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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들뢰즈,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사유 * 러시아어판 최근 러시아를 다녀온 선배의 블로그를 통해 들뢰즈와 가타리의 (Tysyacha plato : kapitalizm i shizophreniya)이 작년 말 러시아어로 완역되었음을 알게 되었다(Yakov Svirsky 옮김, U-Faktoriya, 2010). 코뮨에서 생활하며 부딪혔던 사유와 삶이라는 문제 외에도,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할 때 들뢰즈와 가타리는 중요한 인용 전거 중 하나였다. 그때 “혹시나 이제라도 러시아어로 번역된다면 직접 번역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텐데...”하며 기다렸는데, 늦었지만 반가운 감이 들었다. 이제 이 러시아어로 출판됨으로써, 들뢰즈의 거의 모든 저술들을 러시아 도서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 듯하다(* 만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들뢰즈와 러시아는 대체.. 더보기
[이슈] "세상은 아름다워(Die Welt ist schon)" 아이패드2가 출시된 11일, 뉴욕 피프스 애비뉴 애플스토어는 밤 늦은 시간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두 시간 넘게 줄을 서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인파는 계속 몰려들었다. 애플에 따르면 일부 매장에서는 아이패드2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이 지난해 아이패드 출시 때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고 한다. 이날 아이패드2를 가장 먼저 구입한 사람은 러시아에서 온 정보기술(IT) 전문가였는데, 그의 행운이 단지 우연은 아니었던 것이, 사실 그는 전날 낮부터 비를 맞아가며 28시간 동안 줄을 선 결과였다는 후문이다. 애플을 선두로 하는 디지털 아이템들에 사람들이 미친 듯이 열광하고 있다. 그 작고 앙증맞은 기기들은 가볍고 편리한데다가 또 어찌나 섹시한지! 콤팩트한 디자인, 쉽게 흠집이 나지 .. 더보기
메시아의 도래와 진정한 예외상태 - 조르조 아감벤의 <남겨진 시간>에 관하여 은밀한 계보 우리에게 주권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전개하는 사상가로 알려진 아감벤에게 영향을 미친 사상가는 매우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단연 주목해야할 이름은 발터 벤야민일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아감벤의 사유는 슈미트의 주권론과 대결 속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이 대결의 과정에서 벤야민은 아감벤에게 끊임없이 사유의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감벤은 정치에 대한 사유에서 벤야민의 계보에 서있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벤야민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8번테제에서 언급하고 있는 ‘진정한 예외상태’라는 문구이다. 아감벤에 따르면, “진정한 예외상태를 도래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벤야민의 구절은 사실상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라는 슈미트의 테제를 직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