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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철학.사회

[봄날엔 맑스] 헤겔 법철학 비판_희망은 현실을 먹고 사는 꽃! 희망은 현실을 먹고 사는 꽃!-칼 마르크스,『헤겔 법철학 비판』(이론과 실천, 강유원 옮김)- 이미라/수유너머 N 회원 가볍지 않은, 아니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세 용어의 조합이다. 헤겔, 법철학, 비판.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도대체 맑스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희망은 현실을 먹고 사는 꽃’임을 알려주고 싶어했던 거라고 말한다면 ‘무거운’ 책을 너무 ‘가볍게’ 읽은 걸까? “환상을 포기하라는 요청은, 이 환상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포기하라는 요청이다.” 맑스는 당시의 독일 인민대중에게 ‘종교가 행복을 줄 거라는 환상’을 포기하라고 요청한다. 또한 그는 종교적 환상의 포기란 이 환상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포기하는 것임을 밝힌다. 상황의 포기, 가능할까? 상황은 객관적 현실로서, 내 의지대로.. 더보기
[봄날엔 맑스] 헤겔 법철학 비판_희극적 비판 희극적 비판 - 칼 마르크스, 『헤겔 법철학 비판』(강유원 옮김, 이론과 실천)- 이종현/수유너머N 회원 청년 맑스는 1843년 3월에서 8월까지 『헤겔 법철학 비판』을 쓰고, 1843년 말에서 1844년 1월에 그 서문을 쓴다. ‘헤겔 법철학’이란 너무 거창하니 이 쪽글에서 함부로 다룰 수 없겠다. 그런데 ‘비판’이란 무엇일까? 칸트는 이성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분석하고 고찰하는 데 ‘비판(Kritik)’이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맑스의 서문에 나오는 ‘비판’에 대한 언급은 상당히 선동적이다. 독일 상황과의 투쟁에서 비판은 두뇌의 열정이 아니라 열정의 두뇌이다. 비판은 해부용 칼이 아니라 무기이다. 비판의 대상은 비판의 적, 반박하고자 하는 적이 아니라 절멸시키려 하는 적.. 더보기
[봄날엔 맑스] 헤겔 법철학 비판_상상속의 국가, 현실속의 혁명 상상속의 국가, 현실속의 혁명 - 칼 마르크스, 『헤겔 법철학 비판』(강유원 옮김, 이론과 실천) - 전주희/수유너머N 회원 태양계는 유기체일까? 헤겔에게 국가는 유기체이다. 아무리 크고 복잡해도 유기체는 '하나'로 셈 해진다. 왜냐하면 유기체란 수많은 부분이 일정한 목적아래 통일되어 부분과 전체가 필연적 관계를 가지는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이다. 헤겔 자신이 아무리 복잡심오하고 이율배반적인 사유들로 뒤엉켜 있다고 하더라도 '헤겔'이라는 유기체는 오로지 하나다. 그 헤겔을 360토막을 내고 조각들을 믹서기에 갈아 햇볕에 말려 고운 가루로 만든다고 할 지라도 n개의 헤겔은 될 수 없다. 헤겔에게 국가란 바로 이런 것이다. 국가는 국가라는 절대 이념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동어반복이라고 비난하지 말자. 그런 비.. 더보기
[봄날엔 맑스] 헤겔 법철학 비판_꿈꿔라,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것을! 봄날엔 맑스! 봄날엔 새싹들이 단단한 땅을 뚫고 쑥쑥 올라옵니다. 우리들의 맑스도 딱딱한 사유를 뚫고 터집니다. 앞으로 이 새싹들이 무엇이 될지 모릅니다. 쭉정이가 될 수도, 덩치 큰 수박이 될 수도, 천년동안 자랄 주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이것들도 봄날에는 여리여리한 새싹이었죠. 우리들의 맑스도 봄날의 새싹들처럼 나 있는 길에서, 버려진 땅에서, 엉뚱한 변기통에서 마구마구 터지길 바래봅니다. - [봄날엔 맑스팀] 일동 꿈꿔라,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것을! _칼 마르크스, 『헤겔 법철학 비판』(강유원 옮김, 이론과 실천) 문화/수유너머N 회원 맑스는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독일 정치의 후진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그에 따르면 독일인은 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 종교가 제공하는 환상 없이는 세계를.. 더보기
[이슈_이진경 칼럼] 우리, 중천을 떠도는 자들 사냥꾼 그라쿠스는 슈바르츠발트에서 영양 한 마리를 쫓다가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러나 그를 실은 죽음의 나룻배가 길을 잘못 든 바람에,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의 이곳저곳을 떠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죽었지만 또한 어느 정도 살아있기도 하다. 그는 이승에도 속하지 못하고 저승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 이중으로 추방된 자다. 카프카의 단편소설 는 이처럼 ‘중천’을 떠도는 일종의 ‘귀신’에 대한 소설이다. 독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카프카의 이러한 서술이 기이한 꿈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관찰의 기록임을 알아챘던 것은 트위터에서 김진숙 씨의 문장을 보고 핑 눈물이 돌았을 때였다. “백일 이백일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이 생의 결단으로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내려가면 오히려 못살 거라는 그.. 더보기
