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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철학.사회

[수학철학] 과학이 과학인 건 무엇 때문인가? 과학이 과학인 건 무엇 때문인가? 김충한(수유너머N회원) 원래는 간단히 책 서평을 쓸 생각이었다. 평소 관심 있던 과학철학자 이언 해킹(Ian hacking)이 작년 수학철학에 관한 책을 냈다 길래,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혼자 읽고 끝내는 것보다 글로 정리하는 게, 쓰는 이나 읽는 이나 생산적인 것 같아서 서평을 쓰기로 했다. 허나, 주로 인문/사회 과학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수학철학이 뭔지, 더 나아가 과학 철학이 뭔지 개괄이 필요하다는 편집자의 주문에 이렇게 과학 철학에 대한 개괄적 글을 시작한다. 아무리 개괄이라도 내가 대충 알고 있는 식으로 설을 풀 수도 없고 그만한 능력도 안 되어, 새로 관련한 책을 찾아봤다. 주로 참고한 책은 Gary Gutting, [Contin.. 더보기
[이슈] 무엇이 그녀에게 '도끼'를 들게 했는가? 무엇이 그녀에게 '도끼'를 들게 했는가? -류진희, 「‘무기 없는 민족’의 여성이라는 거울」, (문화과학 83호) 문화(수유너머N 회원) 류진희는 「‘무기 없는 민족’의 여성이라는 거울」(문화과학 83호)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혐오의 역사성을 추적한다. ‘여성혐오’의 원천이 산업화를 내세운 군사독재 정권에서 추동되는 것은 왜일까. 이것은 실로 긴 역사가 있는 것인데, 이 글은 ‘해방기’ 소설들을 통해 식민과 해방이후의 건국과정에서 겪은 남성성의 위기와 여성이 타자화된 순간들을 살펴본다. 해방기는 건국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에 앞서 계속해서 적과 나를 구분하는 어떤 경합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민족국가’나 ‘부국강병’이라는 목표에 걸맞지 않는 대상은 타자화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여.. 더보기
[이슈] 헬조선에 부는 ‘공정해고’ 바람 헬조선에 부는 ‘공정해고’ 바람 전주희/수유너머N 회원 헬조선의 딸과 아들 “이제는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지난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이다. 한달이 조금 더 지나고 노사정위는 을 이뤄냈다고 발표했다. 이 합의안의 백미는 무엇보다 ‘일반해고’의 도입이다. 계약과 계약해지가 일상이 된 불안정노동자들에게는 별 관심을 못끄는 ‘일반해고’는 과연 철밥통 정규직들만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일까?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저성과자가 되면 언제든 퇴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계약과 계약해지라는 제도적 약속마저 무화시킨다. 퇴출이란 쌍방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자의 명령권이다. 따라서 이번 노사정합의는 IMF로 시작된 노동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 마침내 정점을 찍은 모양.. 더보기
[이슈] '제국주의적' 퀴어 정치? ‘제국주의적’ 퀴어 정치?한주희, 「퀴어 정치와 퀴어 지정학」(문화과학 83호) 노 의 현 / 수유너머N 회원 2015년의 지난 봄과 여름, 그리 멀지 않은 두 공간에서 너무나 다른 모습의 경찰과 마주했다. 한쪽의 경찰은 나를 향해 무자비하게 최루액을 쏴댔다. 다른 한쪽의 경찰은 펜스까지 꽁꽁 둘러쳐가며 우리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4월 16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한동안 이어졌던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에서와는 달리, 6월 28일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 시청광장의 경찰들은 너무나도 안전했다. 세월호 집회에서의 경찰과 2015 퀴어 퍼레이드에서의 경찰 『문화과학』 2015 가을호에 실린 한주희의 글, 「퀴어 정치와 퀴어 지정학」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통해 오늘날 한국에서의 퀴어 운동의 위치.. 더보기
[이슈] 면역시대의 정치 : 메르스가 무엇이냐고 묻거든 [이슈&리뷰] 면역시대의 정치 : 메르스가 무엇이냐고 묻거든 -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 번역/해설 : 김상운 (문화과학 83호) 전주희/수유너머N 회원 홉스 패러다임 에스포지토에게 “면역화시대에 ‘공통’(common)을 어떻게 사유하고, 살아갈 것인가?”의 질문은 중요하다. 그는 푸코의 생명정치론에 비어있는 ‘면역’이란 범주를 통해 정치와 민주주의, 공동체의 문제를 사유한다. 면역과 민주주의 혹은 면역과 공동체는 다소 뜬금없는 결합일 것 같지만 지난 6-7월 한국사회를 야단스럽게 휩쓸고 지나간 메르스 사태를 떠올려보면 대충의 문제의식은 감지할 수 있다. 그 때만큼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공포스럽고 불안했던 적이 있었던가. 언론은 되려 메르스 환자들이 무차별적으로 대중을 공격하는 가해자인양 교묘하게 피.. 더보기
