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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춤을] 거미의 비행 거미의 비행 우 림 / 수유너머104 세미나회원 정보화시대 인터넷에는 가짜뉴스, 댓글부대, 증거를 은폐한 살인자의 거짓말 등이 범람한다. 진실을 왜곡, 은폐, 날조하는 글들에 노출된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니체는 "오랫동안 친절은 친절을 위장함으로써 가장 많이 발전되어왔다. (...) 위장을 지속적으로 연습함으로써 마침내 위장에서 자연적인 본성이 생겨난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진실을 거짓으로 우기는 행태가 니체가 말한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일본에는 "100번 우기면 진실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에는 "삼인성호 -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것이 니체가 말한 위장에서 생겨난 자연적인 본성이 뜻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1. 우리들 거미 자신의 입장에 유리한.. 더보기
[니체와 춤을] 배우의 철학, 정신의 비행사 배우의 철학, 정신의 비행사쟈 스 민 / 수유너머104 세미나회원 1. 여성과 인간 니체를 공부하다보면 섬뜩할 때가 종종 있다. 여성에 대한 글을 접할 때도 그랬다. ‘그의 문체에 쉽게 휩쓸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나를 이루고 있는 주요가면 중 하나인 여성이 공격받는다고 느껴지면, 쉽게 실패한다. 여성은 전부가 아닌 나의 일부일 뿐이고, 내가 모든 ‘여성’을 대변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참 이상한 일. 세미나는 이 이상함에 주목했다. 니체가 말하는 여성은 누구이고, 그가 여성을 언급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여성이 누구인가는 고병권의 ‘언더그라운드 니체’와 자크 데리다의 ‘에쁘롱’을 참고할 수 있다. 둘은 같은 맥락에서 말한다. “거세된 여성, 거세하는 여성, 긍정의 여성”이라는 유형은 꾸준히.. 더보기
[가게모토 츠요시] 그 봉사노동에 타자의 눈은 있는가? 그 봉사노동에 타자의 눈은 있는가? 가게모토 츠요시 1. 남의 도움이 되고 싶다 자원봉사란 무엇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그것을 필요로 하면서 가지지 못한 이웃사람의 도움이 될 때 나에게 기쁜 일이며 내가 산다는 의미를 실감할 수 있는 충족한 체험(9쪽)이라고 일단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봉사를 무상노동이라고 비판하기는 쉽지만 시실 우리가 여러 사람과 관계된 생활 속에서 살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주체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지 자원봉사를 좋은 것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이 맹목적인 행동으로 빠져 들어갈 때 아래로부터의 자발성이 국가를 비롯한 위에서부터의 속박과 일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23년의 관동대지진 이후에 .. 더보기
[가게모토 츠요시] 본원적 축적에 맞서는 코몬즈하기와 봉기하기 본원적 축적에 맞서는 코몬즈하기와 봉기하기 가게모토 츠요시 이 책은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세계사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이 때 ‘세계사’란 숭고한 목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류의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아 온 민중들의 생존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저자 마뉴엘 양은 브라질 상파우로 출생, 대만출생의 아버지와 일본인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일본에서 거주하다가 초등학생 때에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은 제1언어는 영어라고 한다. 그는 『자본론을 정치적으로 읽는다』의 저자 하리 크리버와 『히드라』의 피터 라인보우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311지진을 비롯한 일본에서의 맥락에서 쓰여진 글과 대담을 모은 것이지만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현 단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라 하겠.. 더보기
[과학기술리뷰] 책에는 진리가 없다 책에는 진리가 없다 조정현(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컴퓨터가 덧셈을 하는 방법 컴퓨터가 덧셈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을 생각해 보자. John Rogers Searl의 중국인 방 실험과 비슷한 실험이다. 그림 1. 처럼 A,B 2개의 방이 있다. 각 방에는 입력을 받아 들이는 창과 출력을 내놓는 창이 있고, 입력창으로 덧셈 문제를 넣을 수 있다. 입력창으로 덧셈 문제를 넣으면, 방 안에서는 덧셈을 계산하여 결과를 출력창으로 내 보낸다. 그림은 3+5를 입력창으로 넣었을 때, 출력창으로 결과를 내놓은 결과이다. 그림 1에서 A방과 B방은 동일한 문제 ‘3+5=’ 에 대해서, 동일한 출력물인 ‘3+5=8’ 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입력과 출력만을 비교하면, A방과 B방은 동일한.. 더보기