[이슈] 돈을 선택한 성당, 민주화 성지 대신에, 가난한 사람들의 둥지 대신에 선택한 관광 특구 Myungdong Cathedral, Seoul 명동성당 재개발 계획 서울 명동성당(사적 258호) 「명동관광특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내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로부터 승인되어 명동성당이 관광시설과 임대수익 공간이 된 것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잃어버린 가치를 묻다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회원) 사라지는 문화재, 온건한 문화재계 우선 늦게나마 명동성당 보존 개발 토론회를 갖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명동성당과 개발 문제는 자본과 국과의 광기로 중요 문화재들이 침탈 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효율적으로 영향력을 발휘 하지 못한 문화재계 또한 운동의 방식을 재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계천의.. 더보기
[이슈_이진경 칼럼] 비정규 노동자와 비정규 대학생 6월 10일, 금요일.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집회가 청계광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집회신고를 거부하여 처음부터 불법집회로 만들어 놓고는, 불법집회 저지를 명분으로 장소를 미리 경찰이 점거했지만, 분출할 곳을 찾지 못해 맴돌던 분노는 거대 대중이 되어 둘러싼 경찰의 벽을 흘러넘쳤고, 거꾸로 집회장소를 점거한 경찰대열이 포위되는 양상으로 바뀌어버렸다. 덕분에 불법집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 경찰은 그 집회대중을 경찰벽으로 이리저리 막았지만, 흘러넘치는 대중은 그 벽을 넘어 거리로 다시 흘러넘쳤고, 금지된 ‘행진’, 혹은 ‘질주’를 아슬아슬하게 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시간, 150일 이상 타워크레인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씨와 한진중공업을 경찰의 호위 아래 회사가 고용한 용역.. 더보기
[이슈_이진경 칼럼] 재난, 혹은 물질성의 저항 종종 우리는 뜻하지 않은 존재자가 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예전에 그것은 네스호의 괴물이나 UFO, 혹은 영매의 몸에 갑자기 내려 앉은 귀신처럼 인간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던 것들,혹은 과학의 시선 바깥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과학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것이 별로 남아나지 않게 된 지금, 그런 ‘신비한’ 사실 자체도 별로 남아 있지 않거니와, 어쩌다 귀에 들어온다 해도, 일축의 감탄사와 함께 쉽게 묻혀버리고 만다. 그래도 종종 당혹을 야기하는 뜻밖의 존재자들이 있다. 전에 태평양의 어딘가에 있는,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가 떠돌다 모여 만들어졌다는 거대한 쓰레기의 섬 얘기를 인터넷서 보았을 때 그랬다. 이때의 놀라움과 당혹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던 것이었다는 점에서 전과 달.. 더보기
[이슈] 구미 단수, 4대강 막장 공사의 예정된 참사 - 너는 터질 수밖에 없었다 5월 8일 터진 38공구 해평습지 해평습지의 원래모습. (출처: 녹색연합)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떼의 모습 해평습지는 최대 철새 도래지였습니다.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떼의 모습 5월 첫 날 봄비 고작 90mm에 4대강 공사 남한강 이포보, 강천보가 터졌다는 소식에 이제 재앙이 시작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동안 가물막이가 터진 적은 있어도 보(댐)가 터진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재앙은 재앙으로만 막을 수 있다’ 4대강이 망가지는 과정을 죽 지켜본 저는 답답한 마음에 ‘비가 많이 와서 보 공사한 거 다 떠내려가라…’라고 간절하게 기도해왔는데 막상 터진 보를 보니 마음이 무척 불안했습니다 일주일 후 5월 8일 낙동강 구미보도 터졌습니다. 사람이 다치지는 .. 더보기
[이슈_이진경 칼럼] 경쟁의 생물학, 경쟁의 교육학 원래 후진국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어디서나 ‘세계 최고’나 ‘아시아 최고’ 같은 순위에 집착하는 것이다. ‘아시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던 남산타워(지금은 아니겠지만)를 비롯해 이런 순위 자랑성 발언이 유난히도 많았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지금은 자랑할 게 없어선지, 그런 거 자랑하는 게 남들보다 잘난 게 없음의 징표임을 알아서인지 많이 뜸해졌다. 약간은 후진성에서 벗어난 것일까?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에서 최고의 순위를 얻은 게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시민들의 행복도나 복지예산비율 등이 OECD 국가 최저라는 것 등이 그것인데, 자살율도 그렇다. 2003년 이후 헝가리와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OECD 최고의 자살율을 감춘 국가가 되었다. 자살은 이제 양적으로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최고 .. 더보기
