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문학세미나_동시대의 유동하는 시점과 페르난두 페소아 동시대의 유동하는 시점과 페르난두 페소아 김민경(문학세미나 회원. 설치미술 작가) 감각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다양한 존재 만들어낸다. 가령, 오늘 같이 봄바람이 이마를 스칠 때 단순히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느끼는 게 아니라 리카르두 레이스라면 어떻게 느꼈을까, 꼽추 소녀라면 창가에 앉아 이 바람을 어떻게 감각하고 표현했을까 생각해본다. 감각을 ‘내가’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독히 세밀하고 예민하게 느끼기 위해 존재를 쪼개고 시점을 대입해 그 순간을 관찰한다. 페소아가 글쓰기이자 예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페소아의 창작물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어떤 이명은 위대한 예술가로 칭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소녀와 같은 작고 연약한 존재를 창조하는 부분이었다. 꼽추 소녀가 “나는 온통 눈물이에요”라.. 더보기
[니체와 춤을] [즐거운 학문], 탈주자를 위한 하드 트레이닝 [즐거운 학문], 탈주자를 위한 하드 트레이닝 모 로 / 수유너머104 세미나회원 ‘낳을 때가 아니면 낳지 말라’(73. 성스러운 잔혹성 中)고 일렀건만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향할 미숙아 같은 글을 낳게 되었음을 미리 밝힌다. 니체의 《즐거운 학문》 제2부를 접한 나의 신체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짜증이 극에 달했고, 심히 피로해졌다.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다. 세미나 당일에는 급기야 머릿속이 혼탁해져 발언이 무분별했던 것 같다. 살다보면 적잖은 것들이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데, 그럴 때마다 난 기어이 그 정체를 밝혀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번엔 도대체 무엇이 나를 자극한 것일까? 우선 격랑을 진정시키기 위해 세미나 다음날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내리 두 편의 영화를 봤다. - .. 더보기
[니체와 춤을] 니체의 물리학 - [즐거운 학문] 니체의 물리학 - [즐거운 학문] 연 두 / 수유너머104 세미나회원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나는 아직 생각한다 나는 아직 살아야만 한다. [즐거운 학문]은 회복기에 있는 나의 신체에 잘 맞다. 내게 아주 아름답다. 이 시기에 이 텍스트를 만나는 데에는 지극히 드문 우연이 필요했다. 나는 니체씨에게 이런 필연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더 배우고자 한다. 내 운명을 사랑하고자 한다. 나는 사랑하는 법을 더 배우고자 한다. [즐거운 학문] 4부를 읽어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세미나도 역시 그랬다. 세미나 이후에 텍스트를 읽으면서는 더 많은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다. 그것이 이 글을 쓰는 나의 행복이었다. ‘아포리즘 #333, 인식이란 무엇인가‘는 세미나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그는 .. 더보기
[과학기술리뷰] C Programming Language 소개 C Programming Language 소개 조정현(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개인용 컴퓨터를 켜보자. 노트북을 켜봐도 된다. 화면이 밝아지면서, 컴퓨터는 로그인 정보를 입력하라고 요구한다. 키보드를 통해 자판을 두드려, 로그인 정보를 입력하면 모니터에는 바탕화면이 뜬다. 바탕화면은 상징기호의 모임이다. 바탕화면에는 휴지통 아이콘이 있다. 이 아이콘은 우리가 업무를 볼 때 옆에 있는 휴지통을 상징화 한 것이다. 바탕화면에는 문서(document) 아이콘이 있다. 우리가 일하면서 작성하는 서류를 대표한다. 바탕화면에는 폴더 아이콘이 있다. 서류나, 문서를 넣는 폴더를 나타내는 기호이다. 컴퓨터 바탕화면이 보여주는 상징은 확실하다. 우리 책상 위(Desk Top)에 나오는 사물을 아이콘으로, 즉 상징기호.. 더보기
[가게모토 츠요시] 이주노동자와 용병들 - ‘매수된 룸펜’ 취급을 받던 민족들의 1848 혁명 이주노동자와 용병들 - ‘매수된 룸펜’ 취급을 받던 민족들의 1848 혁명 http://www.chikumashobo.co.jp/product/9784480080998/ 가게모토 츠요시 1.저자 라치 치카라에 대해 라치 치카라는 1930년생이며 85년에 사망했다. 원래 헤겔좌파 연구에서 시작하고 본서와 쌍벽을 이루는 『파란 도나우의 난치기(青きドナウの乱痴気)』(평범사, 1988, 문고판1993)는 여전히 신간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48년 빈 혁명에 대한 책이다. 특히 『파란 도나우의 난치기』는 암으로 돌아가기 몇 일 전까지 구술로 작업한 책이며 빈 시민과 빈에 유입한 이민들의 갈등을 보여준다. 이번에 소개하는 『저편에서의 세계사』는 빈의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모은 자료를 통해 쓴 논문들이 수록된 책이다.. 더보기
