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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반려들] 해러웨이와 울프의 대담 - 반려종 위치부여 반려종 위치부여 Donna Haraway & Carry Wolf, 「Companions in Conversation」, Minnesota University Press(2016) 번역: 최유미(수유너머104) CW: 이야기를 바꿔서 『반려종 선언(Companion Species Manifesto)』”에 관해서 잠깐 이야기합시다. 나중에 다시 두 선언으로 돌아와서 둘을 같이 놓고, 어떻게 그것들이 관련되지만 매우 다른 방식으로 지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것 – 즉, 생정치적 사유 – 으로 발전되었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걸 하기 전에, “반려종 선언”과 관련해서, 그것의 구성의 정황들, 그 뒤에 있었던 동기들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것에 관해서 분명하.. 더보기
[시읽는 목요일] 처음 읽는 시집 -김혜순,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처음 읽는 시집- 김혜순, (문학과지성사, 1994) 이혜진 / 수유너머 104 회원 저녁달 김혜순 아직 안 보이는 그가 비명을 내지를 때마다 새가 튀어올랐다 새들이 하늘과 땅의 경계를 자꾸 찢고 지나갔다 옥양목 찢어지는 소리가 강물 밑까지 울렸다 나는 검은 강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아직 안 오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를 두 잔째 다 마셨다 귀울음 소리가 커지자 머리통이 점점 부풀어올랐다 머릿속 벌통을 새의 부리가 건드렸나? 머리통 속으로 송사리떼가 드나들었다 그러다 불현듯 모든 것이 멈추었다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지는 해 속에서 그가 너울너울 터져나왔다 내 깊은 강물 속에서 박하 냄새가 환하게 퍼졌다 김혜순의 네 번째 시집, 은 90 년대 를 마주한 우리들의 초상과도 같다. 서구 냉전 시대의.. 더보기
[시읽는 목요일] 김혜순, <우리들의 음화陰畫> *처음 읽는 시집 김혜순, 『우리들의 음화陰畫』(문학과 지성사, 1990) 이혜진/ 수유너머 104 회원 기념일 김혜순 그는 계단을 올라왔다 급히 자동차를 타고 마악 들국화 뿌리 밑에서 일어나 학교로 들어서던 참이었다 학생들은 책가방을 풀고 숙제를 꺼냈다 한 학생이 기념일 숙제에 그의 이름을 썼다 선생님은 숙제의 답이 틀렸다고 일일이 지적했다 막대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그가 계단을 다 올라와 문 손잡이를 잡은 순간 학생들은 흰 고무지우개로 틀린 답을 지웠다 틀린 답은 쉬 잊혀지게 마련 그의 얼굴이 교실문 뒤에서 지우개 가루처럼 흩어졌다 김혜순의 세 번째 시집, 를 펼치면서 그가 쓴 시가 어디로 갔을지 궁금했다. 두번째 시집을 내면서 그는 과거는 현재 인생의 전단계가 아닌 떠나면서 다시 돌아와 자신을 감.. 더보기
[바깥의 문학] 재현의 정치성에서 상상의 정치성으로― 김시종과 김혜순의 시 재현의 정치성에서 상상의 정치성으로― 김시종과 김혜순의 시 너는 말도, 추측도 할 수 없다, 너는 다만 부서진 이미지들 더미만 알기 때문에……이 파편들로 나는 나의 폐허를 지탱해왔다― T.S. 엘리엇, 「황무지」 부분 송승환_시인. 문학평론가 1. 기억하기 위해서는 상상해야 한다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1958)는 폴란드 모노비츠 마을에 소재한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그의 처참한 체험을 기록한 증언 ‘문학’이다. 이탈리아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는 1943년 12월 3일 파시스트 민병대에 체포되어 1945년 1월 27일까지 갇혀있던 수용소의 삶을 기록하였는데, 그는 「작가의 말」에서 책을 쓴 의도를 이렇게 밝힌다. 내 책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당혹스러운 주제로 전 세계의 독자들에.. 더보기
[강의후기] [바깥의 문학] 진은영, <문학의 바깥, 삶의 바깥> 진은영, 강의 후기 남승화(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7시 16분. 버스 안이었다. 지나는 곳은 합정. 홍대입구역을 지나고 동교동을 지나야 수유너머가 나온다. 도로는 퇴근으로 분주하니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다. 버스 손잡이를 쥐기도 하고, 놓기도 했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렸다. 뛰기 시작했다. 시를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뵙고 싶던 분이셨는데 늦을 수는 없다. 이때 아니면 아마 뵙기는 힘들것 같으니까. 28분에 도착했다. 나는 이 강좌에 있다는 것을 어제 알게 되었다. 부분 수강료인 이만원을 빠르게 냈고 물 한 컵과 강의 자료를 가져왔다.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는 통상적인 의미로서의 삶과 문학을 나누고(강의이기 때문이다.) '어떤 삶에서 문학이라는 행위가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심리학적 접근을 한다. 또.. 더보기
