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현실을 먹고 사는 꽃!
-칼 마르크스,『헤겔 법철학 비판』(이론과 실천, 강유원 옮김)-
이미라/수유너머 N 회원
가볍지 않은, 아니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세 용어의 조합이다. 헤겔, 법철학, 비판.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도대체 맑스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희망은 현실을 먹고 사는 꽃’임을 알려주고 싶어했던 거라고 말한다면 ‘무거운’ 책을 너무 ‘가볍게’ 읽은 걸까?
“환상을 포기하라는 요청은,
이 환상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포기하라는 요청이다.”
맑스는 당시의 독일 인민대중에게 ‘종교가 행복을 줄 거라는 환상’을 포기하라고 요청한다. 또한 그는 종교적 환상의 포기란 이 환상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포기하는 것임을 밝힌다. 상황의 포기, 가능할까? 상황은 객관적 현실로서, 내 의지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닌데, 과연 ‘포기’가 가능한 걸까? 물론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포기’의 순간 , 그것은 ‘자살’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워지겠지만 말이다.
맑스가 ‘상황을 포기’하라고 말할 때, 이는 현실 상황을 직시하라는 뜻이다. 종교적 환상은 인민들의 ‘행복하지 않는 상황’에서 태어나 그 상황을 먹이 삼아 쑥쑥 자란다. 현실에서 행복한 사람이 현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맑스는 인민들을 행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그 현실을 직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나아가 그 현실에 놀라 자빠질 정도로 경악할 것을 요청한다.
“현실적인 억압에 억압의 의식을 덧붙임으로써 현실적인 억압을 더욱 억압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치욕을 공개함으로써 그것을 더욱 치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독일 민족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면 그 민족이 자기 앞에서 경악하게 해야만 한다.”
그래서 맑스는 이 책을 쓰기 전, ‘라인신문'시절에 그가 보았던 현실을 직시한다. 당시 독일의 법은 빈곤층이 땔감으로 고사목을 채취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었다. 또한 독일 정부는 모젤 지방의 포도재배농민들이 날로 도탄에 빠지는 비참한 현실을 우연지사로만 간주했고,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언론활동을 오히려 탄압했었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이 국가와 법의 비이성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1843년에 쓰여진 『헤겔 법철학 비판』과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은 국가와 법에 대한 맑스의 분석과 비판을 담은 책이다.
맑스는 이 책을 통해 인민대중들이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할 때 희망이라는 살아 있는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비판은 사슬에 매여 있는 거짓 꽃들을 뜯어내버렸는데, 이는 인간이 환상도 위안도 없는 사슬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슬을 벗어던져 버리고 살아 있는 꽃을 갖기 위해서이다.”
희망이란 있지도 않는 환상을 갖는 것이 아니라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피어나는 꽃이다. 희망의 또 다른 이름, 그것은 ‘현실을 먹고 사는 살아 있는 꽃’이다. 이 꽃을 갖고 싶은 자여,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현실과 대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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