[인문학리뷰] 『코뮨이 돌아온다-우리 친구들에게』 『코뮨이 돌아온다-우리 친구들에게』 서평 김기영(수유너머104 회원) 『코뮨이 돌아온다-우리 친구들에게』는 ‘평화’, ‘민주주의’,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허위임을 단언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존재하는가? 애초에 평화도 민주주의도 사회도 없었던 이곳에 존재해 온 것, 우리를 연결해온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의 대답은 분명하고 어긋남이 없다. 그리고 강력하다. 저자 ‘보이지 않는 위원회’는 프랑스에 근거한, 코뮨의 세계적 연대를 촉구하는 강도 높은 지식인 집단이다. 이들은 많은 것들을 주장하고 선언한다. 모두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 들이다. 이들은 평화가 허위라고 주장한다. 별일 없이 지나가는 듯 보이는 하루지만 어디선가는 테러로 수백 명이 희생당한다. 헤아려지지 않을 뿐 우리는 파국을 향해 전.. 더보기
[노마씨의 저널산책] 21세기 정치철학 교본 21세기 정치철학 교본 박준영(nomadia)/수유너머104 회원 오늘 산책할 논문은 바로 아래 논문입니다.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가진 글입니다. 같이 슬슬 접근해 봅시다. 지난호에 소개한 논문과 동일한 저널인 [들뢰즈 연구] 2017년 11월에 실린 논문입니다(현재는 [들뢰즈-가타리 연구]로 바뀌었지요). 이 저널은 주로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에 대한 연구논문을 싣지요. 에딘버러 대학에 소재한 들뢰즈 연구학회에서 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논문은 텍스트 전체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 논문 제목을 번역해 보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뭔가 감이 오시나요? 전혀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목부터가 이렇게 범상치 않아서 이걸 쓴 사람은 어떻게 생겨 먹었나 싶어 구글링을 해봤습니다. 육-후이.. 더보기
미얀마 여행 후기 *수유너머 여행후기 미얀마 여행 후기 글:이준형(수유너머104 회원)사진:김충한(수유너머104 회원) 이주민방송(MWTV)에서 활동하면서 수유너머와 인연을 맺은 미얀마인 아웅틴툰의 초대로 수유너머 회원 8명은 2019년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미얀마 중서부 지방을 여행했다. 미얀마 연방공화국은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의 서북쪽에 위치한 국가로 면적 676,578㎢, 인구 5천 5백만명 정도(통계가 부정확함)이고, 수도는 네피도(왕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 종교는 불교 89%, 기독교 6.2%, 이슬람교 4.3%이며, 버마족 68%, 샨족 9%, 카렌족 7%, 라카인족 4%, 몬족 2%, 기타 10%(기타 소수민족으로 130여개의 종족이 있으나 정확한 자료는 없음)정도인 다민족 국가다. 원래 국호는 버.. 더보기
[가게모토 츠요시] 생활사(史)와 역사의 균열 생활사(史)와 역사의 균열 가게모토 츠요시 니시카와 유코 평범사, 2017, 516쪽, 3800엔 + 세금.(원서 정보:西川祐子, 『古都の占領 生活史からみる京都 1945-1952』, 平凡社2017, http://www.heibonsha.co.jp/book/b298039.html) 1. 생활사 - 지도에 점을 찍고 선을 부각시키기 2차 대전 패전 후 1945년-52년에 걸쳐 일본은 연합국군에 의해 점령되었다. 이 책은 교토라는 일 지방 도시를 대상으로 이 시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500쪽을 넘는 두께를 가지지만 읽어보면 매우 얇다고 느낄 정도의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압축한 산물이다. 책을 열면 몇 장의 지도 자료가 삽입되어 있다. 이는 교토에서 점령군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지역과 점령군이 압수한 주택.. 더보기
[인문학리뷰]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 서평 송재림(수유너머104 회원) 모건 스캇 펙(1936~2005)은 정신과 의사이자 영적 안내자이다. 그는 하버드대학과 베이스 웨스턴 리저브를 졸업한 후 육군 군의관으로 보낸 10여년의 경험을 토대로 개인과 조식에서의 인간 행동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심리학과 영성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책이라는 평을 듣는 『아직도 가야 할 길』 시리즈를 비롯하여 『평화 만들기』, 『거짓의 사람들』 등을 저술했다. 『거짓의 사람들』은 ‘악’을 치료 가능한 하나의 정신적 질병으로 보고 악 일반에 대해 과학적 지식 체계를 구성하고자 시도한 실험이다. 스캇 펙은 정신과 의사로서 접한 다양한 환자 사례들에서 악의 일반적 요소를 찾고, 악의 실체를 정신의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개인적인 사례를 다루는.. 더보기