[인문학리뷰] 『아픔이 길이 되려면』,『우리는 왜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위험한 정치인』 인문학 리뷰 송재림(수유너머104 회원) 1.김승섭,『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김승섭은 의사이자 사회역학자이다. 천안교도소의 공중보건의 생활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하였다. 저술한 책으로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 있다. 이 책은 개별적인 신체에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을 사회적인 요인에서 찾는 사회역학을 다룬다. 하버드대학교 낸시 크리거 교수는 1994년 출판한 논문(「역학과 원인의 그물망: 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을 통해 “개인이 살고 있는 .. 더보기
[과학기술리뷰] 과학잡지 『에피』 6권 리뷰 - ‘필드 사이언스’와 ‘수능 리뷰’를 중심으로 과학잡지 『에피』 6권 리뷰 ‘필드 사이언스’와 ‘수능 리뷰’를 중심으로 고승환(수유너머104 회원) 1. 들어가며 에피는 ‘과학기술비평’잡지다. 보통 시중에는 과학기술 그 자체의 설명이나 이슈에 대해 서술한 책들은 많지만 비평하는 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실험적인 잡지라고 할 수 있다. 비평한다는 것은 비판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과학을 왜 성찰해야하는가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과학은 의 단계를 마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또한 인간의 욕망, 정치, 사회, 경제 등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과학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에피는 지금까지 총 6권의 책을 통해 여러 가지 주제를 다뤘다. 흥미로운 주제가 많지만 가장 최근 .. 더보기
[장자로 보는 삶] 3. 인간 세상, 고통의 근원은 무엇인가? 장자로 보는 삶3 인간 세상, 고통의 근원은 무엇인가? 담연(수유너머104 장자세미나 튜터) *고통의 근원 - 명예와 지식 추구 장자(BC367-286?)가 살았던 전국 중엽은 영토 확장을 위한 겸병(兼倂) 전쟁이 끊임없었다. 주나라 붕괴 후 진한 건국 전까지 50여개 국으로 분열된 시기에 각국 제후들은 천하의 패권을 쥐려는 야심을 품고 서로를 죽였고 뜻을 실현시켜줄 인재를 찾았다. 이 때문에 전국 시기는 피흘리는 겸병 전쟁과 제후에게 등용되기 위해 치세를 논하는 제자백가가 펼쳐졌다. 여기서 장자는 세상이 이처럼 혼란한 원인이 지나친 명예(名)와 지식(知) 추구 때문이라고 보았다. 장자에 따르면 ‘명예란 서로 헐뜯는 것이며 지식이란 다툼의 도구다(名也者相軋也, 知也者爭之器也. 「人間世」).’ ‘이 두 가.. 더보기
[그림이 있는 글] 기형도와 M.C.에셔 - 스무살, 미발표작을 중심으로 (1) 기형도와 M.C.에셔 (1) - 스무 살, 미발표작을 중심으로 금은돌 (시인, 화가) 1. 스무 살의 기형도 시인 기형도의 스무 살은 어떠했을까? 그는 어떤 청춘을 보내고 있었을까? 그의 스무 살이 궁금하다. 기형도는 등단 이후, 4~5년 간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다가 급작스러운 죽음(1989년 3월 7일)을 맞이했다. 알려진 대로 기형도 시인은 중학교 3학년 때 손위 누이 기순도 씨의 죽음을 겪은 뒤, 시를 쓰기 시작했다. 사춘기 무렵이다. 여기서 가정법을 가동시켜보자. 그가 습작 기간 내내 시를 썼다는 가정이다. 1985년에 등단까지 그는 10여년의 시간이 있었다. 무리한 설정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기형도 시인은 등단 이후의 시기보다, 습작기, 문청 시절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더보기
[노마씨의 저널산책] 대지의 우화, 들뢰즈와 해러웨이[Part 2] [part 2] 대지의 우화, 들뢰즈와 해러웨이 박준영(nomadia)/수유너머104 회원 앞선 권호에서 설명을 덜한 부분부터 시작해 보지요. ‘사변적 우화’라는 말뜻이 그것입니다. 이 말이 본래는 ‘공상과학 소설’(SF: Science Fiction)이란 말의 패러디라는 것은 단번에 아실 것 같습니다. 의미는 좀 다릅니다. 이에 대한 위암의 아주 짧은 글이 있는데, 제가 번역했으니 링크를 걸어 놓겠습니다.(알린 위암, 「사변적 우화: 망자를 돌보는 중간자의 목소리」) '사변적 우화'? 그런데 해러웨이의 영화((Donna Haraway: Story Telling for Earthly Survival)를 찍은 영화감독 페브리지오 테라노바(Fabrizio Terranova)가 이 개념에 대한 보다 단순한 정.. 더보기
