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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목소리를 듣다. -황정은 소설을 읽고 메모 하나. 어느 밤에 나는 먹으려고 평소보다 멀리 나갔다. 계란 껍질과 말라 비틀어진 사과 심을 발견해 먹고 달을 바라보며 그늘 속으로 걸었다. 목이 말랐다. 길 가장자리에 고인 물 냄새를 맡았다. 그때 뒤쪽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졌다. 순식간에 몸이 들려 자루에 담겼다. 빗물에 젖은 털 냄새가 나는 차에 실려 어딘가로 옮겨졌다. 나처럼 방심한 틈에 잡혀온 짐승들이 울어대고 있었다. 귀 모양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어린 녀석부터 늙은 녀석까지 이 몸 십여 개체가 넘는 동족들과 같이 각종의 분비물로 덮인 철창에 갇혔다. 미지근하게 끓는 듯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안색 나쁜 인간 두 명이 침침한 불빛 아래서 우리를 들여다보았다. ... 꼼짝하지 못하도록 그들이 이 몸을 약품으로 처리했다. 배가 위쪽을 향하도록 몸을 뒤집.. 더보기
[놀이] 치료란 - 특히 마음을 다루는 마음을 다시 만나는 과정 참만남(encounter) 진정한 만남을 경험하는 과정 남을 만나려고 하다가 결국 자기를 만나는 과정 자기의 마음과 깊이 연결되는 과정 예를 들어 눈과 눈을 마주하면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눈에 확 들어오고 그곳에서 흘러어오는 리듬과 파동에 마음이 미세하게 반응한다 떨리기 시작하고 그 미세함은 강렬하게 마음을 때리고 출렁이게 하여 전신을 뒤흔드는 경험을 가져온다 과거로부터 온 감정과 깊이 연결되어 말도 할 수 없고 흘러넘치는 주체할 수 없는 무언가에 압도당한다 그냥 자야한다 시각과 청각의 감각을 철수하여 그저 감각을 퇴화시킨 채 동면에 든 곰처럼 어딘가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곳에 내가 푸욱 담길 수 있고 잠길 수 있는 곳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떠.. 더보기
[놀이] 수컷스러움에 매료된 여자 그 여자는 봄비맞은 잎파리마냥 부풀어 보인다. 그 앞에서 교태스러움을 한껏 드러내는 그녀 금속성의 웃음소리 한마리의 고양이가 된 듯하다 이~야옹 야아 ~옹 그와 함께 살게 된 그녀 그의 재물과 남을 제압하는 시원시원함에 매료되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리라 믿었던 그녀 그의 돈과 능력의 우리에 갇힌 그녀 사라져가는 생기과 풍만을 간직했던 목소리 썩은 생선같은 눈빛 애절하고 갈구하는 얼굴과 몸짓 화려한 옷과 처바른 명풍 화장품 뒤에 드러나는공포와 절망 난 갈기갈기 잡아뜯긴 그녀의 영혼을 그녀의 아이를 그녀의 몸을 보았다. 그림출처: http://www.google.co.kr/imglanding?q=%EA%B3%B5%EA%B2%A9%EC%A0%81%EC%9D%B8+%ED%98%B8%EB%9E%91%EC%9D%.. 더보기
[사루비아 제주도] 추워요, 안아줘요. 우리는 글 쓰는 모임으로 만났다. 각자 글을 쓰고, 그것을 나직하게 읽는 목소리, 목소리들은 우리들을 다른 시공간에 놓이게 만들었다. 그때 나는 다른 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그 사람의 눈에서. 눈빛이 순간적으로 세계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물론 내 세계까지. 그가 계속 모임에 나왔더라면 그의 눈 속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무작정 내뱉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다시 만났다. 귀농에 관심이 많다고 했었는데 정말 귀농했다. 그것도 제주도로. "춥지 않겠어요?" "괜찮아요." 집안에서도 겉옷을 다 입고 있어야 할 정도로 추운 날, 딱히 난방이 되지 않는 방. 자신이 쓰던 전기장판을 손님인 내게 내주었다. 두꺼운 이불도 내게 주었으면서도 괜찮단다. '같이 잘래요?.. 더보기
들뢰즈의 스피노자 강의(1978. 1. 24.) 번역 - 스피노자에게 있어 관념과 감정(Idée et affect chez Spinoza) 이 글은 수유너머N에서 3-4월에 진행한 초중급 불어강독 중 8회에 읽은 텍스트를 강독에 참가한 김민우님이 번역한 것입니다. 들뢰즈의 파리8대학 스피노자 강의를 녹취한 원문 중 처음부터 9번째 문단까지의 번역입니다. (DELEUZE / SPINOZA Cours Vincennes - 24/01/1978 원문 바로가기) 들뢰즈의 스피노자 해석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명강의라고 생각됩니다. ------------------------------------------------------- 오늘은 연속된 변이(variation continue)에 대해 [이제껏] 다루었던 것을 잠시 미루고, 철학사 수업을 위하여 매우 분명한 어떤 사항에 대해 임시로 되돌아가겠습니다... 더보기
