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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서울의 1. 교회 낮은 데로 임하오셔 이 도시와 꼭 닮은 집에 거하시지 2. 골목길 이 길에선 한 번도 부대낀 적이 없어 3. 거대도서관 불편하게 만드는 곳. 걷고 뒤지고 찾고 헤매는 곳 생산성을 강제하는, 그러나 바로 그 거대함 때문에 비효율적인 곳 붉은 구조물이 동선을 가로지르는 비합리적 공간 배치의 극치 국립중앙도서관 정보봉사실을 나는 좋아해, 싫어해? 걷고 뒤지고 찾고 헤매기 위해,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내 발로 거길 또. 4. 철물점 과거, 현재, 미래의 조각들. 고철들? 무엇에 쓰이는 지 문외한의 눈으로는 절대 몰라 자질구지레한, 하드한, 서울 도처에 중심의 원소들 5. 상점 봉천동 구멍가게 할머니는 허리가 아프셔서 일어나 레종팝을 꺼내줄 수가 없으셨어 구멍가게에선 박카스를 팔지 않고 박카스 유사품.. 더보기
<곰에서 왕으로> 인디언의 삶을 통해 본 사랑의 기술 1. 굴다리 밑의 눈이 녹았다. 얼었던 지면이 물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며칠 전 시원하게 쏟아 붓던 빗줄기도 모두 어디론가 스며들어 길을 적셨다. 한겨울 같았으면 생각도 못했을 일이다. 지난 겨울, 자전거라도 탈라치면 날리는 바람에 얼굴은 깨질 듯했고, 입김은 목도리에 성에를 남기곤 했다. 그때 땅은 얼어붙어 무엇 하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개의 오줌도, 자동차 바퀴가 지나간 아스팔트의 잿빛 물도, 지면은 천천히 빨아들인다. 나는 문득 사랑을 떠올렸다. 2. 성년이 되기 위해 사냥 훈련을 나간 인디언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 그는 어떤 여성을 만나 사랑을 하는데, 이 여성은 염소 가죽을 둘러쓰자 염소가 되었다(!) 남자도 염소 가죽을 뒤집어써보니 그도 염소가 되었다.. 더보기
[음악이야기] 구원의 노래| Bob Marley 'Redemption Song' 울음으로 시작된 노래 50대의 영국군 장교와 18세 자메이카 소녀 사이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홀어머니와 함께 자메이카 킹스턴의 빈민가, 트렌치 타운에서 자라났다. 폭력과 살인이 빈번하던 빈민가에서 아이는 살인 사건을 목격하기도, 얼굴에 칼을 맞기도 한다. 학교보다는 축구가, 공부보다는 음악이 좋았던 아이는 결국 열네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용접 공장에 취직한다. 그리고 바로 그 용접 공장 앞마당에서 운명처럼 훗날 스승이 될 ‘조 힉스(Joe Higgs)’를 만난다. ‘조 힉스’는 ‘힉스 앤 윌슨’이라는 듀오의 일원으로, 천편일률적인 사랑 노래가 자메이카 음악계를 지배하고 있던 그 시절, 간자(대마초)와 라스타파리즘으로 대표되는 흑인 해방 운동을 통해, 빈민가 사람들을 옥죄고 있던 극단적인 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