[이슈] 달관을 선택하는 삶에 대한 거부 달관을 선택하는 삶에 대한 거부류연미, 을 읽고 수유너머N 회원 조지훈 올해 초 조선일보에 “달관세대가 사는 법”이라는 기획기사가 실렸다. 내용인 즉, 취업난이 극심한 시대에 적게 벌며 적게 쓰는 세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회자되던 88만원 세대와 다른 점은 이들은 험난한 세상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달관하는 삶을 자신들 스스로가 선택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88만원 밖에 벌 수 없는 세다가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는지, 그리고 어떠한 윤리적 자세를 보여주는지가 바로 “달관세대”라는 용어로 담고자 했다. 기사는 상당히 적나라했다. 현재 달관세대의 젊은이를 인터뷰하여 월 100만원으로도 월세, 생활비, 유흥비, 쇼핑, 데이트 비용, 심지어는 그중에서 20만원은 저축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 더보기
[이슈] '우리 편' 세대론의 불편함 ‘우리 편’ 세대론의 불편함 - 우리는 바보도, 도망자도 아니다. 정 우 준 / 수유너머N 회원 세대론을 말하는 방식이 “단지 내가 원한 걸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것” 을 바라는게 되어서는 안된다. 나의 유해를 바라보는 것은 그 자신의 일이 되어야 한다. (임세화, 청춘의 세 가지 거짓말, 「말과 활」 8호 86p) 언젠가부터 내가 속한 세대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88만원 세대, 촛불세대, 20대 개새끼(론), 3포 세대, 5포 세대가 바로 우리를 지칭한 다양한 이름들이다. 우리는 이 다양한 이름들 속에서 저항의 새로운 가능성으로(촛불세대) 지칭될 때도, 갑자기 연민의 대상이 되기도(3포 세대)하며, 또 비난의 대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20대 개새끼론) 내가 속한 세대는 .. 더보기
비트코인, 화폐의 미래 혹은 종말(2) 비트코인, 화폐의 미래 혹은 종말 최영철 / 수유너머 N 회원 (전편에 이어 계속) / (전편 보기 클릭) 비트코인의 작동방식 비트코인은 2008년, Satoshi Nakamoto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을 통해 세상에 제안되었다. 곧이어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등록되어 소스코드가 모두 공개되었으며, 이듬해인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발행되었다. 2010년에는 법정화폐와 비트코인 간의 환전 거래가 시작되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화폐이다. 더 정확히 말해 비트코인은 그저 소스코드이다. 금이나 은은 물론이고 명목화폐인 지폐 수준의 물질성마저도 비트코인에는 없다. 이 소스코드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발행되고 거래는 어떻게 일어나며 거래정.. 더보기
비트코인, 화폐의 미래 혹은 종말(1) 비트코인, 화폐의 미래 혹은 종말 최영철 / 수유너머 N 회원 촛불로 기억되는 2008년의 일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 환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2007년 말 달러당 900원이던 환율은 1년 남짓만에 1500원 언저리까지 뛰어 올랐다.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경제는 호재를 맞이했다. 대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은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수출만큼이나 수입도 강국인 한국의 ‘소비자'들은 고환율이 불러온 고물가의 고통을 맨몸으로 견뎌야 했다. 생필품을 비롯한 대부분 소비재의 가격이 치솟았다. 정부와 언론이 떠벌이던 낙수효과 따위는 없었다. 무력한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말고는 없었다. 환율의 등락은 어찌해볼 수 없는 경제현상이었고 각자 알아서 위.. 더보기
[이슈] 슬픔의 순도 100%인 유가족은 있다?!? 없다?!? - 정혜신·진은영,<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이슈&리뷰] 슬픔의 순도 100%인 유가족은 있다?!? 없다?!?(정혜신·진은영,, 2015, 창비) 임당 / 수유너머N 회원 1박 2일이 예정된 노동절 집회에서 여러 차례 최루액 물대포를 맞은 후 잠잠해진 시각은 대략 12시가 넘어서였다. 우리 연구실 사람들은 자리를 펴고 각자 싸온 먹을거리들을 펼쳐 놓고 앉아 허기를 달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새 보송보송 머리가 자라난 반삭의 한 유가족 엄마가 생글생글 장난기 가득한 동자승 같은 표정으로 껌을 들고 다가왔다. 처음에는 몹시 당황했다. ‘유가족이 껌을 파나?’ 유가족이 껌을 판다면 당연히 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긴 했으나... 그럴 일이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지?’하고 어리둥절한 찰나였다. “아니? 여긴 먹을 게 많잖아~? 껌.. 더보기
