛집 프로그램용 메뉴를 개발하며, 맛집 사장으로 분장해 연기까지 한다. 임선생이 대박을 터뜨린 ‘캐비어 삼겹살’ 텔레비전 영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기극에 방송과 시청자가 부화뇌동하는 모습.. 더보기
[영화리뷰] 오늘 <오월애> 보고 왔습니다... 오늘, 두번째로 를 봤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아픔'과 '상처'로 이야기를 시작하시던 광주시민들이, 어느 순간, 80년 5월 광주 10일간의 '대동세상'에 대한 자긍심을 온 몸으로 드러내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그 분들은 그 대동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어서, 여러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공동체', '가장 행복했던 공동체', '꿈에서 가능할 것 같았던 세상', 그리고, '도둑과 강도도 휴업하고 시위에 참여했던' 그런 세상... 오늘 대학로 CGV에서 두 번째로 를 보았습니다. 나 포함 14명이 보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오늘 본 에서는, 여전히 외로운 광주의 '아픔과 상처'가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처음 볼 때는 몰랐었는데, 영화 속에서, 유난히도 비가 많이.. 더보기
[영화리뷰] <혜화,동>이 선택한 것 한 번은 울고, 한 번은 웃고 을 두 번 봤다. 첫 번째 볼 때에는 ‘동일시’가 잘 일어나 눈물도 찔끔 흘렀는데, 두 번째 볼 때에는 ‘반동일시’가 일어나면서 화가 났다. 을 다시 보기까지는 두 달 정도의 기간이 있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이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머리 혼자 멋대로 이 양가감정에 대한 원인을 파헤쳐가기 시작했다. 영화는 감독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 만들어지는 예술이다. 영화를 만들 때에 감독은 소재에서부터 시나리오, 콘티, 카메라의 위치, 쇼트의 크기, 빛의 양, 사운드, 편집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순간을 ‘감독’으로서 선택하고 결단한다. 이러한 ‘감독의 선택’과 결단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무엇을’ 에 대한 것이고 다른 .. 더보기
[영화리뷰] <경계도시2>, 다큐멘터리를 넘어선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에 대한 오해 다큐멘터리는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의 허구적인 해석 대신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영화장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에 현실을 담기 위해서는 현실을 선택하고 자르고 붙이는 허구적인 해석을 해야만 하고, 이 역할은 감독이 한다. 다큐멘터리는 어쩌면 극영화보다 감독의 자리가 더 중요한 장르다.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뚜렷한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마이클무어감독은 에서 수익을 위해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제도의 폐해를 그 특유의 직설화법과 블랙코미디적 방식으로 낱낱이 파헤친다. 마이클무어감독은 영화 속에 직접 등장하여 본인이 의도한 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간다. 한편 10만 관객을 동원해냈던 에서 논란을 빚었던 ‘누렁이 눈물 씬’은 극영화 못지않은 감동의 순간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