문학세미나_가상현실보다 환상적인 포 읽기 가상현실보다 환상적인 포 읽기 -끝까지 가본 인간 정신의 다채로움 이봉순(수유너머 문학세미나 회원)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광기와 우울로 대변되는 그의 명성 때문에 잘 알려져 있는 “아는” 작가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천재적인 문학가로서의 위상과 진면목을 모르고 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검은 고양이〉와 〈애너벨 리〉로 회자되는 포를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그의 문학세계의 깊이와 다채로움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엿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수유너머104 문학세미나를 통해 그의 시선집을 비롯하여 단편전집 “우울과 몽상”을 세미나원들과 함께 읽기 전의 나도 마찬가지였다. 포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세미나 반장님이기도 한 송승환 시인이 작년 여름에 “다른 삶은 있는가”라는 이름.. 더보기
기형도 30주기 추모 기획세미나_기형도 시집 새로 읽기 『입속의 검은 잎』 시집 읽기 나무(기형도 기획세미나 회원) 지금까지 우리는 4차례에 걸쳐 기형도의 미발표작 시들과 산문을 읽었다. 어찌보면 유고 시집 을 읽기 위한 준비 단계로 근육을 키워오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 세미나에서는 1부의 시들 일부를 읽었다. 3시간 꼬박 열띤 논의를 걸쳐 살펴본 시들은 시집에 나열된 순서대로 보자면 이렇다. , , ,,, ,, ,,. 그러나 우리는 어떤 우발을 기점으로 우리만의 리듬을 이끌어내며 세미나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논의된 순서는 이와는 다르다. 튜터님이 회원들에게 어떤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었냐는 물음에 한 분이 이 인상적이었는데, 분위기가 독특하다고 운을 띄웠다. 여기에 촉발되어 우리의 논의는 종횡무진 롤러코스트를 타듯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제부터의.. 더보기
[그림이 있는 글] 거동수상자의 걸음-마르셀 뒤샹과 이상 거동 수상자의 걸음 ―마르셀 뒤샹과 이상― 금은돌(수유너머 회원) 1. 정지,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일 마르셀 뒤샹의 존재 방식은 운동이다. 뒤샹이라는 텍스트는 걷고 달리고 생각한다. 사유의 운동이자 작동이다. 그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미술 운동을 주도하였다.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술이 저곳에 있다고 말할 때, 그는 기존의 프레임을 무너뜨린다. 수직적 방식으로 예술이 작동할 때, 그는 옆으로 문을 연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가? 그의 뇌는 작동한다. 이분법을 가로지른다. 정지하고, 운동하며, 재배치한다. 이질적인 오브제를 결합하여, 사고를 확장하고, 그곳에서 생각하라고 (은근히) 명령한다. 뒤샹이 가지고 있는 질문은 21세기 지금-여기에도 작동 중인 화두이다. 기존 프레임에 갇힌 사.. 더보기
[니체와 춤을] 『즐거운 학문』'정신의 농민혁명'에 대한 고찰 『즐거운 학문』'정신의 농민혁명'에 대한 고찰 이 규 상 / 수유너머104 세미나회원 [Ⅰ] 루터의 종교개혁에 대해 가장 오래된 지배적인 관념은 다음과 같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젊은 헤라클라스가 망치와 못을 움켜쥔다. 그는 몇 번의 망치질로 한 교회의 문에 논제들이 적힌 큰 종이판을 단단히 박는다. 그리고는 인류를 근대의 개인적 신앙으로 이끄는 해방자가 된다." (Ulinka Rublack) 이 망치질은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의 궁정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 역사적 사건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루터의 이 망치질이 굳게 잠긴 근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종교개혁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에 니체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니체의 저작 내에서 발견되는 혹은.. 더보기
[니체와 춤을] 가구만드는 남자의 두번째 여행기 가구만드는 남자의 두번째 여행기엇결과 순결 / 수유너머104 세미나회원 1. 무엇을 보았을까? # 나는 추구하는 것에 지치게 된 이후로 발견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 [즐거운 학문] p37 누구나 그렇듯이. 그저 열심히 크게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게 남들과 속도를 맞춰가며 살다보면 내 인생도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평안해질거라 믿으며 살고 있었다. 커리어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모른 채, 고민만 하다가, 그것도 어느 순간 잊혀지고 - 누구나 그렇듯이 -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 다 잘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30대를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크게 보면 불안한 삶이었으나, 하루하루를 분명 나는 ‘웃고’ 있었다. 그 말은 옳았다. ’니체의 위험한 책‘ 고병권씨는 니체를 그렇게 불렀다.. 더보기
