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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서평] 벽암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벽암록은 설두 중현 스님이 선사들의 화두 100개를 골라 송(頌)을 붙인 것(『설두 송고』)에다, 원오 극근 스님이 수시와 착어, 평창을 달아 만들어진 책이다. 수시는 각 ‘장’의 요지를 간결하게 요약해서 보여주는 부분이고, 착어는 화두나 송의 구절마다 논평을 한 것이며, 평창은 화두와 송에 대한 설명이다. 통상 벽암록에 대한 해설을 자처하는 책들은 거기서 다루는 화두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건 『벽암록』을 구성하는 요소들이긴 하지만, 원오 스님이 쓴 수시나 착어, 평창을 보지 않고선 『벽암록』이란 책을 보았다고 하긴 어렵다. 내가 『벽암록』에 대해 가진 인상은 여러 가지지만 모두 극단적이다. 그 책은 “송대 최고의 문학작품”이라고들 하는 평처럼, 내가 읽은 책 가운데 아름다운 책이었다. 또한 .. 더보기
[음악이야기] 미네소타 창녀에게서 온 카드 / Tom Waits -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 엄마의 투쟁  이달 초, 이삿짐을 꾸리다가 방 한구석에 놓여있던 편지함 박스 하나에 눈길이 멈췄다. 연례행사마냥 연말이면 늘 주고 받던 크리스마스 카드부터 학창시절 간간히 도시락 가방 한쪽에 들어있던 엄마의 편지까지... 짐을 꾸리다말고 한참을 주저앉아 옛 추억에 사로잡혔다. 그 속에는 A4사이즈의 초라한 '찌라시'가 몇 개 섞여 있었다. 한일 월드컵 열풍이 한창이던 2002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 대기업 직영 모 식당에서 일을 하던 우리 엄마는 그때즈음 회사에서 이상한(?) 통보를 받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회사에 있던 어머니 연배의 노동자들 모두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다른 업체에 소속되게 되었다는 일종의 '아웃소싱' 형식의 해고장이였던 셈이다.  똑같은 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게될 .. 더보기
[증여론]을 읽는 한 방법 Marcel Mauss, « Essai sur le don. Forme et raison de l'échange dans les sociétés archaïques », in L'Année sociologique, 1923-1924 (repris in M. Mauss, 1950, Sociologie et anthropologie, Paris, P.U.F.) 마르셀 모스, 2002, , 이상률 역, 한길사. 마르셀 모스, 2008, , 류정아 역, 지만지고전천줄.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조상님들(그분들은 신의 계시를 받았으며 또 여러분은 그분들의 화신입니다)의 축복은 정령들의 축복과 똑같은 것입니다. 여러분이 저의 축제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틀림없이 다음과 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