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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철학.사회

[이슈_420 장애인차별 철폐투쟁] 장애등급제의 현실_박현진, 조은별


[420투쟁 특집1] 


 

 

<지식채널e: 5%의 등급>

 

 

 

 

"못 걷지만, 대소변 가린다고 장애등급이 떨어졌어요"

-2002년 뇌병변장애 1급 판정,

2010년 4월 장애등급 재심사에서 2급으로 하락해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긴 11살 김연정 양

 

 

 

 

박현진/비마이너 기자

 

 

 

 

“연정이가 걸을 수 없는데도 장애등급이 떨어진 건, 대소변을 가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어요.”

 

한국남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김연정 양의 어머니 후쿠모토 히로미(42) 씨가 밝힌 연정 양의 장애등급 하락 이유는 '장애 정도'가 아닌 '활동능력'이다.

 

2002년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걷지 못하면 1급’이라던 판정은, 8년 만에 서울재활병원에서 ‘걷지 못해도 대소변을 가리면 2급’이라는 기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2급으로 판정을 내린 기준은 이른바 ‘수정바델지수’이다. 수정바델지수는 복지부가 2010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뇌병변장애 판정기준으로 이전의 장애판정 기준이었던 '마비의 정도 및 범위, 불수의(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운동의 유무 등에 따른 팔·다리의 기능 저하'에 따른

장애 정도에 더해, 이에 따르는 '보행과 일상생활동작 수행능력'이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다.

 

뇌병변장애 1급의 상태는 ‘자발적인 수면주기는 있으나 자신과 주위 환경에 대한 인지능력이 없거나,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지속적인 비가역적 혼수상태로 수정바델지수가 24점 이하인 사람’ 혹은 ‘시간, 사람, 공간에 대한 지남력이 떨어지고, 경도의 인지능력이 있으나 보행과 모든 일상생활동작의 수행에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 수정바델지수가 24점 이하인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연정 양은 비가역적 혼수상태는 아니지만, 보행이 불가능하고 일상생활동작의 수행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왜 등급이 하락한 것일까? 이는 지난 5월 10일 열린 ‘뇌병변장애인 두 번 죽이는 장애판정제도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활동가의 발언이 그 이유를 잘 대변해준다.

 

“혼자 용변을 볼 수 없어도 용변의 느낌, 이른바 요의를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점수가 갈려 요의를 느끼면 10점으로 인정돼 1급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또한 옷을 입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경우도 30분 정도 걸려 가까스로 옷을 입을 수 있다면 시간 여부에 관계없이 1급을 받기 어려워, 모호한 기준에 문제가 많다”라는 것이다.

 

2000년생인 연정 양은 31주 만에 태어난 뒤 폐 기능이 미숙해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갔다가 산소가 뇌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장애를 갖게 됐다. 2002년 2월 뇌병변장애 1급으로 판정받은 뒤 2008년1월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한 달에 40시간 받게 됐다.

 

40시간은 연정 양이 일주일에 세 번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 갈 때만 가까스로 쓸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어머니 히로미 씨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때 셋째를 임신하고 있어서, 연정이를 안아 올리기가 힘들었거든요. 연정이 언니와 연정이가 연년생인데 연정이 임신 때 언니가 하도 안아달라고 해서, 뿌리치지 못해 안아주다 보니 연정이를 조산한 것 같아서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임신 기간에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게 돼서 셋째는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었죠.”

 

그러나 올해 2월 재심사를 받고, 4월 장애등급이 하락하면서 활동보조서비스는 끊겼다. 그나마 그동안 활동보조서비스를 중개했던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가 용산구청에 사정을 얘기해 지자체 활동보조서비스를 33시간 받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 때문에 연정 양의 목욕서비스로만 사용할 뿐 등하교와 병원치료 왕복 시간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으로 돌아왔다. 결국 일주일에 세 번 받던 물리치료는 힘에 부쳐 두 번으로 줄였다.

 

방학이라 특강을 듣는 연정 양을 쉬는 시간마다 챙기는 것도 히로미 씨가 맡아 하고 있다. 원래는 특수교사가 쉬는 시간 교실이동 등을 맡아 했으나 지금은 방학이라 4층 영어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히로미 씨가 1층 다문화수업 교실까지 옮겨주고 집에 돌아와 다시 하교 시간에 맞춰 연정 양을 데리러 간다.

언니와 엄마의 부축을 받으며 집에 돌아온 연정 양은 “활동보조시간이 줄어 엄마가 힘들어하시는 게 가장 불편한 점”이라며 어머니를 걱정했다.

