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마술쇼!, ‘원전 머니’가 감추는 원전의 문제점들
-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원전 마피아』(나름 북스, 2014)
지안 / 수유너머N 회원
작년 봄 쯤 뜨거웠던 ‘원전 비리’ 적발 문제에 이어 연말에는 ‘원전 해킹’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작년 26일, 신고리 3호기에서 노동자 3명이 질소배기밸브의 결함으로 사망했다. 원전과 관련하여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노동자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울산의 원전, 신고리 3호기의 모습이다.
최근 신고리 3회기 노동자 질식사망사고의 원인이 된 밸브를 납품한 업체는 2013년, “원전 비리 전수조사 과정에서 수동단조밸브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것이 밝혀져 공급업체자격 효력 정지”를 당했으나 2년 후 심사를 거쳐 공급업체 자격을 회복한다. (자료 출처: 민중의 소리, 12/30일자, 구자환 기자) 비리 납품으로 적발된 이력이 있는 업체의 밸브 작동 이상으로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러한 원전 안에서의 사망사고와 ‘원전 해킹’ 사건의 대응능력을 보았을 때 우리는 원전 관리 능력을 총체적으로 문제 삼아야 한다. 두 가지 사고 모두 대응능력은 미비했다. 노동자 3명이 사망할 동안 그들의 위치를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으며, ‘원전 해킹’ 문제에 있어서는 12/9일 원전 해킹이 처음 발견되었지만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열흘 뒤인 12/19일 발표한 ‘관심 경보’ 뿐이었다.
대체로 사람들은 원자력 사용에 있어 효율적인 비용을 자주 논한다. 그렇지만, 원전의 주요 구성 물질인 플로토늄만을 따져보아도 그것의 ‘반감기는’ 2만 4000년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이용하는 것에 당장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인류는 앞으로 몇 만 년 동안 핵 폐기장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보았을 때, 그리고 지금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한 여러 재해들을 염두에 두었을 때 우리가 원전을 이용하는 것은 정말 효율적인 것일까?
"지상 최대의 힘!" 안전장치 없는 원전 신화
“지상 최대의 힘-인류는 그것을 수중에 넣고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이 문장은 1954년 AEC의 홍보책자에 있는 구절이다. 여기서 ‘지상 최대의 힘’이란 원자력 발전소-원전-를 가리킨다. 마술쇼에나 어울릴 법한 ‘지상 최대’라는 수사는 이 힘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가를 오히려 잘 드러내준다. 상자 속에서 비둘기가 사라지는 마술은 비둘기가 압착되어 상자 속에 깔리는 것을 눈속임으로 포장한다. 깔린 비둘기 일본과, 마술사 미국의 관계는 ‘원전 머니’를 통한 온갖 번쩍이는 것들로 숨겨진다. ‘여기 보세요. 여기에 비둘기를 마음대로 사라지게 하는 마술쇼가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미국이 광고하던 ‘지상 최대의 힘’이 황당한 속임이었는가는 2011년 후쿠시마를 통해서 밝혀졌다. <원전 마피아>는 이러한 마술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가능했는가를 따져 묻는 책이다. 사실 원전의 일차적인 문제점은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그 피해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끝없이 확대 되는 원전 사고의 ‘이질적 위험’”이다. 일본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피폭 문제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현재 일본의 70%가 세슘 오염지역이다. 그리고 전 영토의 20%는 고농도 위험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단 한번이라도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피해의 규모를 따질 수도 없으며 되돌릴 수도 없는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된다. 핵폭탄과 원자력의 공통점은 중성자 충돌로 발생하는 힘을 이용한다는 원리이며, 차이점은 핵의 농도와 분열 속도이다. 즉 핵의 농도와 분열 속도를 제어하는 것을 통해 우리는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력 이용의 전제는 그것에 대한 제어가 충분히, 언제나 가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 일본 후쿠시마 제 1원전 사고를 통해서, 원전이 제어 가능하다는 생각이 실제로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의 이미지다. ‘핵’은 피폭자들, 공포, 죽음을 연상시키지만 ‘원전’은 보장된 경제적인 생산성과 안전할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즉 핵폭탄이 전쟁과 결부되어 있다면 원전은 핵의 평화적인 이용처럼 여겨진다.
세계 5대 과학지인 PNAS에서 게재한 일본 방사능 지도이다.