[대화의 반려들] 해러웨이와 울프의 대담 - 사이보그의 시작2 해러웨이와 울프와의 대담 -사이보그의 시작(2) (Manifestly Haraway, The University of Minnesota, 2016)번역: 최유미 CW: 『선언』에 관해 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 제 학문인생에서, 『사이보그선언』보다, 더 상이한 목적으로, 더 상이한 독자들(단지 학계 내부만 말해서도)에 의해, 더 다양하게, 그렇다고만 해 둡시다 (웃음), 받아들여진 문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그건 많은 점에서 『반려종선언(Companion Species Manifesto)』과는 다른 종류의 생명을 가진 문서입니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그 작품이 출간되고 잘 알려진 대로 당신이 확인한 그 경.. 더보기
[강의후기] <수유너머104 겨울강좌>[ 어팩트affect 입문] 3강 베르그송: 지속의 시간을 흐르는 (무)의식의 힘 후기 어팩트 이론 입문 3강 :지속의 시간을 흐르는 (무)의식의 힘 로라(수유너머104 회원) 지금까지 1,2강에서는 우리에게 약간은 생소한 듯한 affection에 대한 기본 개념과 현재의 유행적 상황, 그리고 스피노자의 affection과 프로이트의 무의식으로 나타나는 억압적 affection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3강은 베르그송의 철학으로 보는 affection이어서 많은 기대감을 걸고 강의를 들으러 갔었다. 베르그송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지속과 생성, 그리고 베르그송 사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직관에 대하여 친절한 설명이 있었고 정신과 신체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로서 베르그송이 선택한 ‘기억’에 대하여 유명한 베르그송의 도식을 활용한 강사님의 설명이 있었다. 진정한 기억.. 더보기
[노마싸의 저널산책] 대지의 우화, 들뢰즈와 해러웨이[Part 1] ※안녕하세요. 박준영(nomadia)입니다. 웹진의 이 꼭지에서는 최최근의 논문들이나 연구성과에 대한 글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분야는 주로 ‘철학’이 될 겁니다. 그렇다고 문헌 전체를 번역하는 지나친 성실함을 발휘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건 필자나 독자 모두 피곤한 일이니까요. 도파민이 바닥난 우울한 두뇌에서 상쾌한 글이 나올리는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되도록 해당 문헌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쉽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아무쪼록 철학이 ‘연구자’라는 신성한 집단의 오컬트한 암호 신세에서 벗어나 대지 위에서 환한 햇살을 듬뿍 빨아들이기를. 문헌들의 주요 출처들은 다음과 같은 해외 저널들입니다.(물론 필요하다면 다른 문헌들도 이용합니다.) *Deleuze and Guattari Studies (Edinburgh U.. 더보기
[니체와 춤을] 니체, 의도하지 않은 유혹자 니체, 의도하지 않은 유혹자 박 연 희 / 수유너머104 세미나회원 "의도하지 않은 유혹자. 그는 그저 시간을 때우려고 공허한 말을 던졌다.아무 생각없이- 그런데 거기에 한 여자가 맞고 쓰러졌다." _『즐거운 학문』 나의 니체 "니체가 처음 내게 온것은" 우리가 토론하기로 한 책은 『들뢰즈의 니체』이다. 들뢰즈가 니체를 만났던 것처럼 나도 니체를 만났고 그러므로 내 후기의 처음은 나의 니체가 되어야한다는...... 니체가 처음 내게 온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때 윤리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밝고 명랑하게 나를 보았던 친구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온통 허무주의 천지였다. 그 때 나에게 인생은 이유 없이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했으며 나는“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있었다. 자살한 여성 .. 더보기
[가게모토 츠요시] 독일혁명의 패배의 깊이로 독일혁명의 패배의 깊이로이케다 히로시, , 현대서관, 2018, 384쪽, 3000엔+세금.원서정보: 池田浩士, 『ドイツ革命―帝国の崩壊からヒトラーの登場まで』, 現代書館, 2018http://www.gendaishokan.co.jp/goods/ISBN978-4-7684-5846-4.htm 가게모토 츠요시 1. 2018년에 출판된 올해 2019년, 3.1운동 100주년의 여러 기획들이 있을 것이라 쉽게 예상된다. 그리고 재작년인 2017년, 러시아 혁명 100주년 행사가 여러 곳에서 개최되었다. 그것들은 사후적으로 성공한 혁명이자 민중운동으로 재평가되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면 작년 2018년에 100주년을 맞은 독일혁명은 어떠했는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왜일까? 실패한 혁명이었기 때문인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