미하일 바흐찐, 또는 신화의 귀환 ― 한국어판 선집 간행에 부쳐 한국사회와 바흐찐, 첫 번째 만남 우리나라에 바흐찐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였다. 루카치로 대표되던 맑스주의 문예이론의 엘리트주의를 넘어서는 한편으로, 문학과 예술의 민중적 토대에 대한 모색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집중적으로 소개되었던 것이다. 바흐찐은 문화를 루카치처럼 ‘해방’과 ‘진보’의 위대한 이념이 전개되는 과정이 아니라, ‘대화’와 ‘웃음’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이 종합되고 역사 속에 풀려나오는 과정으로 묘사했다. 그가 보기에 문화는 평범한 민중들의 삶 자체가 일으키는 사건에 다름 아니었고, 이는 ‘민중문화’를 노래하던 80년대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더구나 혁명의 고향인 러시아 출신의 이론가라는 사실은 바흐찐을 ‘신화적’ 위광 속에서 조명하기에 충분하게 만들었다... 더보기
[이슈] 노-매드 통신 0.00000000001 "점점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약은 주관적으로는 생기지 않는다. 하부(下部)로, 하부를 향해, 뿌리로, 뿌리를 향해, 꽃피지 않는 곳으로, 암흑이 가득찬 장소로, 거기에 만물의 어머니가 있다. 존재의 원점이 있다. 초발(初發)의 에네르기가 있다. 메피스트에게조차, 그것은 "이단(異端)의 무리다." 거기는 "다른 지옥"이다. 단숨에는 못 간다. --다니가와 간 "원점이 존재한다"(1954)에서 그야말로 카마가사키는 일본 근대 자본주의의 원점이다. 다니가와가 함께 했던 탄광 노동자들의 많은 이들은 석탄산업이 쇠퇴를 따라 카마가사키와 같은 요세바(寄せ場), 즉 일본의 대도시에 꼭 있는 일용직 (주로 건설) 노동자들이 모여 살고 일을 구하는 지역으로 유입했다. 그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정해진 거주지를 가.. 더보기
[놀이] 내 안의 괴물 외현화시키기 자식에게 화내기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하기 때리기 느닷없이 소리치기 괴롭히기 음식갖고 위협하기 잠 못자게 하기 버릴거라고 위협하기 왜 그 모양이냐고 한숨쉬기 "저런게 태어나서 내가 고생이지" 라고 들리게 혼잣말하기 할 줄 아는게 뭐냐고 모욕주기 나가 뒤지라고 소리치기 강요하기 억압하기 무시하기 똥도 시간에 맞춰 싸라고 면박주기 은근히 성기 만지기 싫어하는 아이 몸 더듬기 강제로 껴안기 뽀뽀하기 놀리기 괴물을 흠모하시나요? 왠지 끌리시나요? 위의 몇 가지를 각각의 %를 달리하여 조합하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흥미롭고 창조적인 다양한 괴물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제껏 오랫동안 자기 안의 보이지 않는 증오 협오 수치를 다룰 수 없었으나 이제 실존하는 살아있는 내 안의 괴물과 씨름할 기회를 얻었다. 자신에게 삶이.. 더보기
[놀이] 어느 정신과 의사의 가르침 언제 anxiety provoking 치료를 할 건지 supportive한 expressive한 치료를 할 건지 치료사는 paranoid한 면, obssesive한 면을 양 옆구리에 차고 그때 그때 환자를 대해야 할 것 아닙니까? 언제까지 angel치료 할 겁니까? 그는 지금 나에게 anxiety provoking 치료기법을 보여 주고 있는 건가? 침을 튀기기에 적당한 입모양 약간 사선으로 올라간 눈꼬리 60%의 경멸을 담은 눈빛 꼿꼿하게 세운 등 긴장과 권위의 에너지 무지 앞에서 좌절하는 전체적인 모습까지 이것은 evil치료기법인가? 모델링은 항상 유익하다 그대로 흡수되므로 그림출처:http://www.google.co.kr/search?q=angel+and+evil&hl=ko&newwindow=1&p.. 더보기
[놀이] 자기를 놓아버리네 서로 투사대상을 찾고 있던 남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았던 그들 이제 서로에게 전이대상이 되어주네 사랑은 확인할 길 없네 잦은 성교 끝에 잉태된 아이 부모의 불안에 튀겨지고 데쳐지네 거대한 불안을 품은 아이로 인해 마음을 맞추는 부부 아이가 뭉치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네 이제 독을 품은 아이로 인해 피어나는 독가스에서 살아날 길을 필사적으로 찾네 바라볼 수 없었던 자기 감당할 수 없었던 자기 버리고 싶었던 자기 다루지 못했던 자기는 이제 그들에게서 분열되어 세상 속으로 사라지네 타자들이 다루어야 할 대상이 되네 그림자료:http://www.google.co.kr/imglanding?q=%EB%B6%88%EC%95%88&hl=ko&newwindow=1&sa=X&tbm=isch&prmd=ivnsu&tb.. 더보기