2014년 5월 21일, 간사이 전력 오오이 원전의 운전 금지 요구와 관련해 진행된 재판이 있었다. 이때 후쿠이 지방법원의 오오이 원전 3,4 호기의 재가동 금지를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정확히는 “원전의 안전 기술과 설비가 취약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문제가 불거졌던 부산 기장군의 고리 1호기는 30년 수명으로 설계되었으나 37년째 가동되고 있다. 노후 원전과 원전 비리 문제(바로 몇 주 전에도, 원전 부품인 전동기를 8년간 담합하여 입찰했던 기업들이 적발되었다.)를 해결하지 못했음에도 2014년 한국 사회란 UAE 원전 수주를 따낸 것을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사회다.
‘원전 대국 일본’을 탄생시킨 미국의 정치적 전략
일본은 세계 3대 원전대국이다. 일본이 50년대 이후로 급격하게 원전을 건설하여 원전대국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20세기 미국 아이젠하워 정부의 전략이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지역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이후로 미소간의 핵전쟁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발생한다. 그러자 미국은 국제 사회에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한다. 그것이 바로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 연설이었다.
미국의 원자력 평화 이용의 숨겨진 두 번째 전략은 사용가능한 핵물질의 확보였다. 군사적으로 전용하지 못하는 물질인 플로토늄을 외국에 유치한 원전이라는 장치를 통해 재획득하는 것이다.
한편 21세기의 일본 민주당 정권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수출 방침을 고수하는 중이다. 수출 대상국은 베트남, 요르단, 리투아니아, 터키, 4국이다. 일본 경제상업상은 “국내에서 원자력 이용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용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자원에너지청 담당자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과는 무관하게 교섭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전 세계, 특히 일본에 원전을 건설한 것이 정치적 이익 때문이었다면 이제 일본의 원전 수출 문제에서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생명권에 우선하고 있다.
원전 설립 지역의 발전기금을, 전기세 형태로 거꾸로 납부하는 지역민들
일본에서 원전 부지로 선정이 되면, 그 지역에는 온갖 출처 없는 기부금이 흘러들어온다. 지자체당국도 기부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1974년 일본에서는 전원 3법이라는 법이 만들어졌는데, 전원 3법이란 “세금으로 원자력발전소 입지 지역에 ‘답례용 공공시설’등을 건설하고 현지를 원전 추진체제 안으로 편입시키는 제도”이다.
지자체 관계자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새삼 아오모리의 원자력 관련 시설에 공포를 느꼈다. 솔직히 큰 액수의 기부금을 생각해 보면 원전 탈피를 말하기가 주저된다.”고 말할 정도이니 전원3법 제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원전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부금은 마을 만들기 사업이나 지역 발전을 위해 쓰인다. 그런데 ‘원전 머니’를 통해서 ‘리조트 같은 초등학교’와 번듯한 건물들이 들어서면 ‘마을 만들기’ 활동, 혹은 적어도 지역발전은 가까워지는 걸까?
카시와자키 모치다 시의원은 원전 머니로 지역시설을 짓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모두 착각하지만, 이런 돈들이 오히려 주민의 단결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시설에 유지비는 당연하게 많이 들고, 그로 인해서 지자체 재정이 압박 받는다. 도심이 아닌 지역에 수요나 필요와 무관하게 대규모 시설을 지었을 때 오히려 지역 적자가 발생한다.
이런 눈 먼 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내각 시절, 56.8%의 전력 요금 인상안이 통과된다. 즉 전력회사가 뿌려대는 지역 기금은 일본 국민들의 전기 요금에서 충당되는 것이다. 인상된 전기요금에는 원전 입지 지역으로 들어가는 지역기금을 이루고 있는 ‘전원개발촉진세’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세금은 전력회사가 일본 정부에 납부하는 형태지만 사실 전기 요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원 개발 촉진을 위한 비용을 사실상 일본 국민들, 원전 설립 지역 주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건 이후로 지역주민들 역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기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은 지역발전을 위한 필요악인 것처럼 선택된다. 또한 한국의 경우에서도 전력난을 해결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만이 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여론을 지난 2014년 총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원전 마피아>의 부제는 ‘이권과 종속의 구조’이다. 이권에 눈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구조에 생산 중심적 사고방식은 종속된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는 한 원전에 대한 종속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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