< 2019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비평 당선작> 사이버네틱스와 창문 열린 모나드- 백남준의 예술 세계 - 김서로(미술비평가, 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Ⅰ. 쇤베르크와 벽암록 인생은 여행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별에서 태어나 어디론가 떠난다.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면서 떠나는 사람도 있고 모르면서 떠나는 사람도 있다. 길을 따라 걷는 사람도 있고 길을 만들면서 가는 사람도 있다. 여기 어느 여행자의 기록이 있다. 그가 걸었던 길 이전과 이후를 확연히 구분시켜 주는 어떤 흔적이 ‘기호’가 되어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던져주는 경우가 있는데 백남준이 그러하다. 백남준은 우리에게 ‘우연한 마주침’으로 다가와 어쩔수 없는 쌩뚱함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알려진 백남준의 여정은 음악에서 시작되었다. 쇤베르크라는 작곡가에 의해 영감을 받아 떠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더보기
[과학기술리뷰] 린 마굴리스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리뷰 린 마굴리스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리뷰 로라(수유너머104 회원, 생명과학과 철학 세미나 반장) 들어가며린 마굴리스의 저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3번에 나누어 읽었기 때문에 지난 주 세미나는 린을 읽는 마지막 세미나가 되었다. 이 책 이외에도 그녀의 책은 “공생자 행성”, “마이크로 코스모스”, “섹스란 무엇인가” 등이 있고 그녀가 타계한 이후 아들 도리언 세이건이 여러 과학자들의 추모 글을 엮은 “린 마굴리스”도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생명에 관하여 전반적인 것을 다루고 있고, 특히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명으로 여기지 않았던 지구 물질의 생명적 현상에 관한 놀라운 내용이 담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는 학설들이 꽤 있어서 이에 대한 이해.. 더보기
[장자로 보는 삶] 덕의 향기로서의 사랑 덕의 향기로서의 사랑 담연(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1 모를 뿐 장자의 덕이 무엇인지 말해보라면 나는 사랑이 떠오른다. 새벽 호숫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은근히 피어오르는 물안개 같은 그런 사랑. 물론 사랑(愛)이라는 단어는 인(仁)과 더불어 유가가 선점해버린 어휘여서 장자는 덕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덕을 지닌 장자의 이상적 인간들(眞人)이 모두 자기 방식으로 사랑하며 살았다고 본다. 다만 표현이 매우 수동적이고 은밀하며 은유적이어서 사랑받는 이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뿐이다. ‘모를 뿐.’ 어쩌면 장자는 이것을 의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알 듯 모를 듯한 이 사랑을 장자는 어떤 어휘로 표현했을까? 2 솔직한 마음 살이 다산 정약용은 「대학공의」에서 덕(德)이라는 글자를 行 + 直.. 더보기
[비평집] 더 이상 정상참작 될 수 없는 고백 앞에서― 금은돌, 「그는 왜 여편네를 우산대로 때려눕혔을까」를 읽고 ― 더 이상 정상참작 될 수 없는 고백 앞에서 ― 금은돌, 「그는 왜 여편네를 우산대로 때려눕혔을까」를 읽고 ― 도경(수유너머104 회원) 한국문학사 수업이 한창인, 대학의 한 강의실이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남학생이 김수영을 주제로 리포트를 발표한 뒤의 일이다. 여학생들은 김수영 시의 여성혐오적인 측면에 “분노”했다. 교수는 되도록 중립적인 태도로 김수영 시를 분석하고 그와 그의 시가 놓인 문학사적 위치를 설명했으나 그녀들은 설득되지 않았다. 이 수업 기말 리포트 제목 중 하나는 “찌질이 김수영”이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 그보다 ‘먼저 웃는’ 민중의 저력을 노래하고(「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정권의 부정에 더욱 정면으로, 온몸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을 통렬히 반성한(.. 더보기
[문학세미나] 나를 발견하게 하는 거울-페르난두 페소아 나를 발견하게 하는 거울-페르난두 페소아 이재현(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라는 제목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내 불안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던 것과 동시에 “OO(여기엔 우울, 행복, 기쁨, 만족, 게으름 등이 해당한다.)/의(적절한 조사 자리)/□□(여기엔 기원, 정복, 여정, 접속, 괜찮아 등이 해당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책 치고서 정말 멀쩡한 책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시선을 조금 내려 배수아 작가가 이 책을 번역했고, 이후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도 포함된 것을 확인한 뒤엔 기꺼이 서가에서 뽑아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불안의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도 충분히 있는 내 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