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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사건2]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 해석과 사건 (2)-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 박준영/수유너머N 회원 1)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의 경우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파르메니데스의 단편들은 카오스로부터 나오는 생성, 즉 사건을 존재의 부동성 안으로 수렴시키는 것이며, 이것은 ‘해석해 감’을 드러낸다. 나는 파르메니데스의 단편을 이런저런 측면에서 접근해 가면서 이 결론에 도달하고자 한다. 먼저 ‘생성’과 ‘존재’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보자. “있는 것은 생성되지 않고 소멸되지 않으며 온전한 한 종류의 것(oulon mounogenes)이고 흔들림이 없으며 완결된 것(ēde teleston)이라는. 그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있게 될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전부 함께 하나로 연속적인 것으로 있기에. (...).. 더보기
[칼 슈미트 입문 강의] 6강 두번째 부분 칼 슈미트 입문 강의 나카마사 마사키(仲正昌樹) 김상운 옮김 ‘결정적 단위’ 교회든 노동조합이든, 심지어 양자의 동맹이든, 비스마르크 치하의 독일 제국이 전쟁을 벌이려 한 경우, 그것을 금지 또는 저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비스마르크는 교황을 향해 선전포고를 할 수 없었으나, 그것은 그저, 교황 자신이, 이제 ‘교전권’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다. 사회주의 노동조합도 ‘교전상대’로서 등장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튼 당시 독일 정부가 중대 사태에 관해 판정을 내리고, 스스로 정치적인 적이 되고, 이 개념의 온갖 귀결을 받아들이는 것 없이, 그 판정에 반항할 수 있는, 혹은 반항의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그 어떤 기관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교회도 노동조합도 내란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았던 .. 더보기
[시몽동X번역기계]시몽동과 빅데이터 - 5번째 시몽동과 빅 데이터 #5 Simon Mills(De Montfort University), Simondon and Big Data, Journal of Media and Communication vol. 6, "Simondon: Media and Technics" 번역: 최유미 (수유너머 N 회원) 관개체(The transindividual) 시몽동의 존재론이 단순한 적응이나 항상성(homeostasis)가 아니라 개체화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 이제 명백해졌을 것이다. 자연(물리적, 생명적, 그리고 심리-사회적인)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체제들개체발생에 관한 서술들에서 그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적 반응으로서 단지 인접한 잠재성들의 현실화를 통해서만 그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서술을 찾고 있지 않았다. 시몽.. 더보기
[이슈_4040] 마녀들의 밤, 그리고 '다시 만난 세계' [4040] 마녀들의 밤, 그리고 '다시 만난 세계' 전주희 / 수유너머N 회원 지난 15일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손경희씨(51세)는 공항 앞마당에서 삭발식을 했다. 지속적인 성추행과 인권유린, 외주화, 낙하산, 최저임금, 노조탄압까지 뭐 하나 빼먹으면 안 될 것처럼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지내왔던 모든 오물들을 깨끗한 공항 앞마당에 쏟아냈다. 일터에서 수시로 가슴을 만지는 것도 모자라 회식자리에서 대놓고 접대를 강요하고, 노래방에선 그놈의 혀가 쑥 들어오고,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주무르는 온갖 꼴보기싫은 짓거리들을 하는 자들이 청소노동자의 신발 색까지 수틀리면 꼴보기 싫다고 신고다니지도 못하게 했단다.한국공항공사에서 정년퇴직한 관리자들이 낙하산타고 내려오는 황혼의 삶은 그렇게 밤의 시간을 즐겼다. 성추행.. 더보기
[칼 슈미트 입문강의] 6강 첫번째 부분 칼 슈미트 입문 강의 나카마사 마사키(仲正昌樹)김상운 옮김 6강. 󰡔정치적인 것의 개념󰡕 (2) ― 정치를 결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정의가 전쟁 개념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그로티우스 이후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쟁을 요구하는 [논리] 구조는 그 자체가 평소 정치적 목적에 봉사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통합된 국민에 대해 공정한 이유에 기초해서만 전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그것이 그저 현실의 적에 대해서만 전쟁을 한다는 의미의 것이라면 완전히 자명한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그 배후에는 교전권의 행사를 타인의 손에 맡기고, 정의의 규범을 발견하고, 그 내용과 적용은 개개의 사례에 있어서 국가가 아니라 어떤 제3자가 결정한다, 즉 제3자가 적을 정하도록 한다는 정치적 요구가 숨어 있다.󰡔정.. 더보기