[이슈] 심기증이 만들어내는 공상적 윤리의 문제 [이슈&리뷰] 심기증이 만들어내는 공상적 윤리의 문제 수유너머N 회원 조지훈 1. 심기증은 필요이상으로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걱정하는 병이다. 사실은 병이 없는데도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신체 상태에 예민하고 염려하여 실제로는 없다고 할 수 있는 증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심기증이 심리적인 요인에 따라 발생하는 질병이라 한다면 자연스레 사회적인 것과도 연결될 수 있을 테다. 김신식은 에서 심기증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진단을 하고자 한다. 즉, 그에 따르면 어떤 사회적인 문제에 있어서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걱정을 통해서 사실은 있지도 않은 증상을 만들어내서 고통스러워 한다면, 그 사람은 사회적인 심기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사회적인 문제에 예민하다라. 이 말은 뭔가 이상하다. 사실 좀 더 정확.. 더보기
[이슈] 개 잡는 법 - 세월호와 언론 [이슈&리뷰] 개 잡는 법 -세월호와 언론 전주희/수유너머N 회원 이태리 뉴ㅡ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JTBC 예능 중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각국의 정상이 아닌 민간인이 참여해 비(非) 정상회담이라는 컨셉으로 매주 다양한 주제를 가지로 설전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인이라면 아무나 참여할 수 있지만 일단은 한국말을 기가막히게 잘해야 한다. 그래야 ‘지들끼리 정상이라고 우기면서’ 토론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3일은 토론주제는 각국의 TV 문화였다. 이 중 이탈리아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알베르토가 “이태리 뉴스”의 특징을 말한다. “이태리 뉴스 특징은 정치적 성향이 강해요. 보수적인 채널, 진보적인 채널, 아예 국가 입장이 채널이 확연해욥.” “그런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놓고 표현하나요.. 더보기
[이슈] '세월호 시대의 문학’에 대한 말들에 대하여 [이슈앤리뷰] ‘세월호 시대의 문학’에 대한 말들에 대하여 수유너머N 회원/문화 1. "아무것도 쓸 수 없다", "이 마당에 문학이 뭐냐"라는 탄식에 대하여 세월호 참사 1주기다. 여기저기서 추모 행사 소식이 들린다. 지난 10일 대학로에서 열린 (세교연구소 주최)도 그 중 하나다. 이 날 행사는 총 1, 2부로 나뉘어졌다. 먼저 함성호, 함돈균의 발표가, 그리고 다시 이들에 대한 강행숙, 양경언의 토론이 이어졌다. 2부는 심보선, 남상욱의 발표를 듣고, 원래 2부 토론으로 내정된 두 명의 토론자 한영인, 곽형덕을 포함하여 앞선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나와 플로어 질문을 받는 방식이었다. 화창한 봄날에 백 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다. 대체로 서로 낯이 익은 문학계 인사들이 많은 것 같았지만 꽤 많은 .. 더보기
[이슈] 표현의 자유를 위해 혐오표현을 규제하라 표현의 자유를 위해 혐오표현을 규제하라. 박기형/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라는 딜레마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나 허용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권리인가? 일베를 둘러싼 규제 논란은 우리에게 이상의 질문을 제기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로 인식되었다. 그렇기에 사회적,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확대되어야 하는 권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일베 논란으로부터 촉발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담론은 이러한 기존의 인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다시 말해 전라디언, 김치녀, 노알라 등을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어묵 비하 발언까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 표현들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이른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필요.. 더보기
[이슈] 파업전야와 홍어택배 [이슈&리뷰] 파업전야와 홍어택배 전주희/수유너머N 회원 파업전야 ‘상영시간 105분을 사수하라’. 1990년 3월부터 시작이었다. 꽃샘추위를 밀고 진달래가 올라오고 있었다. 학생들은 교문 안으로 밀려드는 전경들을 막기 위해 모여들었다. 꽃샘추위에 아직은 추워보이는 청색옷의 백골단들이 필름을 탈취하려고 교문을 뜯어냈고, 학생들은 목에 두를 빨간 띠를 손목에 매고 허공에 휘둘렀다. 머리에 질끈 묶고 신념을 다짐할 틈도 없었나보다. 아니면 신념은 머리가 아니라 허공을 향해 쭉쭉 뻗어내는 손목에 있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파업전야’는 200여명이 일하는 공장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가난해서 부자가 되고 싶은 공돌이들이 노동자가 되어 파업의 전날 밤을 맞이한다는 단순한 줄거리로 기억한다. 사실 마.. 더보기