 

히로미 씨의 소망은 한 달 60시간 정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 등 장애인이동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활동보조서비스가 늘어나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장애인콜택시를 신청할 때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병원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요. 두 시간 전에 미리 전화를 걸면, 한 시간 전에만 신청을 받을 수 있다고 하죠. 치료가 끝나고도 장애인콜택시가 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까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한 활동보조선생님이 병원치료를 해주시기가 어렵죠. 예전에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측에서 병원갈 때마다 차량을 제공해줘서 그나마 제가 집에서 일보며 연정이를 맡길 수 있었지요. 장애인콜택시 등 이동수단이 확보됐으면 합니다.”

 

장애아동의 돌봄이 고스란히 가족의 책임으로만 떠넘겨지는 현실. 히로미 씨는 “남은 아이들과 연정이를 잘 돌볼 수 있게 장애등급재심사 기준이 변경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이 글은 장애인의 주홍글씨 <비마이너>에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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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0투쟁 특집2] 



장애의무재판정, 장애인 죽음으로 내몰다

- 간질장애 4급 박아무개 씨, 장애 의무 재판정 후 탈락 통보
“장애 의무 재판정은 반인권적 잣대” 비판

 

 

 

 

조은별/비마이너 기자

 

 

 

 

장애 의무 재판정에서 등급 외 판정된 장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박아무개 씨(39세)가 지난 3일 장애 의무 재판정에서 등급 외로 판정받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자살했다.

박 씨는 3일 늦은 5시 45분경 유서를 들고 동사무소를 찾아 직원에게 3부를 복사해 달라고 한 뒤 청와대, 의정부경찰서, 의정부시청 등 세 곳에 보낼 것이라며 직원에게 우편봉투에 주소를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박 씨는 유서를 들고 칼로 흉부를 찔러 자해했다. 박 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늦은 8시 40분경 끝내 숨졌다.

박 씨는 유서에서 “재판정을 받으러 가 간질 증상에 대해 설명했지만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만 보고 장애 판정하는 공단의 관행을 고쳐 달라”, “서류만 보고 판결 내리는 장애 판정에서 대법원에서 판결해달라”, "공단의 장애판정 정하는 사람들을 조사하시고 잘못 진료하는 의사들을 조사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장애 비장애 떠나 평등사회 만들어 주세요"라는 등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간질장애는 3년에 한 번씩 장애 의무 재판정을 받아야 한다. 고인은 2010년에도 재판정을 받아 간질장애 3급에서 4급으로 등급이 하락한 바 있다. 

이날 영안실을 지키던 고인의 누나 박아무개 씨는 “어렸을 때 간질이 오면 쓰러져서 한참 경기를 일으켰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간질 증상이 나타나려고 하면 멍하니 앉아 좀 가라앉히는 방법을 찾았다”라면서 “장애가 나아진 것이 아니고 대처하는 방법을 찾은 것뿐인데 그것을 장애가 없어졌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박 씨는 “동생이 혼자 살아 형제들이 조금씩 용돈을 줬었는데 미안하니까 4년 전에 수급자 신청을 했다”라며 “형제들이 살고 있는 부산에 내려와 함께 살자고 했지만, 수급자로 혼자 살 수 있다고 했다"라며 슬픔을 표했다.

박 씨는 다섯 살 때 간질장애가 확인됐으며 성인이 된 뒤 형제들의 지원을 받다가 집안의 짐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수급자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5월 27일 장애 의무 재판정 심사에서 장애 등급이 등급 외로 나오자 수급자에서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장애 1~4급을 근로무능력자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박 씨와 같이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조건부 수급자가 돼야 하고, 자활사업에도 참여하지 않으면 추정소득이 잡혀 수급자에서 탈락한다.

4일 밤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 의무 재판정은 반인권적 잣대”라고 못 박고 “기존의 등급체계 자체가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장애 재판정이 장애인의 삶을 옥죄는 폭력적인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도 “국민연금공단 의정부지사 장애인지원센터장에게 전화해 '박 씨가 장애등급 탈락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떨어지는 걸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아니다. 수급자격 유지 여부에는 영향 없다.’라고 하더라”라며 “하지만 현행법상 장애등급이 없으면 근로 능력자로 여겨져 일해야 하는데 센터장이 이런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장애인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 이 글은 장애인의 주홍글씨 <비마이너>에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장애등급심사 피해자 인터뷰 더 보러가기

http://beminor.com/news/index.html?section=1&category=106&item=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