[이슈] 노-매드 통신 0.00000000001 "점점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약은 주관적으로는 생기지 않는다. 하부(下部)로, 하부를 향해, 뿌리로, 뿌리를 향해, 꽃피지 않는 곳으로, 암흑이 가득찬 장소로, 거기에 만물의 어머니가 있다. 존재의 원점이 있다. 초발(初發)의 에네르기가 있다. 메피스트에게조차, 그것은 "이단(異端)의 무리다." 거기는 "다른 지옥"이다. 단숨에는 못 간다. --다니가와 간 "원점이 존재한다"(1954)에서 그야말로 카마가사키는 일본 근대 자본주의의 원점이다. 다니가와가 함께 했던 탄광 노동자들의 많은 이들은 석탄산업이 쇠퇴를 따라 카마가사키와 같은 요세바(寄せ場), 즉 일본의 대도시에 꼭 있는 일용직 (주로 건설) 노동자들이 모여 살고 일을 구하는 지역으로 유입했다. 그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정해진 거주지를 가.. 더보기
[이슈] 디자인 서울 비판만 말고 대안을 내놓아라?! - 당연히 있지 오늘 디자인 서울이 남긴 것에 와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발표한 글은 사실 번역문제로 결론을 많이 줄인 글이라 몇가지가 빠져있었으나 책으로 나올때는 원래대로^^! 오늘 참석하신 한 분이 저명한 디자인 평론가의 블로그 글을 인용하여 '디자인 서울 반대말고 대안을 내놓아라'라고 하셨는데 좋은 지적이기도 하지만 사실 식상한 반대 의견이었습니다. '대안' 들먹 거리는 것은 보수라고 지칭하는 혹은 회색주의자들이 하는 일반적인 논리이지요. '진보는 대안이 없다!' - 사실 대안은 너도 있고 나도 있고 서울시도 있습니다. 대안을 잘 알기 때문에 그것만 빼고 하고 있는 것이지요. 디자인 서울의 방향: 온갖 유치한 토목공사만 들어놓는 이유는 토목공사를 해야만 돈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당장 돈이 생기지 않는.. 더보기
[이슈_이진경 칼럼] 종말 이전의 종말, 혹은 종말론적 세계 “하늘에서 갑자기 수백마리의 새떼들이 죽어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땅에선 천만에 가까운 동물들이 죽어, 그 핏물이 대지에 흘러넘치도다. 거대한 지진이 전에 없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육지가 이동하며 지구의 지축이 흔들려 밤낮의 행로가 틀어지도다. 근대과학의 정수가 집약되었다는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고 폭발하여 방사능이 물과 음식은 물론 전세계의 대기로 퍼져가 죽음의 재가 되어 인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그 미래마저 잡아삼키리라.” 정말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것이 인간이 자행한 업보가 죽음의 인과로 되돌아오는 종말을 뜻한다면, 두 번째 것은 자연이 자신의 신체와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정화’의 종말을, 세 번째 것은 과학이 만든 합목적적 세계가 그 근저에서 붕괴하는 종말을 뜻하는 것이.. 더보기
[이슈_이진경 칼럼] ‘강남좌파’를 위하여 ‘강남좌파’, 아마 지금 한국의 보수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인 듯하다. 며칠전 동아일보의 한 논설위원은 서울대 조국 교수를 명시적으로 거명하면서 ‘강남좌파’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분당 우파여, 강남좌파에 속지 말고, 자신이 속한 계급을 지지하라!”는 것이 그 글의 결론이었다. 다른 한편 지난달 초순 ‘B급 좌파’를 자처하는 한 논객이 조국 교수의 을 비판하면서, “먹고살 걱정 없는 중산층 엘리트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변화를 대다수 인민을 위한 변화라고 과장하여 주장”한다며 비판한 바 있었다. 당신은 중산층 엘리트고, 당신이 주장하는 건 ‘민주집권플랜’이지 ‘진보집권플랜’이 아니라고, ‘진보’는 우리 땅이니 저기 당신들 땅(강남!)으로 가라고 비판한 것이니, 단어는 직접 사용하지 않.. 더보기
[이슈] "세상은 아름다워(Die Welt ist schon)" 아이패드2가 출시된 11일, 뉴욕 피프스 애비뉴 애플스토어는 밤 늦은 시간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두 시간 넘게 줄을 서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인파는 계속 몰려들었다. 애플에 따르면 일부 매장에서는 아이패드2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이 지난해 아이패드 출시 때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고 한다. 이날 아이패드2를 가장 먼저 구입한 사람은 러시아에서 온 정보기술(IT) 전문가였는데, 그의 행운이 단지 우연은 아니었던 것이, 사실 그는 전날 낮부터 비를 맞아가며 28시간 동안 줄을 선 결과였다는 후문이다. 애플을 선두로 하는 디지털 아이템들에 사람들이 미친 듯이 열광하고 있다. 그 작고 앙증맞은 기기들은 가볍고 편리한데다가 또 어찌나 섹시한지! 콤팩트한 디자인, 쉽게 흠집이 나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