[특집번역] 루이 알튀세르,「브레히트와 맑스에 대하여」(1968) 2 루이 알튀세르 「브레히트와 맑스에 대하여」 2 번역 이 종 현 / 수유너머N 회원 조금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무엇 덕분에 맑스와 브레히트는 철학과 연극 안에서 새로운 실천을 제시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하나의 근본적인 조건, 즉 철학과(맑스의 경우) 연극(브레히트의 경우)의 본성(nature)과 메커니즘들에 대한 인식(connaissance)입니다. 바로 이 점이 매우 결정적입니다. 철학과 연극의 본성과 메커니즘들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위대한 이론적 저작들의 대상이 되었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철학이든 연극이든 그것들의 본성과 메커니즘들에 대한 만족스러운 하나의 이론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맑스.. 더보기
[해석과 사건1] 왜 사건의 철학이며 해석의 철학인가? 해석과 사건-왜 사건의 철학이며 해석의 철학인가?- 박준영/수유너머N 회원 본 코너에서는 서양철학의 두 개념, ‘해석’과 ‘사건’을 철학사와 존재론의 차원에서 성찰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자는 현대철학자인 들뢰즈(G. Deleuze)와 리쾨르(P. Ricoeur)의 논의를 중심으로 서양철학 전반의 중요한 철학자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 글은 두 철학자의 비교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낯설지는 않지만, 분명히 표명되지는 않은 철학적 결론으로 향해 가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필자 자신이 생각하는 존재론을 구성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야심'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겠지요? 꽤나 긴 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목차를 먼저 밝혀 놓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서론 왜 사건의 .. 더보기
[시몽동X번역기계]시몽동과 빅데이터- 4번째 시몽동과 빅 데이터 #4 Simon Mills(De Montfort University), Simondon and Big Data, Journal of Media and Communication vol. 6, "Simondon: Media and Technics" 번역: 최유미 (수유너머 N 회원) 사회물리학에서 유비의 역할 (The role of analogy in social physics) 유비의 역할은 사이버네틱스에서 매우 중요하다. 처음부터 위너(Wiener)와 애쉬비(Ashby) 같은 사이버네틱스주의자들은 동일한 종류의 목적적 행위로 규정되는 시스템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분되는 시스템들 사이에 유비를 이끌어냈다; 게임과 경제, 세포자동자와 살아 있는 생명체, 뇌와 컴퓨터들 같은. 예를 들면, .. 더보기
[특집번역] 루이 알튀세르,「브레히트와 맑스에 대하여」(1968) 1 루이 알튀세르 「브레히트와 맑스에 대하여」 1 번역 이 종 현 / 수유너머N 회원 [옮긴이의 소개글]알튀세르는 연극에 관한 글을 몇 편 쓴 바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브레히트와 맑스에 대하여(Sur Brecht et Marx)」(1968)를 비롯하여 「‘피콜로’, 베르톨라치와 브레히트(유물론적 연극에 대한 노트)」(1962), 「파올로 그라시에게 보내는 편지」(1968) 등이 있다. 그러나 그는 연극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정치철학적 주제들을 설명하기 위해 연극을 활용한다. 또, 그는 『자본을 읽는다』(1965/1969)에서는 ‘작가 없는 연극’의 모델을 참고하여 자본주의 사회구성체가 작동하는 방식인 구조적 인과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알튀세르는 구조적 인과성, 이데올로기, 주체화 양식 .. 더보기
[이슈_4040] 사드와 꼬부기 사드와 꼬부기 전주희 / 수유너머N 회원 “누나, 포켓몬 알아?” 연구실 20대 후배가 ‘포켓몬고’를 물어본다. 모르면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걸 확인하고 놀리기 위해서. 나이가 먹을수록 알아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당근 알지”라고 퉁치며 넘어가려는데, 또 물어본다. “그래서 포켓몬이 뭔데?” 그거. 꼬마들이 목숨걸고 딱지 모으던 만화 캐릭터 아니냔 말이다. 우하하~ 모를줄 알았다며, 옛날사람이라고 한참을 놀린다. 무튼 속초까지 가서 잡아온 포켓몬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이제 이것들을 키운단다. “그니까, 그게 다마구치잖아.” 아이들은 뒤집어졌고, 난 흥칫뽕이다. ‘포켓몬 고’는 게이머가 현실 세계를 직접 돌아다니며 게임에 등장하는 작은 몬스터를 잡고, 이를 키우는 방식의 증강현실 게임이다... 더보기