[장자로 보는 삶] 통로로 존재하는 몸 통로로 존재하는 몸 담연 (수유너머 104 장자세미나 튜터) 1. 생명 생명은 지속적인 흐름과 변화라는 속성으로 표현된다. 장자적 의미에서 잘 산다, 양생(養生)한다는 것은 따라서 변화하는 자연 안에서 그 유동적 흐름에 발맞춰 인간이 막힘없이 잘 통하는 몸이 된다는 의미다. 장자의 양생은 어떤 외부적 변화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자기 생명의 중심이 되는 기의 조화를 내면에 유지하면서 막힘없이 세상사에 발맞추어 흘러갈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흐르는 물, 흐르는 바람의 통로인 몸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2. 막힌 몸 지우기 기의 조화로움을 안에 유지한 상태로 막힘없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러한 물음에 떠오르는 그림은 통로로만 존재하는 몸의 이미지다. 머리도, 다리도 없는 몸통으로만 .. 더보기
[그림이 있는 글] 기형도와 M.C.에셔 -스무살, 미발표작을 중심으로(2) 기형도와 M.C.에셔 (2) - 스무 살, 미발표작을 중심으로 금은돌 (시인, 화가) 6. M. C. 에셔의 ‘변형’ M. C.에셔의 그림을 떠올려 본다. 『거울 밖으로 나온 기형도』에서 M.C. 에셔의 그림으로 기형도 시의 시적 주체의 특이점, 흐르는 주체를 설명한 적이 있다. 아래 그림 제목은 Metamorphosis이다. 변형 혹은 변이이다. 그림의 출발은 활자이다. 제목 그대로 Metamorphosis이다. 활자는 사각형이 되고, 사각형은 도마뱀이 된다. 도마뱀은 육각형으로 변이되고, 벌집이 되고, 벌집에서 벌이 날아가고, 벌은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는 새가 되고, 새는 점차 사각형이 되고, 체스 판이 되고, 체스 판은 Metamorphosis 활자가 된다. 왼쪽으로 시작하건, 오른쪽에서 출발하여.. 더보기
문학세미나_나를 발견하는 거울 -페르난두 페소아 *문학 세미나 후기 나를 발견하는 거울-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와 『페소아와 페소아들』 이재현/수유너머104. 문학세미나 회원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라는 제목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내 불안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던 것과 동시에 “OO(여기엔 우울, 행복, 기쁨, 만족, 게으름 등이 해당한다.)/의(적절한 조사 자리)/□□(여기엔 기원, 정복, 여정, 접속, 괜찮아 등이 해당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책 치고서 정말 멀쩡한 책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시선을 조금 내려 배수아 작가가 이 책을 번역했고, 이후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도 포함된 것을 확인한 뒤엔 기꺼이 서가에서 뽑아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불안의 책』을 읽어나가는 것.. 더보기
[PhilSoulFood] 마르크스와 한 잔 더! ###PhilSoulFood는 '철학자들의 음식'이란 뜻입니다 마르크스와 한 잔 더! - 맥주에 취하고 혁명에 춤추다 박준영(수유너머104 회원) 작년이 마르크스 200주년이었지요. 1818년 5월 5일은 그가 태어난 날입니다.마르크스는 이제 고교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친숙합니다. 그의 걸작인 《자본론》이 성경 다음 가는 베스트셀러이기도 하지요. 알트비어, 시와 결투그런데 그가 굉장한 주당이었고, 맥주광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마르크스의 술탐은 본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17세에 입학했으니 지금으로 치면 굉장히 일찍인 셈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 본 대학이라는 곳이 전통적으로 술과 파티로 날을 지새우는 대학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나라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던.. 더보기
[니체와 춤을] 한국 힙합음악과 비극적 영웅의 테마 한국 힙합음악과 비극적 영웅의 테마 - 청년세대와 힙합음악, 그리고 비극적 영웅 류 재 숙 / 수유너머104 회원 1. 힙합HipHop을 알면 청년세대가 보인다 지금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장르를 꼽으라면, BTS 같은 몇몇 세계적 아이돌그룹을 제외하고는 단연 힙합이다. 지금은 분명 힙합시대다. 아이들은 아이돌이 아니라 성공한 래퍼를 꿈꾼다.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 제이팍, 쌈디, 그레이 같은 래퍼는 아이돌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대학축제에서 가장 환영받는 게스트이다. 최근 인기영상들은 100만 조회를 가볍게 넘기고, 음원차트 4개 중 1개는 힙합이다. 일리네어, AOMG, 인디고뮤직, 하이라이트 같은 힙합레이블은 메이저기획사가 되었다. 여기에 , , 같은 TV쇼가 힙합의 대중적 열기를 견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