[이슈] 디자인 서울 비판만 말고 대안을 내놓아라?! - 당연히 있지 오늘 디자인 서울이 남긴 것에 와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발표한 글은 사실 번역문제로 결론을 많이 줄인 글이라 몇가지가 빠져있었으나 책으로 나올때는 원래대로^^! 오늘 참석하신 한 분이 저명한 디자인 평론가의 블로그 글을 인용하여 '디자인 서울 반대말고 대안을 내놓아라'라고 하셨는데 좋은 지적이기도 하지만 사실 식상한 반대 의견이었습니다. '대안' 들먹 거리는 것은 보수라고 지칭하는 혹은 회색주의자들이 하는 일반적인 논리이지요. '진보는 대안이 없다!' - 사실 대안은 너도 있고 나도 있고 서울시도 있습니다. 대안을 잘 알기 때문에 그것만 빼고 하고 있는 것이지요. 디자인 서울의 방향: 온갖 유치한 토목공사만 들어놓는 이유는 토목공사를 해야만 돈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당장 돈이 생기지 않는.. 더보기
[음악이야기] 2011 뉴타운컬쳐파티 51+, 이번 노동절에 나는 놀 거다! 두리반, 걷고 싶은 거리와 함께하는 2011 전국자립음악가대회 20110429 ~ 0501 @두리반, 걷고 싶은 거리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주최 : 자립음악생산자조합(준) 주관 : 사막의 우물, 두리반, 걷고 싶은 거리 상인연합회 공식 사이트 : http://51plus.kr “두리반에게 새로운 생계터전을!” “지금 이대로의 걷고 싶은 거리를!” “우리에게 더 많은 언더그라운드를!” * / 일정 / 2011년 4월 29일 @걷고 싶은 거리 무대(새마을 식당 앞) 18:00 ~ 20:00 자립음악포럼 20:00 ~ 21:00 한받과 함께하는 발효음악회 21:00 ~ 22:00 자립음악생산자조합 발기인 대회 2011년 4월 30일 @ 동교동 삼거리 칼국수집 두리반(스테이지 A,B,C), 홍대.. 더보기
[이슈_이진경 칼럼] 종말 이전의 종말, 혹은 종말론적 세계 “하늘에서 갑자기 수백마리의 새떼들이 죽어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땅에선 천만에 가까운 동물들이 죽어, 그 핏물이 대지에 흘러넘치도다. 거대한 지진이 전에 없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육지가 이동하며 지구의 지축이 흔들려 밤낮의 행로가 틀어지도다. 근대과학의 정수가 집약되었다는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고 폭발하여 방사능이 물과 음식은 물론 전세계의 대기로 퍼져가 죽음의 재가 되어 인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그 미래마저 잡아삼키리라.” 정말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것이 인간이 자행한 업보가 죽음의 인과로 되돌아오는 종말을 뜻한다면, 두 번째 것은 자연이 자신의 신체와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정화’의 종말을, 세 번째 것은 과학이 만든 합목적적 세계가 그 근저에서 붕괴하는 종말을 뜻하는 것이.. 더보기
[이슈_이진경 칼럼] ‘강남좌파’를 위하여 ‘강남좌파’, 아마 지금 한국의 보수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인 듯하다. 며칠전 동아일보의 한 논설위원은 서울대 조국 교수를 명시적으로 거명하면서 ‘강남좌파’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분당 우파여, 강남좌파에 속지 말고, 자신이 속한 계급을 지지하라!”는 것이 그 글의 결론이었다. 다른 한편 지난달 초순 ‘B급 좌파’를 자처하는 한 논객이 조국 교수의 을 비판하면서, “먹고살 걱정 없는 중산층 엘리트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변화를 대다수 인민을 위한 변화라고 과장하여 주장”한다며 비판한 바 있었다. 당신은 중산층 엘리트고, 당신이 주장하는 건 ‘민주집권플랜’이지 ‘진보집권플랜’이 아니라고, ‘진보’는 우리 땅이니 저기 당신들 땅(강남!)으로 가라고 비판한 것이니, 단어는 직접 사용하지 않.. 더보기
문명과 야만 사이 시작하며 문명화란 것이 야만의 정복과 서구문명의 이식과정에 다름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지난 500여 년 간의 세계의 문명화와 서구 지배의 역사의 배경에는 이성과 합리주의라는 사상의 흐름이 뚜렷이 새겨져있다는 것도 이젠 상식이 되었다. 인간의 보편적 특성과 능력의 총체를 문화라고 하고, 그 문화의 능력으로 산출된 모든 유산을 문명이라고 하는 하나의 정의(定義)가 있다. 이 정의를 따르자면 근대이후의 전 세계적 문명화과정과 그 산물은 서구인의 특성과 능력으로 만들어진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근대 서구의 역사는 이성과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계몽주의와 진화론을 양식으로 삼아 야만의 타자들을 정복해온 역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서구가 아닌 세계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점철된 역사이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