[시몽동X번역기계] 시몽동과 빅데이터- 3번째 시몽동과 빅 데이터 #3 Simon Mills(De Montfort University), Simondon and Big Data, Journal of Media and Communication vol. 6, "Simondon: Media and Technics" 번역: 최유미 (수유너머 N 회원) 발명과 정보(Invention and Information) 그것은 정확히 말하면, 제안되고 있는 사회의 도메인으로부터 비결정성과 새로움을 제거하는 것이다. 펜트랜드(Pentland, 2014, p. 16)가 정보 흐름의 측정에서 “사회물리학은 본질적으로 확률론적이다”라고 진술하는 것은 사이버네틱스와 확률론적인 정보개념 사이의 밀접성이 거짓임을 드러내는데, 확률론적인 정보개념은 두 존재들 사이에서 메시지의 커.. 더보기
[풍문으로 들은 시] 잘 모르는 사이에(서) - 박성준 『잘 모르는 사이』(문학과지성사, 2016) 잘 모르는 사이에(서) 이 종 현 / 수유너머N 회원 이 시집은 박성준의 두 번째 시집이라고 한다. 첫 시집의 제목은 『몰아 쓴 일기』라고 한다. 그 시집에는 귀신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 시집에서 누이가 무당이 될 운명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그의 이름도 들어봤고, 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던 것도 들어봤고, 그래서 그 시집을 사다 둔 적도 있고, 그가 어떤 외모라는 것도 들어봤지만 그와 나는 여전히 잘 모르는 사이다. 아예 그의 이름도 모르고 시도 안 읽어봤다면 그냥 모르는 사이라고 하겠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주워들은 정보가 꽤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잘 모르는 사이다. (물론 그에게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겠지만) 그래서 다음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잘 모르는 그를 향해 내 이름을 힘껏 불러본다. 자.. 더보기
우주, 어디까지 가봤니? -박영은, [러시아 문화와 우주철학] 우주, 어디까지 가봤니? -박영은, [러시아 문화와 우주철학], 민속원 아르케부스 , 2015 김충한/수유너머N 회원 1. 러시아 문화와 우주철학? [러시아 문화와 우주철학]?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하는데 신기한 제목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 결과 이렇게 서평을 쓰게 됐다. [러시아 문화와 우주 철학] 대체 무슨 얘기일까? 러시아 문화는 말 그대로 러시아 문화일 테니, 우주 철학에 대해서 알아보자. 여기에서 말하는 우주 철학은 우주론과 같은 뜻으로 쓰이며 천문학, 혹은 천체물리학에서 다루는 우주의 범위를 넘어선다. 다시 말해서 자연과학으로서의 우주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포함한 자연 전체를 전일적 관점에서 서술하려 했던, 이론 체계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우주는 기氣로 이루어져 있다. 혹은.. 더보기
[가게모토 츠요시] 민주주의와 어긋나는 '농農'의 사상의 투쟁 민주주의와 어긋나는 '농農'의 사상의 투쟁 – 후쿠다 가츠히코 을 읽는다 (원서 서지 정보 :福田克彦『三里塚アンドソイル』 平原社, 2001, 622쪽, 4850엔) 가게모토 츠요시/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산리즈카 투쟁, 그리고 농업 도쿄 지방의 공항으로 알려진 나리타공항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커다란 공항이 건설되기까지 현지 농민들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다는 것도 일본의 운동사를 조금이라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오제 아키라의 기념비적인 만화 가 한국어로 번역 소개 되는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이 만화를 보면 그것이 어떤 투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만화에서도 투쟁에 나선 농민들의 '보수'성은 그려졌다. 농민들이 일본 패전 후 중국 동북지방에서 .. 더보기
[이슈_4040] '안전사회'의 완성 [4040] '안전사회'의 완성 전주희 /수유너머N 회원 공분의 장소 하나. 1988년 서울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어느 여름날, ‘수은중독 15살 공원 숨져’라는 짤막한 기사가 신문 한귀퉁이에 실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사를 발견하지 못한 채 그 여름을 났을 것이다. 서울의 온도계를 만드는 공장 '협성기계'에 취직한 15살의 문송면 군은 1988년 7월2일, 수은과 유기용제 중독으로 사망했다. 충청도 가난한 농가의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자력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상경한지 두달 만의 일이다. 다시 하나. 2014년 대우조선에 입사한 19세 청년이 입사 2주만에 산재로 사망했다. 이 청년은 자신이 작업해야할 대형 플랜트에 대한 구조나 작업에 대해 안전교육을 미처 받지 못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