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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로 보는 삶] 덕의 향기로서의 사랑 덕의 향기로서의 사랑 담연(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1 모를 뿐 장자의 덕이 무엇인지 말해보라면 나는 사랑이 떠오른다. 새벽 호숫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은근히 피어오르는 물안개 같은 그런 사랑. 물론 사랑(愛)이라는 단어는 인(仁)과 더불어 유가가 선점해버린 어휘여서 장자는 덕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덕을 지닌 장자의 이상적 인간들(眞人)이 모두 자기 방식으로 사랑하며 살았다고 본다. 다만 표현이 매우 수동적이고 은밀하며 은유적이어서 사랑받는 이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뿐이다. ‘모를 뿐.’ 어쩌면 장자는 이것을 의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알 듯 모를 듯한 이 사랑을 장자는 어떤 어휘로 표현했을까? 2 솔직한 마음 살이 다산 정약용은 「대학공의」에서 덕(德)이라는 글자를 行 + 直.. 더보기
[비평집] 더 이상 정상참작 될 수 없는 고백 앞에서― 금은돌, 「그는 왜 여편네를 우산대로 때려눕혔을까」를 읽고 ― 더 이상 정상참작 될 수 없는 고백 앞에서 ― 금은돌, 「그는 왜 여편네를 우산대로 때려눕혔을까」를 읽고 ― 도경(수유너머104 회원) 한국문학사 수업이 한창인, 대학의 한 강의실이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남학생이 김수영을 주제로 리포트를 발표한 뒤의 일이다. 여학생들은 김수영 시의 여성혐오적인 측면에 “분노”했다. 교수는 되도록 중립적인 태도로 김수영 시를 분석하고 그와 그의 시가 놓인 문학사적 위치를 설명했으나 그녀들은 설득되지 않았다. 이 수업 기말 리포트 제목 중 하나는 “찌질이 김수영”이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 그보다 ‘먼저 웃는’ 민중의 저력을 노래하고(「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정권의 부정에 더욱 정면으로, 온몸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을 통렬히 반성한(.. 더보기
[문학세미나] 나를 발견하게 하는 거울-페르난두 페소아 나를 발견하게 하는 거울-페르난두 페소아 이재현(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라는 제목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내 불안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던 것과 동시에 “OO(여기엔 우울, 행복, 기쁨, 만족, 게으름 등이 해당한다.)/의(적절한 조사 자리)/□□(여기엔 기원, 정복, 여정, 접속, 괜찮아 등이 해당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책 치고서 정말 멀쩡한 책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시선을 조금 내려 배수아 작가가 이 책을 번역했고, 이후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도 포함된 것을 확인한 뒤엔 기꺼이 서가에서 뽑아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불안의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도 충분히 있는 내 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