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자의 목소리-박민규, 「눈 먼 자들의 국가」 (『눈 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구조된 자의 목소리박민규, 「눈 먼 자들의 국가」 (『눈 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차소영/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5월 12일, 프리모 레비의 (돌베개, 2014, 이하 )가 출간됐다. 세월호가 잠긴 지 한 달째였다. 제목은 한 달 전에 수몰된 이들을 연상케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세월호를 다룬 책이 아니다. 시기상 절묘하게 읽힐 수 밖에 없었던 제목 역시 세월호에 빗대려던 것이 아니다. 원제를 별다른 바꿈 없이 옮겨온 것이었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라는 커피가 보여주듯이, 는 2014년 4월 16일 진도에서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먼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책이다. 레비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를 구조된 자라, 죽은 이를 가라앉은 자라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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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01] 수잔 손택, 정치를 위한 사진을 비판하다
[기획서평] 이 한 장의 사진: 벤야민, 손택, 바르트와 함께하는 사진읽기 사진 세미나를 같이 했던 학인들과 함께 사진에 대해서 고민했던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진이론에서 고전격에 해당하는 발터 벤야민, 수잔 손택,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를 언급하면서, 더불어 이들이 특별히 애정을 보였던 "이 한장의 사진"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수잔 손택, 정치를 위한 사진을 비판하다 조지훈/수유너머N 회원 카메라가 기록해 놓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상을 알게 되리라, 사진이 함축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수잔 손택, 『사진에 관하여』, 46p 좌우간 사진은 무엇인가를 경험하거나 무슨 일에 관여했다는 인상을 주는 데 꼭 필요한 장비가 됐다. -같은 책, 27p 1930년대 말 미국 농업안정국은 당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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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오늘 <오월애> 보고 왔습니다...
오늘, 두번째로 를 봤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아픔'과 '상처'로 이야기를 시작하시던 광주시민들이, 어느 순간, 80년 5월 광주 10일간의 '대동세상'에 대한 자긍심을 온 몸으로 드러내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그 분들은 그 대동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어서, 여러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공동체', '가장 행복했던 공동체', '꿈에서 가능할 것 같았던 세상', 그리고, '도둑과 강도도 휴업하고 시위에 참여했던' 그런 세상... 오늘 대학로 CGV에서 두 번째로 를 보았습니다. 나 포함 14명이 보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오늘 본 에서는, 여전히 외로운 광주의 '아픔과 상처'가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처음 볼 때는 몰랐었는데, 영화 속에서, 유난히도 비가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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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혜화,동>이 선택한 것
한 번은 울고, 한 번은 웃고 을 두 번 봤다. 첫 번째 볼 때에는 ‘동일시’가 잘 일어나 눈물도 찔끔 흘렀는데, 두 번째 볼 때에는 ‘반동일시’가 일어나면서 화가 났다. 을 다시 보기까지는 두 달 정도의 기간이 있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이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머리 혼자 멋대로 이 양가감정에 대한 원인을 파헤쳐가기 시작했다. 영화는 감독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 만들어지는 예술이다. 영화를 만들 때에 감독은 소재에서부터 시나리오, 콘티, 카메라의 위치, 쇼트의 크기, 빛의 양, 사운드, 편집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순간을 ‘감독’으로서 선택하고 결단한다. 이러한 ‘감독의 선택’과 결단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무엇을’ 에 대한 것이고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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